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8.10.24 18:44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극지연구소와 함께 남극의 크레바스를 바로 통과할 수 있는 가설교량 ‘남극형 모듈러 브릿지’를 개발했다.

크레바스는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긴 틈을 말한다.

극지연은 남극 내륙에서 빙저호 탐사 등 새로운 연구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극점으로 향하는 독자적 내륙 진출로(코리안 루트) 탐사사업을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K-루트 개척은 연구장비와 생존물자를 실은 컨테이너, 연구실과 숙소를 겸한 캐러반, 유류탱크, 그리고 중장비 및 소형차량 등을 하부에 썰매가 달린 차량에 싣고 열차처럼 연결하여 설상차가 견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K-루트 개척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 중 하나가 크레바스이다.

남극의 크레바스는 길게는 수십 km에 이르고, 갈라진 틈의 윗부분에 눈이 쌓여있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발된 남극형 모듈러 브릿지는 탐사 중 크레바스를 만났을 때 먼 거리를 우회하지 않고 바로 통과할 수 있는 극지 탐사용 교량 장비이다.

오래전부터 남극 탐사사업을 진행한 다른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설계·제작됐다.

남극형 모듈러 브릿지는 설치했을 때 길이 10m, 폭 4.5m, 중량 7톤의 가설교량으로 최대 4m 폭의 크레바스에 설치 가능하며 최대 30톤 중량의 K-루트 탐사 선단 차량이 통과하도록 설계됐다.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교량의 양쪽 램프를 접을 수 있고, 하부에는 얼음 위에서 견인될 수 있도록 공기튜브 형태의 미끄럼 장치를 장착했다.

교량 수송을 위해 별도의 썰매차가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견인 시 다른 장비와 물자를 수송하는 썰매차로 활용할 수 있다.

탐사선단 설상차에 장착된 크레인으로 인상할 수 있는 최대하중이 500kg 수준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구조를 최대한 경량화했고 혹한과 강풍 속에서도 3명의 최소 인력만으로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남극형 모듈러 브릿지는 남극 크레바스와 유사한 환경의 국내  테스트베드에서 성능시험을 이미 완료했고, 10월 30일 극지연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선적되어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로 이송된다. 남극의 여름인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남극 현장적응 테스트를 거쳐 내년 10월부터 남극 내륙탐사에 투입될 예정이다.

나희승 철도연 원장은 “모듈러 브릿지는 신속하게 수송하여 소수의 인력으로 설치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려 대형재난이나 자연재해 발생 시 긴급복구 및 통행을 위한 비상장비로 활용하는 등 안전 및 물류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윤호일 극지연 소장은 “남극 탐사에 가장 큰 위험 요소인 크레바스로부터 연구팀과 장비를 보호하는 획기적인 장비 개발로, 크레바스 탐지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연구자의 안전이 확보되는 등 앞으로 K-루트 개척사업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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