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0.29 06:05

개발중단이후 이사회 승인 회피, '강제집행제도' 통해 200억여원 지출
13개월 렌터비만 1억1300만원…1년 근무 임원이 퇴직금 10억여원 요구

2009년 하늘에서 촬영한 송도 모습 (사진=포스코건설)
2009년 하늘에서 촬영한 송도 모습 (사진=포스코건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미국의 부동산 시행회사인 게일인터내셔널(게일) 대표이사이자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최고경영자였던 스탠 게일 회장의 '생떼'로 송도국제업무개발단지 사업이 중단된뒤 게일의 영향력 안에 있던 NSIC 임직원들이 '돈 잔치'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일이 2017년 9월 별도의 NSIC 사무실을 열고 E5블록의 주상복합아파트를 독자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기 이전부터 NSIC의 주요 임직원들은 부당한 방법으로 200억여원을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자금은 한미 합작법인인 기존 NSIC가 송도IBD 개발사업을 위해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으로 패키지 1,2,3 운영 계좌에 있었다.

이들 계좌의 자금은 NSIC 이사회가 공사비 지급과 대출이자 등 승인한 사업비에 한해 사용된다.

자금을 지출하려면 1대 주주인 게일과 2대 주주인 포스코건설이 임명한 이사들로부터 승인을 받아야한다.  5명 중 4명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하지만 게일은 포스코건설의 승인 없이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 법원의 강제집행이란 편법을 동원했다. 용역비 집행과 법인카드 지출을 통해 공금을 무분별하게 썼다.

이같은 비리와 도덕적 해이는 포스코건설이 갖고 있던 NSIC의 게일 지분을 인수한 글로벌 투자회사인 ACPG와 TA, 포스코건설로 구성된 새로운 NSIC 경영진이 회계장부 등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드러났다.

2017년 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법원 추심결정문에 의해 강제집행된 용역비는 191억여원이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사용된 법인카드는 15억여원이다. 

법원의 강제집행은 통상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채권 변제에 불응할 때 채권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게일은 교묘하게 이 제도를 악용했다.

2007년 하늘에서 바라본 송도 (사진=포스코건설)
2007년 하늘에서 바라본 송도 (사진=포스코건설)

게일은 NSIC 명의로 건축사무소와 회계법인, 법무법인, 인테리어 회사, 외국계 회사 등과 잇따라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용역 계약을 맺은 회사 등은 3개월이 지난뒤 계약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이후 이들은 법원의 강제집행을 통해 대금을 받았다. 

이 같은 방법으로 건축사무소 7곳이 25차례에 걸쳐 47억여원을 받았고, 회계법인 4곳은 13차례에 걸쳐 20억여원을 수령했다. ㅁ 법무법인은 무려 21차례에 걸쳐 11억4000만원을 받았다. ㄱ 개인변호사 1명에게 4차례에 걸쳐 9억여원이 집행됐다. ㅅ 인테리어 회사는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으로 4차례에 걸쳐 13억4000만원을 받아갔다. 업종이 알려지지 않은 외국계 회사 3곳도 모두 21억여원을 수령했다.

인건비 지급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10개월 동안 NSIC 소속 직원 18명의 인건비로만 30억원이 강제 집행됐다. 환산해보면 1인당 평균 월급이 1660만원에 달했다. 

NSIC 법인카드도 흥청망청 사용됐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9월까지 13개월 동안 렌터카 1억1300만원, 호텔비 1억여원 등 모두 15억여원이 지출됐다. 하루에 동시통역비로 2회에 나눠 5000여만원이 결제됐고 편의점에선 400원 짜리까지도 결제됐다.

법인카드로 국산 고급 승용차 한 대를 빌리는데 월 369만원에 3년을 계약했다. 15인승 외제 승합차를 월 320만원에 4년 계약하는 등 차량 3대 임대비와 운전기사 인건비 등으로 9500만원을 지출했다. 올해 초 서울시내 최고급 호텔을 한달동안 12회 방문, 3000만원을 쓰고 하루에 75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항공권 2억2000여만원, 상품권 3200여만원, 골프장 1556만원, 노래방·단란주점·유흥주점 1434만원, 백화점·슈퍼마켓 등 1252만원, 세탁소 553만원, 피아노 조율 및 운반 35만원 등이 사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NSIC 운영진은 지난 9월 21일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지난 1년여간 근무했던 NISC 직원 14명의 퇴직금과 9월분 급여 등으로 총 42억700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인천지법이 보낸 강제지급명령서 (사진=포스코건설)
인천지법이 보낸 지급명령서 (사진=포스코건설)

이 가운데 전 임원 B씨와 C씨는 각각 10억여원과 9억1000여만원을 요구했다.

심지어 지난 4월 입사한 D씨는 근무기간이 5개월여에 불과한데도 2억3000여만원을 요구했다.  D씨는 송도개발사업 초창기부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10년이상 NSIC의 송도개발사업을 관리한 공무원이었다. 경제청에서 NSIC로 이직할 당시 소관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회사로 취직하는 것을 놓고 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던 인물이다.

새로운 NSIC 운영진은 과다한 퇴직금을 요구하는 과정에 서류를 허위로 조작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직원 14명은 퇴직금 수령을 위해 포스코건설이 질권을 실행한 지난 9월 11일 이후 서울 모처에 모여 9월 10일자로 퇴사했다는 허위 사직서를 작성한뒤 9월 14일 근로복지공단에 4대 보험 자격상실 신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9월 11일 질권실행을 통보하기 위해 NSIC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에도 10일 퇴직했다는 인원들의 대부분이 정상근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NSIC의 새로운 경영진은 지난 4일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접수했다. 조속한 시일내 주모자를 대상으로 사문서 위조 등으로 민·형사고소에 들어가는 등 법률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비리가 알음알음 알려진뒤 송도에서 게일에 대한 실망감과 악평이 커지고 있다. 송도국제업무단지 아파트에 사는 40대 입주자는 "게일이 미국 회사라고 해서 국내 기업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경영할 것을 기대해왔다"며 "지난 3년간 이런 식으로 NSIC를  경영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됐다면 송도IBD 개발사업은 정말 회생이 불가능할뻔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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