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8.10.25 10:05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환담하고 있다. (사진=미국 국무부)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환담하고 있다. (사진=미국 국무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반 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33) 사우디 왕세자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육성으로 완강히 부인했다.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서 40분간 진행된 패널토의에 깜짝 등장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극악무도한 범죄이며, 모든 사우디인과 인류에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절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사우디는 진상을 밝히는 모든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와 터키 사이에 균열을 내고자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서 "살만 사우디 국왕과 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있는 한, 세력이 뜻하는 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범죄를 저지른 배신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터키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정의가 승리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국제행사에서 육성으로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자신을 향한 세간의 의혹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이에 청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공개 석상에서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그의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혹은 아델 알주바이 사우디 외무장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졌을 뿐이었다.

이날 해명은 짜여진 각본처럼 이뤄졌다. 패널 토의의 사회를 맡은 바셈 아와달라 요르단 전 재무장관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행사 주제와는 무관한’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 배후설을 적극적으로 해명한 뒤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개혁 드라이브를 부각했다.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사우디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며 "석유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제를 다변화하는 개혁을 쉴 새 없이 추진하면 중동이 새로운 유럽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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