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28 06:30

튀지않는 디자인에 가격도 저렴…실구매가 약 2333만원
3140원에 106.5km 주행… 가솔린차 기름값 4분의 1 수준

르노삼성자동차의 전기차 SM3 Z.E.(사진=박경보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전기차 SM3 Z.E.(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미래차 시장의 핵심인 전기자동차가 저변을 급속히 확대하며 날갯짓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는 올해에만 2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데다 유지비까지 저렴한 전기차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에 만난 전기차는 우리나라 1세대 전기차인 르노삼성차의 SM3 Z.E다. SM3 Z.E는 어느덧 출시된 지 4년이 흘렀지만 국내 전기차 선구자로서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에 누적 5081대가 판매된 SM3 Z.E는 국내 유일한 세단형 전기차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트렁크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과정에서 차체 길이가 늘어나 준중형급이지만 중형급의 레그룸을 확보한 것도 SM3 Z.E만의 장점이다. 다만 실내공간은 늘어났지만 트렁크가 배터리에 공간을 내주며 협소해진 것은 아쉽다.  

2014년에 첫 출시된 SM3 Z.E의 1회 충전시 최대주행거리는 213km로 볼트EV, 코나일렉트릭, 니로EV 등 비교적 최근에 선보인 전기차들보다는 짧은 편이다. 하지만 2016년에 출시된 아이오닉 일렉트릭보다는 소폭 앞선다. 

한 번 충전에 213km를 갈 수 있는 SM3 Z.E를 타고 서울에서 약 200km 가량 떨어진 설악산으로 단풍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차량의 최대주행거리와 가야할 거리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만큼 중간에 배터리가 닳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앞섰지만 아무렴 어떠랴. 전국 곳곳에 구축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믿고 서둘러 차에 몸을 실었다. 

SM3 Z.E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SM3 Z.E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개인적으로 SM3 Z.E의 가장 큰 장점을 꼽는다면 ‘편안함’이다. 기본 휘발유차와 크게 다르지 않는 디자인과 주행감각은 상당히 큰 이점으로 다가온다. 최근의 신형 전기차들은 ‘미래차’임을 강조하기 위해 디자인을 다소 과장시키기도 하지만 SM3 Z.E는 반대로 무난한 스타일이다.  배터리 적재를 위해 늘린 트렁크와 새롭게 디자인된 LED 테일램프, 그리고 전용 휠을 뺀다면 기존 SM3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정면에서 보면 파란색 번호판만이 전기차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 말은 반대로 다른 전기차들의 디자인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행감각 역시 마찬가지다. 가솔린차나 디젤차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전기차를 처음 운전해보면 가속과 제동에서 상당한 이질감을 받기 마련이다. 전기차는 첫 출발부터 최대의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액셀레이터를 살짝만 밟아도 튀어나가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시스템은 소음과 울컥거림 등이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 운전자들은 일정시간 차에 익숙해질 적응기가 필요하지만 SM3 Z.E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엔진음이 없다는 점만 뺀다면 기존 가솔린 모델과 차이를 느끼기 힘든 주행감을 보여준다. 여느 전기차들이 깡통에 모터를 달아 놓은 듯 가벼운 느낌이라면 SM3 Z.E는 재빠르진 않아도 진중하고 믿음직스럽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SM3 Z.E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전기차 충전소에서 SM3 Z.E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본격적인 장거리 주행에 앞서 배터리를 완충하기로 하고 동네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로 향했다. 35.9kW의 용량을 품은 SM3 Z.E의 배터리를 급속방식으로 충전하면 80%가 차오를 때까지 약 1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첫 충전 당시 배터리는 약 50%가 남아있었는데, 총 18.07kW를 충전하는 동안 1시간 27분이 걸렸다. 충전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돼 르노삼성 관계자에 문의하자 SM3 Z.E는 물론이고 시중의 모든 전기차들은 80% 충전 이후 배터리 수명을 위해 완속방식으로 충전된다고 한다. 실제로 충전 커넥터를 물리면 약 80%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충전되는 편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전기차를 충전할 땐 80%까지만 충전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특히 다른 전기차가 충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충전을 모두 마치고 소요된 충전금액은 3140원(부가세 포함)이었다. 50%의 배터리로 약 106.5km를 주행 할 수 있으니 10km를 주행하는데 필요한 전기요금은  300원 수준이다. 일반적인 준중형 세단의 연비가 13km/l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가솔린차 (1리터 1600원 기준) 대비 약 25% 정도 밖에 유지비가 들지 않는다. 휘발유 2리터로는 26km 밖에 갈 수 없지만 전기차로 같은 돈을 지불하면 100km가 넘는 거리를 갈 수 있는 셈. 차량가격과 보험, 수리비, 감가상각비 등 다른 요인을 제외하고 단순비교해보면 경제성에선 가솔린차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 

SM3 Z.E의 실내모습. (사진=박경보기자)
SM3 Z.E의 실내모습. (사진=박경보기자)

충전을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주행에 나설 차례. 시원시원 뚫린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SM3 Z.E의 전반적인 주행성능을 느껴봤다. 앞서 언급한대로 SM3 Z.E의 전체적인 주행감각은 일반 휘발유차와 큰 차이가 없다. ‘우웅’거리는 엔진음 대신 ‘위잉’하는 모터소리만 뺀다면 말이다.  

SM3 Z.E는 보급형 전기차에 가깝다. 이 때문에 보통의 전기차들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디스플레이도, 반자율주행 기능도 탑재돼 있지 않다. 하지만 정속 주행 시 일명 ‘발끝 콘트롤’을 사용한다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SM3 Z.E의 계기판은 매우 단순하지만 운전 중 왼쪽에 마련된 게이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게이지는 일반 RPM게이지처럼 액셀레이터를 밟을 때마다 높게 치솟는다. 침이 초록색 영역에 가 있으면 경제운전하고 있다는 뜻이고 가장 위의 빨간색 영역으로 가면 배터리를 과도하게 많이 쓰고 있다는 뜻이다. 주행하다가 액셀레이터를 떼면 가장 밑의 파란색 영역으로 침이 이동하는데, 이는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배터리를 재충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액셀레이터를 깊게 밟지 않으면서 감속을 반복하면 주행할수록 오히려 최대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형 디젤차에서 정속운전을 하며 겪었던 경험과 비슷하다. 기자가 ‘발끝 콘트롤’로 최대한 늘려 놓은 주행가능거리는 약 40km다. SM3 Z.E의 최대주행거리가 214km인 점을 감안하면 마음만 먹으면 250km 정도는 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SM3 Z.E의 계기판, 디스플레이, 각종 버튼들과 트렁크 공간. (사진=박경보기자)
SM3 Z.E의 계기판, 디스플레이, 각종 버튼들과 트렁크 공간. (사진=박경보기자)

하지만 엄연히 장거리 시승이었던 만큼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들수록 강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이 때 필요한 건 ‘에코’모드의 활성화다. 운전자 기준 왼쪽 무릎 인근에 위치한 에코모드 스위치를 누르면 최대속도가 약 92km정도 밖에 오르지 않는다. 속도를 올릴수록 배터리를 빠르게 소모하는 만큼 아예 속도에 제한을 걸어둔 듯하다. 최고속도에서 크루즈콘트롤을 켜면 계기판의 게이지는 초록색 영역의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다만 고속주행 중 에코모드를 실행할 때 버튼이 너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손으로 더듬어야 찾을 수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 직관성이 아쉬운 르노 차량들의 약점이다.  

한편 에코모드라도 추월 등 순간적인 속도가 필요할 땐 액셀레이터를 한번 더 힘을 줘 누르면 ‘딸깍’하며 더 들어간다. 이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차체가 잽싸게 튀어나가는데, SM3 Z.E는 이 때야말로 전기차로서의 본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슈퍼카 부럽지 않는 날렵한 거동이 전기차의 본래 성격 아니던가.  SM3 Z.E가 전기차로서 누릴 수 있는 의외의 호사는 또 있다. 스마트키로 냉난방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어 탑승 전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쾌적한 실내온도로 맞춰준다,       

◆ 총평
SM3 Z.E는 중형 세단급의 넓은 실내를 확보한 덕분에 제주를 비롯해 서울, 대구 등지에서 ‘전기택시’로도 맹활약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3950만원(SE트림 기준)의 합리적인 가격은 전기차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 수 있다. 국고보조금 1017만원과 지자체별 평균 지방보조금인 600만원을 함께 받을 경우 약 2333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최대 국고보조금인 1200만원을 받는 볼트EV(LT 트림 기준)보다 약 400만원 가량이나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무난하고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차라는 본질에 충실한 SM3 Z.E야말로 전기차 대중화의 진정한 첨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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