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0.23 14:05
박근희 CJ 부회장
박근희 CJ 부회장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 8월 13일 CJ그룹으로 영입된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23일 단행된 CJ그룹 인사에서 지주사인 CJ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로 소속을 바꿨다. 이에 따라 박 부회장은 오너를 제외한 그룹 전체의 실질적인 수장으로 그룹을 통솔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그다지 놀라지 않는 표정이다. 이미 예견된 것이고 박 부회장이 적임자라는데 토를 달지 않는다. CJ는 물론 재계를 통틀어 박 부회장만큼 능력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박 부회장은 어려운 가정환경과 지방대(청주대) 출신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에서 부회장까지 오르며 '월급쟁이 신화'를 쓴 인물이다.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탁월한 경영감각과 리더십, 특유의 카리스마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ROTC 14기로 군복무를 마친 뒤 1978년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전관에 공채로 입사해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그의 능력은 삼성그룹 비서실로 자리를 옮긴 뒤 그룹 경영진단팀장으로 감사업무를 맡으며 더욱 빛났다. 삼성 계열사들의 경영내면을 꼼꼼하게 챙기는 한편 분명하고 냉철한 업무처리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큰 신임을 받았다. 경영진단팀장 시절, 카드 호황기에 삼성카드 부실화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 '카드 대란' 당시 삼성카드가 부실을 최소화하도록 한 것은 그의 혜안과 판단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공을 인정받아 삼성캐피탈 사장으로 승진했고 삼성캐피탈과 삼성카드의 합병 뒤 삼성카드 사장이 되어 삼성카드 정상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삼성전자 중국총괄사장으로 이동해 중국시장에 ‘제2의 삼성’을 만드는 발판을 마련하며 비약적인 도약을 이끌었다. 삼성생명의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부회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금융 계열사의 글로벌화에 앞장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물은 현장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이 뒷받침됐다. 그는 “모든 경영의 문제와 답은 현장에 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는 답을 찾아낼 수 없다”면서 직접 현장을 찾아 해답을 찾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다.

소통과 솔선수범하는 리더로도 유명하다. 일에 있어서는 불같은 추진력이 장점이지만 부하 직원들을 다독이는 특유의 ‘다거(大兄·큰형)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격식도 따지지 않는다. “사장이 의전에 신경 쓰면 회사가 망한다. 지방에 출장 가서 임원 차를 탄다고 엉덩이에 뿔 안 난다. 현장을 모르는 CEO는 허수아비다. CEO라면 우리 직원이 어떤 사무실에서 일하는지, 화장실은 깨끗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가 CEO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부하직원도 자신의 고객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는 얘기다.

박 부회장은 이제 삼성에서 못 다한 꿈과 열정을 CJ에서 본격적으로 쏟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CJ그룹 임원들에게 그의 경험과 철학을 심어 이재현 회장이 주창한 ‘그레이트 CJ’ 비전을 구체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이 CJ에서 보여 줄 행보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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