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10.20 05:50

계약 만료 한달 반 전부터 준비...은행서 내게 맞는 상품 알아보는 게 먼저
집 구할 때는 '주택'이면서 '융자 20% 이내'인 곳으로…등기부등본 꼭 확인

(사진=이수정 기자)
지난 6일 돈암동 소재 공인중개사에서 전세 계약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이수정 기자)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공과금까지 매달 60만원을 집주인에게 송금할 때마다 손이 떨렸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사회 초년생들은 보통 초봉의 4분의 1가량을 월세(공과금 포함)에 저당 잡힌다. 이들의 꿈은 내 집 마련이 아니다. 월세로 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도록 작은 '전세방'이라도 구하는 것이다. 기자 역시 1년간 꼬박꼬박 내던 월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9월 열심히 전세를 알아보러 다녔다. 

사회초년생은 자기 자본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이상 전세자금대출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자는 정부가 청년들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전세대출로 집 구하기의 시작은 부동산사무소가 아니라 은행 방문이 먼저다. 내게 최적화된 대출상품을 알아보고 자금을 어느 정도 융통할 수 있는지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상품 조건은 어느 은행이나 같기 때문에 월급통장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게 좋다. 그러면 대출신청을 위해 필요한 10여 가지 서류들 중에서 몇 가지라도 줄일 수 있다.

우선 은행에서 여태껏 한 번도 뽑을 일 없던 '대출상담' 대기 번호를 받는다. 은행 직원에게 청년 버팀목 대출을 알아보러 왔다고 말하면 여러가지 상품 중에서 내 조건에 가장 알맞는 상품을 추천해 준다. 특히 버팀목 대출은 직장이 중소기업이냐 대기업이냐 연봉이 얼마냐에 따라 대출 범위와 이자율 차이가 크다. 

기자는 '중소기업 취업(창업)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추천받았다. 1.2% 저리로 보증금의 70%까지 대출 가능한 상품이다. 일반적인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3.5% 안팎인 데 비하면 굉장히 저렴한 조건이다. 

은행원에게 대출 신청을 위한 서류 목록과 대략적인 대출 금액을 듣고 나면, 대출신청 준비물 중 가장 고난이도인 '계약서'를 갖기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한다.

부동산에 바로 찾아가기 보다는 직방, 다방 등 중개 앱으로 내가 이사할 지역 전셋값을 살펴보면서 준비할 수 있는 자금과 대조해본다. 확실한 지역이 몇 군데 정해지면 '대출가능' 이라고 적힌 매물을 보유한 부동산을 위주로 연락해야 한다. 부동산에 방문할 때는 전화로 시간 약속을 해야 중개인도 조건에 맞는 집을 미리 찾아둔다.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중개인이 영 별로인 게 아니라면 같은 지역에서 두 군데 부동산에 연락할 필요는 없다. 지역 매물은 모든 부동산에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믿음이 쌓이면 본인만 알고 있는 괜찮은 집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교적 젊은 중개사들이 사회초년생들의 고충을 공감하고, 정책 대출로 집을 구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었다.

집을 둘러보는 작업은 중개인이 직접 운전해 집을 보여주는데도 체력 소모가 많다. 방 2~3개만 봐도 꽤 지치지만 명확한 비교를 위해 갔을 때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직접 발로 뛰어보면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알게 된다. 월세보다 전세 매물이 현저히 적은 데다 전세대출이 가능한 집은 더 없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전세대출이 가능하려면 들어가고자 하는 건물에 낀 융자가 20% 이내여야 하고, 건물 용도가 '주택'으로 등록돼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막상 집을 알아보면 근린생활시설로 용도가 등록된 곳이 더 많다. 기자가 처음 집을 알아본 지역인 신림동은 1인 가구가 평균적으로 찾는 원룸(5~8평·보증금 6000만원~1억 미만) 매물의 대부분이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었다. 

(사진=이수정 기자)
계약 전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해 이사할 집에 잡힌 융자 등을 점검 해야한다. (사진=이수정 기자)

이런저런 조건 다 따져보면 집을 고른다기 보다는 '그냥 조건에 맞는 곳에 들어가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신림동에 있는 A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보통 상가를 개조해서 전세를 놓거나 불법증축을 한 건물이 생각보다 많아서 전세대출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 입맛에 맞는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계약만료 한 달 반 정도 여유를 두고 집을 보러 다녀야 한다. 특히 직장인들은 여유 시간이 주말 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저녁에도 집을 볼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게 된다. 기자의 경우 두 번째로 이사를 고려했던 수유동 쪽에서 집 계약이 두 번이나 무산 되는 등 변수도 많았다.

한 번은 모든 조건이 완벽했지만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보니 부부가 이혼 소송 중이라 전세권이 없는 곳 이었다. 이런 집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전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다른 경우는 전세자금 대출 조건에 맞는 집이었지만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서 들어오는 임차인을 받기 싫다'고 했다. 박탈감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세 번째로 찾은 지역에서 담보 0%인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는데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전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면 기나긴 '중소기업청년버팀목대출로 전셋집 구하기'의 절반이 끝난다. 계약서는 적어도 이삿날 3주 전까지는 완료해야 한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준비하는 데 일주일, 대출심사 기간이 약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회초년생들에게 집구하기는 좌절의 연속이다. 내 능력의 한계치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다고나 할까. 이제 본격적으로 난생 처음 들어보는 서류들을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달팽이가 부러워졌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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