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0.30 19:06

서울대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 보고서…차별적 보수 노선의 경제비전 필요
주택·경제성장·안보·교육에서 이슈 소유권 찾아야…비전은 미국 원내정당모델

자유한국당에서 회의를 주재 중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에서 회의를 주재 중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자유한국당)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자유한국당이 보수 유권자들의 분열과 방황을 봉합하려면 유연하고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포용해야하고, 보수 노선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경제정책을 확고히 수립해야하며, 보수 가치에 바탕을 둔 사회적 의제를 명확히 설정해야한다는 서울대학교 연구소의 재집권 전략이 나왔다.

서울대는 한국당의 비전으로 포용적인 보수,사려 깊은 보수, 진정성 있는 보수를 제시했다.

자유한국당은 30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서울대 정치연구소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으로 제출한 '한국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이후 원인 분석과 활로 모색을 위해 서울대에 분석을 의뢰했다.

보고서는 재건을 위해 한국당이 내걸 목표로 '국민신뢰 회복을 통한 미래 수권세력으로서 입지회복'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분석 결과,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대북·안보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경제·사회적 정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갈증을 느끼는 보수 유권자들이 분열, 유승민 후보를 둘러싸고 긍정적 또는 부정적 담론을 형성하며 관심
이 표류됐다.

여론조사기관에 의뢰, 올해 9월7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보수 유권자가 이처럼 분열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보수정당이 보수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유연한 대북·안보 전략에 반대되는 강경한 노선만을 고수했기 때문으로 판단됐다. 경제·사회적으로는 정당과 유권자들 사이의 이념적 불협화음이라기보다는 보수를 결집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 노선의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한국당이 보수 유권자의 분열과 방황을 봉합하기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냉전이데올로기에 의존한 낡은 대북·안보 프레임을 버리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대북 정책을 포용하라는 것이다.

둘째, 합리성과 효율성에 근거한 건설적이고도 차별화될 수 있는 보수 노선의 경제정책을 확고히 수립하는 것이다.

셋째, 보수의 도덕적·윤리적 가치에 바탕을 둔 주요 사회적 의제를 유권자들 사이에 명확히 설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18대 대선과 제19대 대선에서 모두 새누리당/자유한국당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지지자) 및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새누리당/자유한국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반대자)와 비교했을 때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투표했지만 제19대 대선에서는 홍준표를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이탈자)의 특징을 요약했다.

이탈자들은 이념적으로는 중도 성향을 보이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자유한국당과의 정책과 가치가 자신의 생각과 상대적으로 더 멀다고 인식하고 있다. 외교⸳안보 쟁점에 대한 이탈자의 선호는 지지자보다 오히려 반대자에 더 가깝다. 경제 및 복지 쟁점과 관련, 지지자와 이탈자의 선호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의 정당보다는 보수 성향의 정당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인식되어온 국방안보와 관련한 현안에 있어서도 자유한국당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 더 잘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다만 어떤 정당이 국방/안보를 제외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현안을 잘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 정당에 대한 기대가 존재하고 있으며, 동시에 특정 정당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유권자들도 다수 존재한다.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이탈자들이 지지자와 반대자들보다도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고, 동시에 대기업의 경영권 세습에 대해서도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들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권위주의와 집단주의가 점령한 자유한국당을 떠나, 새로운 보수 세력을 찾고 있다는 것이 서울대 연구진의 판단이다.

보고서는 한국당이 이탈자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외교안보 쟁점에서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경제성장, 출산과 육아, 교육, 주택/부동산, 이민/난민 등의 새로운 쟁점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개발하고 제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가 제시한 자유한국당 재건 위한 실행전략 (그림 제공=자유한국당)
서울대가 제시한 자유한국당 재건 위한 실행전략 (그림 제공=자유한국당)

연구진은 20~30대 청년 유권자와 여성 유권자를 잡을 방법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청년 유권자들이 이념성향 및 주요 정책에 대한 태도에 있어 진보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기술했다.  청년 유권자에게 접근할 때 매우 신중한 의제 선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진보 진영이 우위를 갖는 의제를 놓고 원칙론에 입각한 접근을 하기 보다는 조직 및 인적 구성의 쇄신을 통해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개선, 한국당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고 한국당을 지지할 다른 이유를 제공하는 것에 맞추어야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20~30대의 개인주의 성향은 경제 영역에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경제적 보수주의'로 연결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여기에 저촉되는 현상이 바로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강자의 '갑질'이다. 갑질 행위는 젊은 세대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취업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보고서는 소위 '금수저'들이 경제 질서를 장악하여, 능력 있고 노력하는 개인들의 성공을 가로막는 관행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 수준이 상당한 것을 감안, 한국당이 '부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유권자들은 남성 유권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이념성향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보수 성향이 구체적인 쟁점에 대한 태도에 기반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 선거에서의 선택은 상당히 유동적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따라서 여성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에서 그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공약과 정책을 개발, 이들의 보수적인 성향이 실제 선거에서 투표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공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한국당의 정책과 공약도 분석했다. 그간 보수정당은 정책적 역량에 있어 경제성장이나 안보에서 상대적 강점을 가진 것으로 이해되어 왔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은 현재 분배, 복지, 청년 이슈 뿐 아니라, 성장, 안보, 통일, 노인 복지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슈 소유권을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이 2017년 대선에서 내놓은 청년 일자리 110만개 창출의 뉴딜정책이나 중소기업 초임 200만원 실현 정책 등도 현실성이 없었다고 비판했다.올해 7회 지방선거에서 안보와 외교가 뒤로 물러나고 사회복지 이슈들이 전면에 배치하는 등 변화에 나섰지만 과거 입장에 비해 지나치게 진보적인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진정성과 실행의지에 대해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전통적으로 진보정당들에서 다루던 이슈들을 자신의 아젠다로 제시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숙함과 의제의 불충분함, 진정성이 의심되는 등의 약점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정당이 갖는 핵심 가치(core value)를 재설정한뒤 그 위에 정책들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수당으로서의 핵심 가치로 포용성, 사려깊음, 진정성으로 재설정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제시할 것을 충고했다.

아울러 정당의 연구기능도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여의도연구원을 정책전문연구기관으로 기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경선제도와 관련,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원을 일정하게 소외시키는 대신 지지의 외연을 넓힐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픈프라이머리나 국민여론조사 등은 현직 정치인에 대한 프리미엄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정치신인에 대한 가산점을 주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시했다. 이와함께 당내의 잠재적 계파 갈등을 무조건 덮으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화시키는 것이 갈등을 관리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보고서는 "연구진의 연구와 논의를 통해 도달한 결론은 자유한국당의 장기적 비전은 전통적인 유럽식 대중정당모델이 아니라 미국식 '원내정당모델'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정당이 통일된 이념적 정체성을 통해 고정된 지지 계급· 계층을 타겟으로 하기 보다는 개별 이슈들을 통해 유권자 블록과 이익 연합체를 찾아가는 모델"이라며 "중앙당의 리더십보다는 분권적 의원 중심의 리더십을 모델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의 진성당원들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지지자들을 찾아가는 네트워크로서 정당을 생각하는 관점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한국당이 적극적인 평화와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고 차별적 보수노선의 경제비전을 구축하며 보수 가치에 근거한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는 것을 정체성 확보를 위한 실행전략으로 제시했다. 

조직과 제도에선 인적 쇄신과 전문성 확보를 통해 원내정당을 지향하며 공천제도 개혁으로 청년와 여성인재를 영입하고 정치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며 여의도연구원을 정책전문연구기관으로 육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책별 세부실행전략으로 외교안보 원칙주의에서 문제해결지향적 정책 제시와 선별적 협조, 청년과 여성 유권자 타겟형 정책 제시, 주택·부동산·경제성장·국방안보·교육 분야에서의 이슈 소유권 확보를 손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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