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8.10.30 06:00
(그래픽=뉴스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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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정부가 고심 끝에 꺼낸 주식시장 안정 대책이 나오자마자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으며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 29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거론한 증시안정기금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주가가 연일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자 이날 김 부위원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5000억원 규모의 시장안정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김 부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 조정 국면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 당초 2000억원 규모였던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를 3000억원 수준으로 늘려 내달부터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증권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최소 2000억원 규모의 자본시장 안정기금을 조성해 증시 안정판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시안정기금은 증시가 급락할 경우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식 매입에 나설 목적으로 조성되는 공공기금을 말한다. 나라에 따라 운영 형태나 자금 조달 방식 등에서 차이가 조금 있지만 시장을 안정화시킨다는 목적은 같다.

이런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는데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기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직후 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 등에는 5000억원 불과한 증시안정기금이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투자자들을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현재 한국 증시 규모나 상황을 정부가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데 있다. 특히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도 정부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견고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 당시 재정경제원이 앵무새처럼 되뇌던 말이었다. 

이번 증시안정기금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22개월 만에 2000선이 무너진 29일 증시에서 코스피시장에서만 외국인은 1595억원을, 개인은 4873억원을 각각 매도했다. 외국인이 10월 들어서만 팔아치운 것도 5조원 가까이 된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 온 한 청원인의 글은 정부 대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노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청원인은 '증시안정자금 5000억원, 한국증시 시가총액도 모르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외국인들의 하루 매도자금도 안 되는 해묵은 안정기금으로 증시가 잡히겠는가. 과거 정권때 수조원의 증안기금도 맥을 못 춘 과거를 기억하라"며 규제개혁과 제도손질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비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지금 주가 수준이 금융위기 때만도 못한 수준인데 '건전성에 문제없다'는 발언은 한가한 얘기"라며 "기초체력이 문제없는데 주가는 왜 이 모양인지 원인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외국인자금이 먼저 빠지면서 주가가 폭락행진을 거듭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투자해본들 먹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확산된 탓이다. 예상보다 세금이 더 걷히면 국가 빚부터 갚아야하는데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며 돈 풀기에 급급하다. 상장 기업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사회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에다가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허리가 휘청거린다. 시장경제 원리와는 상반된 정책이 잇따르면서 기업하고자 하는 의욕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상황이 이러니 외국인자금이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물론 증시안정자금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렇지만 안정기금을 동원한다면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규모를 갖춰야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근본 원인을 찾아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책은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먹힐 수 있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하고 미래에 대박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적극 투자할수 있도록 조세제도와 각종 규제부터 개선하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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