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0.29 10:39

"방위산업 구조조정해 핵심 역량 위주로 사업 재편해야"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9일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국방은 사람과 기술,산업의 위기라는 3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새로운 국방을 설계하는 '플랜 B'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사람과 기술과 산업에서 실패하는 국가, 파산하는 조직의 전형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으로는 2020년대에 전근대적인 한국 군은 내부로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방위산업은 이미 파산 상태에 돌입했다고 봐야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판단이다. 국방비 중 방위력개선비가 매년 증가하는데도 방산 업체의 수출과 영업 이익은 감소하는 등 사양 산업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규모에 비해 방산업체가 너무 많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방예산이 600조 원이 넘는 미국은 대형 방산 체계종합 업체가 4개로 통합되어 경쟁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대형방산업체는 미국 방산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1990년대에 4개로 통합되었다. 정작 국방비가 40조원대인 우리나라는 14개의 체계 종합업체가 난립한 채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로 자원을 낭비하면서 사실상 죽음의 길로 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무기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핵심 구성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식별하지 못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맹목성으로 나선 결과 체계 개발은 재앙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무분별한 국산화 정책이 뒤섞인 차기 전차(K-2)의 개발은 시간과 예산을 낭비한 재난이었다"며 "그러한 기술 미식별로 개발이 난항을 격고 있는 사업은 차기 위성사업, 중고도 무인기, 군단·사단·대대급 무인기, 한국형전투기(KF-X), 수리온·마린온 헬기, K-11 복합소총, 공군 장거리 레이다, 소부대 무전기 사업 등으로 앞으로 재앙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재앙이 초래된 것은 정부라는 '갑'에 '을'이란 방산업체들이 비위를 맞추는 갑-을의 전근대적 산업구조에다가, 기술과 역량의 발전이 없는 무분별한 사업이 난무하는 전형적인 난개발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 이후 중단된 방위산업을 구조조정하여 핵심 역량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최초 소요 제기 및 사업 기술기획 단계부터 WBS(작업분할구조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방위 산업 전반에 일하는 방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은 우리 군대에 기회가 아니라 재앙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 ‘드론봇’을 확보, 스마트한 군대를 설계하고 있고 해군과 공군도 드론, 무인 수상함, 무인 잠수정 등 도약적 기술을 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플랫폼(무기체계) 도입을 주종으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작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인 '연결'과 '통합'을 이루어내는 네트워크 기반은 결여되어 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스마트 무기체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위성체계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상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이러한 기반체계가 한국 군에는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육군의 헬기 등 주력 항공자산이나 지상군의 기동장비 등에는 그 흔한 위성항법장치(GPS)조차 장착되어 있지 않다. 

김 의원은 "위성통신이 아니라 여전히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는, 허약한 지휘통제체제(C4I)에 의존하는 한국 군은 4차 혁명의 물결이 닥쳐올 경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뿐"이라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각 군에 무기체계의 소요제기 단계부터 강력한 기술적 안목으로 검토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전담부서와 기술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 산하에 가칭 '국방 기술전략 검토위원회'를 신설,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인간과 기계의 창조적 결합 방식을 구상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지금의 국방 지휘부는 과거의 연장이 아니라 미래의 관점으로 오늘을 혁신하는 비전가, 전략가, 혁신가 집단으로 재탄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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