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8.10.24 17:54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유치원 준용 "문제 있어"
시민감사관 제도 "교육감 선거 보은인사 전문성 결여"
박용진 3법 발의 "교육위 3개월 의원이 100년 사립 구조 이해할 수 있나"
처음학교로 참여 "초중고 이어 유치원까지 정부가 통제하려는가"
에듀파인 도입 "국공립과 동등 지원 시 참여하겠다"
교사·학부모 신뢰 깨져 마음 아파..."자율감시시스템 도입 등 노력하겠다"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

[뉴스웍스=한재갑·서혜정 기자] “법인과 사인은 근본적으로 다른데 어떻게 학교 법인에 적용하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사립유치원에 준용할 수 있나. 이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다.” 

지난 23일 만난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립유치원에 적용하는 규칙의 부적합성을 비판했다.

그는 “사립유치원은 교육의 질로 학부모에게 평가를 받는 곳일 뿐”이라며 “국가가 학부모에게 줄 보육비를 유치원에 준다고 해서 유치원 회계 전부를 감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을 감사한 시민감사관 자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시민감사관 제도를 통해 감사를 받았는데, 감사관이 유치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실제로 교육감 선거를 도운 사람들이 낙하산으로 업무를 하는 데 어떤 전문성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사립유치원을 비리유치원으로 명명한 박용진 의원에 대해서는 “교육위원회 업무를 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 어찌 100년이 넘은 사립유치원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겠냐”며 “사립유치원에 대한 공부가 더 된다면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고발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뉴스웍스>는 <에듀인뉴스>와 공동으로 ‘처음학교로’ 참여, ‘에듀파인’ 시스템 도입 등 사립유치원과 정부와의 견해 차가 큰 부분을 중심으로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시민감사관 취지와 달리 교육감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의 일터로 변해버렸다.

유치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감사를 하니 전문성이 없다.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그저 노출시키고 이슈화하고 당사자들의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그간 유아교육에 매진했을 텐데 심난하겠다.

유치원 원장의 대부분은 교사부터 시작해 평생을 아이들과 살아왔다.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을 집에서 한 둘 키우는 것도 어려운 데 유치원에서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우리는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해 왔다. 국감에서 박용진 의원이 전후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유치원의 일부 일탈행위를 마치 전체의 비리인 것처럼 폭로하고 연일 이슈화할 방법만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언론은 선정적으로 보도하다 보니 학부모와 교사간의 불신이 생겼다. 학부모가 교사들을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본다. 왜 이런 수모와 대우를 받으며 이 일을 해야 하는 지 회의감이 든다. 전국 유치원 원장들은 잠 못 이루는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 법인에 적용하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사립유치원에 준용하면서부터 운영에 있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법인과 사인은 근본적으로 다른데 어떻게 규칙을 준용해서 쓸 수 있는가. 1980년대 들어 조기교육에 대한 수요도 늘고 국가적으로는 엄마들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결국 국가에서는 엄마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고 일터에 나갈 수 있게 유치원을 확대했다. 그런데 국가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국공립 유치원을 늘린 것이 아니라 사립유치원을 활용했다. 그동안의 감사에서는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교육의 질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등을 점검했다. 2010년부터 보편복지 흐름을 타고 정치인들의 포퓰리즘 정책인 무상 보육이 시행됐고 현재의 결과를 가져왔다.

▲교육청에 유치원 감사 전문 인력이 부족해 경기도에서 시민감사관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2013년 이후 감사는 어떻게 진행됐나.

맞다. 시민감사관 제도가 있다.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시민감사관 제도로 감사관이 된 사람들이다. 시민감사관 제도 도입 취지는 공무원을 감사할 때 같은 집안 식구인 공무원이 할 수 없으니, 감사의 질을 높이고자 외부 전문가를 감사관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교육감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의 일터로 변해버렸다. 유치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감사를 하니 전문성이 없다.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그저 노출시키고 이슈화하고 당사자들의 갈등만 조장하는 것이다. 이는 선동일 뿐이다. 이 사람들이 그간 우리 유치원 원장을 횡령죄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 다수인데,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무지한 지 알 수 있다. 유치원 회계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횡령죄 성립 요건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이런 사람들이 감사를 하고 다니니 분통이 터진다.

경기도교육청이 10월 초 사립유치원에 대한 특정 감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것도 이처럼 시민감사관과 충돌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용진 의원의 감사 명단 발표이후 국정감사에서 이재정 교육감은 내년에도 특정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자율감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자정을 위한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 시스템 ‘처음학교로’에 사립유치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한유총은 충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참여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학교로는 신청 유치원과 아이들을 매칭해 ‘배정’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는 초중고에 이어 유치원까지 정부가 통제하려는 것이다. 사립은 설립 취지에 맞게 아이를 선발할 권리가 있다. 이를 국가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교육의 자율권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왜 다양한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가. 미래사회에 획일화된 교육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돈을 벌었냐, 안 벌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수준의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했느냐가 중요하다. 사립은 교육의 질로 평가받아야 한다. 수익이 안 남으면 운영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우리는 공교육기관이 아니다.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는 사립유치원이 500여개로 늘었다고 교육부에서 밝혔는데, 사실인가.

사립유치원은 개인사업자들이다. 개별 원의 모든 의사결정은 설립자, 원장이 하는 것이다.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회원가입과 탈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확한 통계를 비상대책위원회가 집계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일치단결되는 분위기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입장은 명확하다. 어떤 법이 입안되던 유아학비를 학부모에게 직접 전달하라는 것, 

사유재산권 존중 정도의 재무회계규칙을 입안하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관철되지 않으면, 박용진 3법 아니라 300법이 되어도 반대할 것이다.

▲학교와 국공립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은 도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그렇다. 에듀파인은 언제든 도입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선제 조건으로 국가가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는 지원금에 차이를 두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현재 공립유치원의 경우 유아 1인당 총 98만원정도 지원하나 사립유치원에겐 29만원정도에 불과하다. 사립유치원에 자녀를 둔 학부모는 이러한 국가의 처분에 격분하셔야 한다. 차이를 넘은 차별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하는 것이 선제 되면 에듀파인 도입해 활용하겠다. 이때 한 가지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에듀파인 시스템은 국가의 지원금을 관장하는 공적부분만 적용 가능하다. 사립유치원은 공적부분과 학부모가 부담하는 사적부분이 혼재돼 있다. 사적부분이 있다는 것은 원장에게 아이들 교육에 대한 권리가 그만큼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부분까지 정부가 지원해야 우리가 에듀파인을 도입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민주당 의원 129명이 모두 이름을 올리고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이 23일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 발의됐다. 3법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어떻게 대처할 건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또한 변호사 자문을 마친 상태이지만, 박용진 3법의 원문이 입수되지 않았고 또 정식 입법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코멘트하기 어렵다. 다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입장은 명확하다. 어떠한 법안이 입안되었던 간에 유아학비를 학부모에게 직접 전달하라는 것과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정도의 재무회계규칙을 입안하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관철되지 않으면, 박용진 3법이 아니라 300법이 되어도 반대할 것이다.

▲박용진 의원, 고발할건가.

박 의원이 이제 교육위원회에 들어온 지 3개월 됐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유치원계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유은혜 장관도 숱한 의혹과 비난 속에 장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타이밍이 참 그럴듯하다. 장관 임명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전형적인 물 타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발은 법적 자문을 받아 최종 결정하겠다.

▲투명한 회계를 위해 개인 유치원을 법인 유치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개별 유치원의 판단에 맡길 문제다. 유치원 설립 시 법인 전환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그렇기에 유치원이 그 선택권을 갖고 법인 전환을 하겠다고 하면 국가가 인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개인 유치원을 법인으로 전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만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유치원에 문제나 사건이 생길 경우 공립은 국가에서 100% 책임을 지고, 개인유치원은 원장이 책임진다. 그러나 법인격이 될 경우 이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법인 유치원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누가 어떻게 복구시켜야 하는가. 참으로 무책임한 발상일 뿐이다. 그러므로 만약 전환을 한다면 일정 수준 규모가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물론 회계는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있다.

▲한유총에서는 일부 비리라고 주장하지만 박용진 의원이 밝힌 것처럼 원장의 자녀를 직원으로 등록해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아가고, 성인용품, 명품백 등을 유치원 교비 계좌에서 구입한 것에는 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 지나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개인적 일탈일 뿐이다.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 아님을 꼭 알리고 싶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명한 유치원을 만들기 위해 자율감시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 스스로 준칙을 만들어 위반하는 유치원의 경우 회원 자격 박탈 등의 규제를 도입해 자정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준칙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좋은 의견을 주면 겸허히 수용할 계획이다.

▲내년도 입학생을 모집하지 않겠다는 유치원이 있는 것 같다. 놀이학교나 영어 놀이학원으로의 전환도 고려한다는 말도 들린다. 어린아이들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공식적으로 발표된 곳은 없다. 현장에서 교육하는 데 얼마나 힘이 들면 저런 소리가 돌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별 유치원의 입장을 보면 개인재산을 투자해 유치원을 운영하는 데 한 푼 수익도 못 가져가게 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데 누가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려 하겠나. 이건 100년 넘게 유아교육을 지탱해 온 사립유치원에 대한 처우가 아니다. 폐업도, 다른 것도 못하게 하면서 사인에게 교육부가 엄중 경고한다? 세상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나.

국민권익위에서는 최대 30억원 보상금, 최대 2억원 포상금을 내걸고 비리 신고를 받고 있다.

간첩도 포상금이 5000만원이다. 우리가 간첩보다 4배는 더 악한 사람들인가? 

아이를 가르치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이 맞나 싶다. 

▲이번 사태로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학부모와의 신뢰가 깨진 부분이 가장 마음 아프다. 특히 국민권익위에서는 최대 30억원의 보상금과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사립유치원의 비리 신고를 받고 있다. 간첩도 포상금이 5000만원이다. 우리가 간첩보다 4배는 더 악한 사람들인가? 상시 감시센터를 두고 내부 고발을 부추기는 행위는 현장에서 사명감으로 피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 이것이 아이를 가르치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이 맞나 싶다.

▲비대위원장이 운영하는 유치원에 학부모 출입을 금지시켰다는 가정통신문 때문에 시끄럽다.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 되었는데.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학부모들도 이번 사태로 유치원을 못 미더워하시는 부분이 있겠지만, 수업 중에 아이를 확인하겠다고 수업 현장을 왔다 갔다 하시면 교육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다. 이는 수업을 받는 아이나 교육을 하는 선생님 모두에게 좋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의미로 몇 자 적어 보낸 것이다. 그래도 못 미더워 하시는 분이 있다면 잡지는 않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이의 교육받을 권리와 학부모의 선택권을 내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부모와 아이를 존중해 처한 조치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해 달라.

이번 사태로 인한 아픔이 치유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꽃병도 깨뜨리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다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관료들은 떠날 것이지만 우리는 남는다. 상처투성이로 남겨진 사람들이 그 아픔을 잘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사립유치원이 우리나라 유아 교육의 75%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이번에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에게 놓인 책무성을 더욱 깊게 생각하겠다.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도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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