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29 15:52

광주시, 제2차 원탁회의서 기초협약서 보완…노조 "표 의식한 정치적 결정"

현대자동차의 소형SUV 코나가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소형SUV 코나가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광주광역시가 제2차 원탁회의를 열고 노동계 및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광주형 일자리의 협약서를 보완했다.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해 현대차 노사와 꾸준히 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둘러싼 진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산업의 위협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28일 오후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서 지난 6월 작성된 광주형 일자리 기초협약서를 수정·보완했다고 밝혔다. 이날 광주시는 투자유치 추진단에 시민대표로 광주광역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황현택 의원을 포함시키고 공익전문가 1인은 제3차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제1차 회의에서 제시됐던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동차산업정책연구원 설립,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체계 보강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먼저 특수목적법인은 따로 설립하지 않고 광주시가 신설법인 설립과 관련된 제반사항을 수행해 나가기로 했다. 또 자동차산업정책연구원 설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참석자들 모두 깊이 공감한 만큼 광주시가 향후 중앙정부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사회적 대화를 위해 제시된 ‘노정협의회(가칭) ’ 설립도 향후 추진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제2차 회의를 통해 노동계와 깊이 있는 소통이 이뤄져 기쁘게 생각한다”며 “현대차 및 노동계와 대화를 계속하면서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향으로 신속히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광주시는 30일 현대차와 협상에 나서며 노동계와도 오는 31일 운영위 등을 통해 의견을 조율한다. 마지막 제3차 원탁회의는 31일 밤 8시30분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세계 경제의 하락, 자동차산업 판매 감소 등을 무시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판매부진으로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을 닫았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1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 신설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5 23일 울산공장에서 2018년 임단협 투쟁 선포식을 열고 있다. (사진=현대차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3일 울산공장에서 2018년 임단협 투쟁 선포식을 열고 있다. (사진=현대차지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28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투자참여는 정치권 강요에 의한 제2의 한전부지 사태로 규정한다”며 “현대차는 미래차 연구개발에 투자할 시기인 지난 2014년 한전부지를 사들인 이후 경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가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위기를 불러온 전례를 광주형 일자리로 또 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노조는 이어 “광주형 일자리는 회사의 경영위기를 가속화 시키고 노동자의 임금을 하향 평준화시켜 국내 자동차산업의 파국을 가져올 것”이라며 “풍선효과로 인해 경차를 생산하는 다른 지역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여당이 광주·전남지역의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로 경차를 생산하기로 했지만 이미 국내 경차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점을 들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내 경차시장 규모는 연간 14만대 수준인데 광주형 일자리에서 추가로 10만대를 더 생산한다면 국내 자동차 공장 모두가 위기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1월 현대차의 경형SUV(레오니스)가 생산되고 광주형 일자리에서 2021년부터 경차가 생산되면 경차(스파크)를 생산하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세습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아킬레스 건이 있다”며 “정부는 이를 이용해 포퓰리즘 정치의 도구로 광주형 일자리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광주시는 자동차공장을 건설해 현대차를 비롯한 다양한 자동차회사들로부터 일정 지분을 투자받고 위탁생산하는 방식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광주시의 이 같은 투자요청에 지난 6월 사업참여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투자가 확정되더라도 신설법인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광주시 및 여러 투자주체들과 사업 타당성 등 제반 사항을 면밀히 협의해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투자가 결정되면 이후 절차에 따라 투자 규모, 위탁 생산 품목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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