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23 06:00

"공적자금으로 흔들어 법인분리 및 철수 등 생각 못하게 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지난 5월 정부는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지엠에 8000억원이 넘는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당시 한국지엠에 대한 각종 의혹이 많아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의 투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산업은행이 실사 결과도 보지 않고 지원을 결정해 호주 등 GM의 ‘먹튀’ 사례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필자는 각종 칼럼과 방송을 통해 실사결과 등 향후의 가능성을 철저히 확인하면서 투입을 하자고 항상 언급했다. 다른 글로벌 메이커와 달리 GM은 세계 경영에 있어서 경쟁력 제고 기준을 기본으로 항상 매각이나 철수 등 강경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국가가 이러한 GM의 철수 피해를 입은 사례는 충분히 많다. 

한국지엠은 수조원의 적자가 누적은 물론 국내 점유율 급감, 원만치 않은 노사관계 등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국내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비용 저생산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어 GM의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정부의 8000억원의 공적 자금이 철수를 몇년 유예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따라서 한국지엠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성비 좋은 차종을 개발해 점유율을 올리고 노사 관계 개선으로 똘똘 뭉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정부를 대신해 투입 자금이 투명하게 쓰이는지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문제는 자금 투입 결정 이후 5개월이 지난 이후 한국지엠은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군산 공장 폐쇄에 따른 노조원 문제로 아직 진통을 겪고 있고 차종 판매는 더욱 어려워져 적자는 누적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분야와 생산 분야를 각각 법인을 분리하는 주총을 통과시키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주변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사유에 대한 이유는 글로벌 GM과의 연구개발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는 설명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혼연일체로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는 의지를 다 함께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총에 2대 주주가 참가하지 못하게 한 것은 경영정상화를 의심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의 공적자금이 가성비 좋은 차를 생산하는 분야에 사용되기 보다 법인분리에 사용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공적자금이 문제를 늦추는 효과만 있고 경영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돈 잔치만 벌이고 있다는 인상이다. 

향후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두 가지의 차종도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차량을 만들어야지 신차만 만든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지엠은 지금이라도 진정성을 보여주고 원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 법인 분리는 결국 필요한 분야만 가치를 높이고 강성노조가 포함된 생산직은 분리하여 매각이나 인수합병 등 향후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정부는 향후 공적자금의 투입에 대한 시기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초기에는 기초 자금만 투입하면서 한국지엠의 진정성과 가능성을 철저히 확인하면서 투입 금액을 점차 늘리고 상당부분의 자금을 후반에 투입해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수 확보를 한 뒤 각 분야에 현금을 퍼주는 방식은 다른 실패한 국가에서 많이 봐왔다. 미국이나 일본 등 글로벌 선진 국가는 경제 활성화인 반면 우리는 침체가 거듭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나중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아니면 말고 식의 정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한국지엠의 경우도 수년 후 정권이 바뀌고 20~30만 명의 하청업체의 일자리를 볼모로 다시 2~3조원의 공적자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이 정부가 더욱 냉정하게 판단하고 국민의 혈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내 돈 같이 사용해야한다. 현 시점에서 한국지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적자금으로 흔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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