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0.29 10:55

양사 관계자 전화 통화 녹취록 공개
"효성,한전 그룹사 직원에게 전방위 접대"

효성 사옥 (사진=효성)
효성 사옥 (사진=효성)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29일 국정감사에서 "효성과 현대중공업의 입찰 담당자들이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3,4호기 변압기 입찰에 앞서 서로 모의하여 효성에 일감을 몰아주기로 담합을 시도했고, 실제로 실행됐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효성과 현대중공업의 한전 및 발전 공기업에 대한 입찰 담합이 일상화되어있다는 제보를 받고 추적해 왔던 이 의원은 최근 공익제보자로부터 입찰담합 전화통화 녹취록을 입수, 이날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2014년 11월 7일 오후 4시 42분 현대중공업 전력영업 담당자인 장ㅇㅇ 부장과 효성 전력영업팀 소속이었던 김ㅇㅇ 차장 간에 통화가 이뤄졌다.

김 차장은 신고리 3,4호기에 들어가는 8100KVA 짜리 용량의 변압기 입찰에 효성이 낙찰 받을 수 있도록 장 부장에게 간청했다. 장 부장은 “이ㅇㅇ 부장은 그거로 해서 (너에게) 도움이 안 되면 넘기라고 그러더라고, 근데 도움이 되겠어?”하고 묻는 등 입찰 담함에 공모했다.

김 차장은 장 부장에게 “네 엄청 도움이 된다니까요. 제가 보여드릴게”라며 효성에 밀어주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김 차장은 장 부장에게 “LS산전은 안들어오냐”고 묻자 장 부장은 “걔들은 알지도 못할 거야”라고 응답했고 김 차장은 “어차피 제가 하기로 한 거니까, LS 뭐 늦게라도 알게 됐으면 제가 그 건 막을게요”라고 답해 통화 당일 이전부터 신고리 3,4 호기 입찰 담합을 모의해 왔다는 것을 반증했다.  

통화 내역 중에는 장 부장이 “아이씨 그거 돈 얼마 되지도 않을 것 같고”라고 하자 김 차장은 “엄청 커요. 이거는 예산이 7억이잖아요. 8100kva 잖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이를 들은 장 부장은 “응. 그러면 무지 남는다”고 말하자 김 차장은 “ 에이 무지는 아니예요, 한 40%? 그 정도”라고 말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 통화 내용으로 보아 효성과 현대중공업은 입찰 담합으로 낙찰가를 최대한으로 올리고 40%에 가까운 막대한 이익 챙기기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한수원에서 실시한 2015년 신고리 3, 4호기 예비 변압기 입찰에서 효성이 낙찰받았고 현대중공업은 설계가 이상의 금액을 써내 탈락했다.

이 의원은 "효성, 현대중공업, LS산전 등 과독점 업체들의 입찰 담합은 어제 오늘의 아니지만 입찰 담합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과 걸려봤자 수천만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점을 계속 악용하고 있다"며 "2013년 답함으로 처벌을 받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아랑곳 않고 2014년에도 담합한 증거가 또 나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13년 한수원 신고리 2호기 비상전원공급용 승압변압기 구매 입찰에서 효성과 LS산전이 사전에 효성을 낙찰자로 정하고 합의한 내용대로 낙찰이 이뤄지도록 서로 도왔다며 2018년 2월 20일 과징금을 물렸지만 금액은 효성 2900만 원, LS산전 1100만 원으로 총 4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효성 등 관련 업체의 뿌리 깊은 입찰 담합을 이번에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새롭게 나온 담합 증거를 토대로 공정위의 철저한 수사와 이를 묵인하고 협조한 모든 비위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효성의 전력공기업에 대한 영업 로비가 얼마나 견고하고 광범위한지에 대한 사실과 정황증거도 내놓았다.

공익제보자의 제보와 한전 및 발전 공기업 등의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효성은 전력영업1팀과 2팀을 구성해 한전 및 한수원, 발전공기업 5개사에 대한 영업을 진행해왔다. 이들은 각 공기업의 예산팀부터 입찰부서, 낙찰 후 설계승인부서, 심지어는 발전 공기업의 감사실까지를 로비 대상으로 삼고 이들에게 골프 접대와 유흥주점 향응 등 전방위적인 로비를 진행해왔다.

제보자는 자신이 제공한 골프접대 카톡 대화 내용과 골프 스코어 카드 등을 이훈 의원실에 공개했고, 룸살롱 향응 등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여기에는 중부발전과 남동발전 등 관련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접대와 향응을 받은 이들 중 일부는 제보자 접수로 인한 공기업 자체 감사에서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중부발전의 한 모 차장을 국회로 불러 골프 접대와 강남의 북창동식 룸살롱 '벅시'에서 향응을 받은 것에 대해 추궁하고 이를 인정한 조사기록을 보관하고 있다"며 "한 차장은 남동발전의 정모 차장과 골프 접대와 룸싸롱 접대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한 차장과 정 차장은 중부발전과 남동발전 설계부서에서 근무한 바 있다.  

제보자가 밝힌 전력공기업 로비의 흐름과 대상은 집행예산을 짜는 예산팀부터 시작된다. 예산팀에서 무리하게 입찰 설계가를 낮추면 자신들이 담합을 해도 이익률이 떨어지지 때문이다. 이 부서 담당자들에 대한 전담 마크는 필수적이다. 제보자는 한 달에 한번 꼴로 룸살롱에 데려가고 수시로 골프접대를 해왔다고 진술했다. 

그 다음이 바로 입찰 담합을 통한 낙찰가 올리기다. 배정된 예산에 최대한 근접해 낙찰을 받기 위해 효성과 현대중공업, LS 산전은 사전 모의를 통해 누가 어떤 발주를 먹을 것인지 정하고 어떤 때는 2개 업체가 짜고 어떤 때는 3개 업체가 서로 모의하는 등 수 많은 입찰 담합이 이루어졌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한수원 신고리 3,4호기 예비용 전압기 입찰 과정 당시 설계가 이상으로 효성과 현대중공업이 입찰, 유찰되자 효성에서 한수원 담당자에게 얼마 이하로 쓰면 되는지 문의하고 한수원 담당자는 5자(5억원) 밑으로 쓰라는 등 불공정행위에 가담하기까지 했다.

마지막 로비가 승인업무다. 낙찰자들은 한전 등 발전 공기업이 발주자가 공고했던 사양에 맞춰 변압기와 초고압차단기(GIS) 등을 납품해야 한다. 이들 업체는 낙찰 후 로비를 통해 저가의 부품으로 설계변경을 요청하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해서 추가로 생산단가를 낮춰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이를 통해 최대 20%, 평균 11~12%의 마진을 더 챙겼다는 것이다.  발주공기업들은 설계변경을 통한 인증 후에도 낙찰가격을 깎지 않았다. 그야말로 한 통속으로 접대 받고 뒤를 봐 준 것이라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전과 발전 공기업에게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변압기와 초고압차단기 입찰결과와 제품 승인 전 사양과 승인 후 사양서와 설계변경 내역을 요청하고 이를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2011년 3월 25일 효성과 29억3000만원에 계약한 '가동원전 전력용 변압기 예비품' 공급(총 5기)에서 효성이 실내에 설치되는 몰드형변압기 2대의 외함을 새 것으로 납품하지 않고 종전의 외함속에 넣겠다는 설계변경을 요청했는데 한수원은 이를 승인하고 제품 가격을 감액하지도 않았다. 이 2개의 변압기 계약납품가격은 6억2000만원인데 외함 2개를 납품하지 않음으로 인해 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추가로 얻어냈다. 효성은 이런 일을 20여년간 지속해 왔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이라고 한다.  이 일은 효성의 전력영업팀과 일반변압기영업팀에서 전담해 왔다고 이 의원은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바꾼 사양을 다른 입찰에 반영하지 않고 종전의 비싼 사양을 그대로 또다시 발주한다는 것이다. 효성은 이를 이용해 또 다시 값싼 제품으로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되풀이 됐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한전 및 발전자회사의 설계 승인 전체를 전수 조사해 이들의 비위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이에 상응한 응단의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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