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26 06:00

국내 SUV 중 가장 본질에 충실한 SUV…투박하지만 믿음직스러워

2019년형 G4 렉스턴. (사진제공=쌍용자동차)
2019년형 G4 렉스턴. (사진제공=쌍용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쌍용자동차의 ‘G4 렉스턴’이 국내 대형 SUV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쾌속질주하고 있다. 절대적인 판매량이 높지는 않지만 차급을 감안했을 때 매달 1500대 내외의 실적을 유지하는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특히 국산차 가운데 유일한 경쟁차종인 모하비가 월 평균 700여대의 판매량을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의미 있는 결과다. 

지난 2001년 1세대가 출시된 ‘렉스턴’은 세상에 이름을 알린지 어느새 17년이 지났다. 렉스턴은 우리나라 SUV의 고급화를 이끈 대형SUV 시장의 선구자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 ‘대한민국 1%’라는 렉스턴의 광고카피를 보며 괜스레 마음이 달아올랐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렉스턴은 갤로퍼와 테라칸, 코란도 등 공사현장에서 돌아다닐 것만 같은 투박했던 SUV시장 지형을 한 번에 바꾼 차다. 

당시 쌍용차의 고급화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먹혀들었고, 덕분에 1세대 렉스턴은 16년 간이나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렉스턴의 가격이 대형세단 체어맨과 맞먹었는데도 출시 후 약 5년간 22만대에 육박하는 ‘대박’을 쳤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며 ‘사골’로 전락했던 렉스턴은 지난해 ‘G4 렉스턴’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출시 1년 만에 연식변경으로 상품성을 더욱 강화한 G4 렉스턴을 만나봤다. 새롭게 다듬어진 G4 렉스턴은 매우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통 SUV로서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G4 렉스턴의 외관. (사진=박경보기자)
G4 렉스턴의 외관. (사진=박경보기자)

최근 5년 사이 국내 자동차시장이 SUV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각 제조사들마다 경쟁적으로 앞다퉈 SUV 모델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국산 SUV들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면 ‘키가 커진 세단'에 가깝다. 승차감을 위해 대부분 프레임바디 대신 모노코크 방식을 채택한 데다 4륜구동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모노코크 방식의 SUV들은 지상고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포장도로가 아닌 임도를 주행하기 부담스러운 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G4 렉스턴은 기아차 모하비와 더불어 유이한 ‘정통’ SUV다. 프레임 바디 적용으로 견인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트레일러나 캠핑카 등을 이끌고 레저활동을 하기 적합하다. 특히 강력한 사륜구동 기능도 품고 있어 험로주행에 유리하다. 물론 싼타페, 쏘렌토, QM6 등 도심형 SUV들보다 주행감각은 투박하지만 SUV 본연의 정체성에 충실한 차라고 할 수 있다. 

G4 렉스턴을 대면하면 ‘크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전고는 1825mm로 웬만한 성인 남성키를 뛰어넘고, 전폭과 전장도 각각 1960mm, 4850mm에 이른다. 육중한 덩치를 보고 있으면 부담스럽기보다 듬직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더 먼저 든다. 다만 프레임바디 특성상 큰 차체에 비해 실내공간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듯한 인상이다. 2열에 앉아보면 레그룸이 전혀 부족하지는 않지만 기대만큼 아주 광활하지는 않다. 

G4 렉스턴의 1열공간 모습.(사진=박경보기자)
G4 렉스턴의 1열공간 모습.(사진=박경보기자)

실내공간은 주력 고객층인 중장년층을 겨냥한 듯 상당히 중후한 느낌이다. 쌍용차 특유의 디자인 탓에 세련된 이미지는 아니지만 나파가죽시트와 퀄팅 패턴 등으로 진중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변속레버와 실내 문손잡이, 송풍구 등도 고급감을 더욱 강조한 디자인으로 변화했다. 다만 20~30대 젊은층 입장에서는 다소 무겁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2열 뒤쪽에 마련된 적재공간은 대형 SUV답게 넉넉하다. 쌍용차에 따르면 동급에서 유일하게 2열 탑승객을 태우고도 4개의 골프백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듬직한 차체는 2200CC 4기통 디젤엔진이 이끈다.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2.8㎏·m의 힘을 내는 엔진은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자동미션과 맞물렸다. G4 렉스턴의 파워트레인은 폭발적이진 않지만 실용영역에서 만족스러운 가속능력을 보여줬다. 물론 모하비처럼 6기통 3.0L 엔진이 라인업에 없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

연식변경된 G4 렉스턴의 가장 큰 변화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다. 배기가스 정화방식이 선택적 촉매환원장치(SCR‧요소수) 방식으로 바뀐 G4 렉스턴은 내년 9월부터 맞춰야할 유로6D Temp 규제를 선제적으로 충족했다. 특히 요소수 방식은 기존 DPF 방식에서 지적됐던 연비 및 출력 저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2019년형부터는 약 1만5000km마다 주기적으로 요소수를 주입해야한다. 

또 외관도 18인치 다이아몬드커팅휠의 디자인도 새롭게 바꿨고 국내 SUV 최초로 손을 터치해 문을 열고 잠그는 ‘터치센싱 도어’도 신규 적용했다. 이 밖에도 동승석 워크인 기능과 운전석 전동식 요추받침대 등이 추가돼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G4 렉스턴의 실내공간 모습.(사진=박경보기자)
G4 렉스턴의 실내공간 모습.(사진=박경보기자)

G4 렉스턴의 주행감각과 승차감은 우리가 이차에 기대하는 그대로다. 프레임바디를 적용한 탓에 주행시 앞뒤좌우로 출렁거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프레임바디의 특징일 뿐 차량의 단점으로 보긴 어려웠다. 또 디젤엔진을 적용한 대형SUV치고 꽤나 조용했던 것이 인상적이다.   

G4 렉스턴의 사륜구동 방식은 쌍용차의 다른 차종들과 마찬가지로 파트타임 방식이다. 운전자가 원할 때 바퀴굴림 방식을 수동으로 바꾸는 파트타임 사륜은 오래됐지만 신뢰성과 내구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G4 렉스턴이 일반적인 세단이었다면 혹평이 이어졌겠지만 레저용도의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좋은 옵션으로 볼 수 있다. 주행환경에 따라 자동차가 스스로 각 바퀴에 동력을 배분하는 AWD 방식은 눈‧빗길에 유용하지만 험로나 임도 주행에서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G4 렉스턴의 또 다른 매력은 가격 경쟁력이다. 3448만원~4605만원에 팔리는 G4 렉스턴은 4138만원~4805만원에 팔리는 모하비와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특히 모하비가 출시된지 10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G4 렉스턴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싼타페의 최상위(2.2L) 트림이 3680만원이기 때문에 중형SUV가 못내 아쉬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총평
조만간 현대차 펠리세이드가 도전장을 던지고 미국 용병인 트래버스도 국내에 들어오기로 하면서 대형 SUV시장은 크게 요동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G4 렉스턴은 화려하고 세련되진 않았지만 SUV로서의 본질에 충실한 든든한 차라는 정체성을 품고 있다. 렉스턴이 지난 20여년간 국내 대형 SUV시장을 지배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무늬만 SUV'들이 넘쳐나고 경쟁자들이 몰려오는 지금이야말로 G4 렉스턴이 ’정통‘ SUV로서의 진가를 알릴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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