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8.10.24 05:50

대출심사서류 10여가지…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미리 챙겨야
전세금 안 떼이려면 전세계약서에 '확정일자' 받는 것은 필수

(사진=이수정 기자)
'중소기업청년버팀목전세대출' 상담 신청서 (사진=이수정 기자)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아이고, 서류 준비한다고 수고 하셨네요". 전세 계약을 마치고 버팀목 전세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가면 은행직원은 살짝 경이로운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처음 준비해야 할 증빙자료를 들었을 때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10여가지가 넘는 이름 모를 서류와 일종의 '확인'을 의미하는 도장까지 찍어와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부동산에서 계약서까지 썼다면 은행 대출창구로 다시 간다. 내가 어렵게 구한 집이 처음 추천받았던 대출조건에 맞는지 재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서다.

만약 자금이 부족해 신용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버팀목대출이자+신용대출이자'와 '일반전세대출이자' 중 어떤 게 더 저렴한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한다. 생활비 줄이려고 전세로 옮기는 건데 최대한 고정 비용이 덜 나가는 방향으로 해야하지 않겠는가. 다만 일반전세대출은 보증금의 최대 6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고, 금리도 3% 내외라 신용대출 규모가 크지 않다면 보통 전자를 택하는 게 이득이다.

기자가 구한 집은 애초 추천 받았던 '중소기업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 조건에 맞았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제 은행직원은 본격적으로 준비서류들을 읊어준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즐비했다. 심지어 은행직원도 모르는 게 있었다. 이때 멍 때리지말고 각 서류들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재직증명서 △소득자별원천징수영수부 △사업자등록증 사본 △주업종코드 확인서를 최대한 빨리 행정부서에 부탁한다.

소득자별원천징수영수부에는 회사 '명판'과 '직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업종코드는 은행직원도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 이는 재직 회사가 중소기업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코드로 홈텍스에서 찾을 수 있다.

나머지 서류 준비도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조마조마 하지말고 하루 연차를 쓰는 게 낫다. 기자는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우선 증빙자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부동산 △주민센터 △기타로 나눴다.

부동산에서는 △임대차계약서 원본 △보증금의 5%이상 지불한 영수증 △임차주택 건물 등기사항전부 증명서(1개월 내)를 받는다. 보통 중계사가 말하지 않아도 챙겨주지만 꼭 본인이 확인해야 한다. 당시 기자는 살면서 단 한 번도 1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송금해 본 일이 없다는 걸 간과했다. 송금 가능 금액이 1일 200만원이었던 것. 사회초년생의 실수쯤으로 여겨준 임대인 덕에 차액을 다음날 지불하기로 하고 영수증을 받아올 수 있었다.

주민센터에서는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계약서 확정일자를 챙겨야한다. 모두 인터넷으로도 발급 가능하다. 그러나 '확정일자' 도장이 찍히는 건 내 눈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에 주민센터로 직접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사 갈' 지역 주민센터로 방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확정일자는 나라에서 '이날 해당 계약이 실제로 있었다'는 걸 보증해 주는 것이다. 혹시 집이 경매에 넘어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을 때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별표 백만개 급으로 중요하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는 꼭 포함해야 항목이 있는데, 주민센터에서 "전부 포함된 걸로 주세요"하면 한 큐에 끝난다.

기타에 속하는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건강보험공단 민원 페이지) △고용보험피보험자격이력내역서(피보험자용·고용보험 홈페이지)는 인터넷으로 간단히 발급했다. 이때 공인인증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중소기업청년버팀목대출'을 받기 위한 서류들 (사진=이수정 기자)
'중소기업청년버팀목대출'을 받기 위한 서류들 (사진=이수정 기자)

이 모든 일이 끝나면 은행으로 향한다. 적어도 이사 2주 전에는 대출 신청이 들어가야 한다. "여기 이름, 싸인 하시구요"라는 안내를 약 20여차례 정도 받고 나면 1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근 한 달 반가량을 씨름하던 전세대출신청과정이 마무리됐다. 쌍림동에 위치한 A은행 대부계 직원분은 "이제 마음 좀 놓으셔도 되겠어요"라며 "대출금은 이사일에 집주인 통장으로 바로 들어갑니다"라고 말했다. 순간 '아,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구나…송금 가능 금액 1억으로 늘리려고 OTP카드 발급비 1만원 괜히 썼네'라고 생각했다. 

해당 은행 직원은 대출 말미 쯤 "인지세 3만5000원이랑 보증료 5만원 가량이 이삿날 빠져나가요"라고 알려줬다. 그나마 버팀목 대출로 보증료가 많이 나온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침부터 움직였지만 모든 일정을 마치니 이미 시간은 오후 4시였다. 기자의 연차가 그렇게 끝났다. 아무렴 어떠랴 큰 숙제를 마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매달 주거로 나가던 고정비용 60만원이(월세 50만원+공과금 10만원)이 25만원가량(5200만원 대출이자 6만원+관리비 5만원+공과금 10만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다만 이사비용으로 포장이사, 벽지, 입주청소, 중개인수수료 등을 포함해 60~70만원이 훅 나가긴 한다.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태어났지만, 정말 스스로의 힘으로 우뚝 서있기는 힘든 사회에서 나는 이제 첫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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