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24 15:28

'1000명 희망퇴직' 보도에 사측 "사실무근" 해명
전문가들 "몸집 비해 생산량 적어 구조조정 가능성 높아"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전경. (사진=박경보기자)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전경.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법인분리 계획으로 풍파를 겪고 있는 한국지엠이 이번엔 ‘희망퇴직’ 논란에 휘말렸다. 현재 1만명 수준인 생산직 직원들을 내년 상반기 1000여명 감축한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사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판매량이 지속 줄고 있는데다 법인분리가 인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 상황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24일 오전 해명자료를 내고 “오늘 온라인 언론매체인 뉴스핌이 보도한 ‘한국GM, 내년 1월 1000명 희망퇴직 받는다’ 제호의 기사는 사실관계를 벗어난 오보”라며 “지난 5월 확정된 투자 계획을 바탕으로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고 있으며 희망퇴직 관련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뉴스핌은 “한국GM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근로자 수를 올해 1만명(신설법인 3000명 제외)에서 내년 상반기 90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며 “올 연말 부평과 창원공장 정규직 생산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내년 1월초나 중순부터 희망퇴직자를 접수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생산라인과 인력을 재배치 근무형태까지 조정한 뒤 무급휴직 등을 통한 비정규직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국지엠이 추진하고 있는 법인분리가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철수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는데다 실제로 공장의 생산물량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군산공장을 폐쇄한 한국지엠은 연간 5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9월까지 한국지엠이 올해 생산한 물량은 수출 27만5027대, 내수 6만6322대 등 34만대 수준이다. 최근 한국지엠의 월간 평균 판매량이 3만대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올해 50만대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40만1980만대를 판매했던 것과 비교하면 15.1%나 급감했다.  

실제로 한국지엠은 판매부진 여파로 지난 7월말 부평2공장을 1교대 체제로 전환했다. 부평2공장은 가동률이 30% 미만에 불과해 고정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2공장의 1개조가 사라진 상태다.     

공장이 인력을 유지하려면 일감이 받쳐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판매가 급감하는 추세라면 인적 구조조정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누적적자 3조원, 올해에도 1조원대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날이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불거진 ‘법인분리’ 논란도 인적 구조조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19일 오후 인천 부평공장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R&D 신설법인 '지엠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생산법인과 R&D법인으로 나뉘게 되는데, 노조는 이 같은 법인분리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인분리 시 한국지엠은 GM의 생산하청기지로 전락하고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공장은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법인이 분리되면 노조와 단체협약이 승계되지 않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고 존속법인도 GM정책에 따라 매각이나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며 “두 법인 모두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지금처럼 생산과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사로선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GM은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던 호주공장 등 전례를 갖고 있는 만큼 한국지엠도 추가적인 인적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한국지엠은 규모에 비해 차가 팔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인분리는 생산직을 분리해 힘을 약화시켜 정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GM본사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글로벌 공장 15개를 정리한 과거를 보면 한국지엠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며 “한국지엠의 법인분리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 아닌 구조조정의 절차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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