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27 06:00

고비용·저효율 구조부터 개선...업종·국가 허물고 합종연횡도 필요

(사진=쌍용자동차)
(사진=쌍용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계가 판매부진에 따른 실적악화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특히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마땅한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에 대한 판단착오가 위기를 자초했다며 새로운 자동차 패러다임에 맞춰 시급히 방향타를 돌려야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가 심각한 충격에 빠졌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가 일제히 발표한 3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국내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0%나 급감한 2889억원에 그치며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지난 2010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형제회사인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1173억원에 머물면서 ‘어닝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3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고작 1.2%와 1.9% 수준이다.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6~7%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부품사인 현대모비스 역시 3분기 영업이익(4622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1%나 뚝 떨어졌다.  

국내 내수시장 3위를 지키고 있는 쌍용차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쌍용차는 내수시장에선 렉스턴스포츠의 신차효과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0.7% 늘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무려 13.7%나 뒷걸음질했다.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쌍용차의 3분기 영업손실은 220억원으로 확대됐다.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사정은 딱히 다르지 않다. 법인분리로 또 다시 철수설에 휘말린 한국지엠은 올해도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은 이미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규모가 2조5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올해 내수 꼴찌로 굳어진 르노삼성 역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산업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를 ‘자원배분의 비효율’로 설명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SUV 중심으로 자동차 패러다임이 10여년 전부터 바뀌었는데도 이를 간과했다는 분석이다. 적극 투자해야할 곳엔 소홀하고 엉뚱한 곳에 집중했다는 이야기다. 전기차 등 현대·기아차의 미래차 기술력은 주요 글로벌 업체 대비 85%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사진=현대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뉴스웍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 자동차업체의 판매 부진은 팔릴만한 전략차종의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현대·기아차의 경우 SUV보다 세단에 집중한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는 전기차 대신 수소전기차 개발과 보급에 집중하고 있는데 현재 수소전기차는 전세계 14억대의 자동차 가운데 7000여대 뿐”이라며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다가 현재를 놓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영상 판단착오로 글로벌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미래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초 일본에서는 2025년에 현대차가 파산위기에 내몰릴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내연기관 시대를 지나 전기차 등 미래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완성차업체도 문제지만 울산·인천 등 지역사회와 중소 부품협력사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원가절감을 토대로 한 체질개선과 연합전선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의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가장 쉬운 원가절감은 인력 감축이나 인건비 절감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외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업종 및 국가의 벽을 허물고 합종연횡의 연합전선을 구축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업계도 잘 나가는 국내 전자업계와 적극 손잡고 R&D 투자 등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비용 저생산 구조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5개사의 연봉은 2016년 기준으로 9213만원에 달해 일본 토요타 (9104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040만원) 등 주요 글로벌 제조사보다 높다. 특히 현대차의 자동차 1대당 생산투입시간(HPV)은 2015년 기준 26.8시간에 달해 24.1시간의 토요타와 폭스바겐의 23.4시간 보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저생산 고비용 구조인 셈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침체를 개선하려면 고비용 저생산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매번 반복되는 노사갈등과 파업에 대한 피해는 소비자와 협력사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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