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8.10.31 06:05
(그래픽=픽사베이)
(그래픽=픽사베이)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오늘(31일)부터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은행권을 대상으로 의무화되고, 저축은행이나 신용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에서도 시범 운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DSR은 대출자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DSR이 70%를 넘으면 위험대출, 90%를 넘으면 고위험대출로 규정된다. DSR은 특히 주택담보대출만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신용대출, 자동차할부금, 카드론, 전세보증금담보대출, 예·적금담보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부채를 합산해 계산하기 때문에 ‘대출규제의 최종판’이라고 불린다.

이번 규제로 은행들은 위험대출과 고위험대출이 일정비율을 넘어서는 안 된다. 감독당국 지침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위험대출(DSR 70% 초과)을 15%, 고위험대출(DSR 90% 초과)을 1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지방은행은 각각 30%와 25%, 특수은행은 25%와 20%를 넘어서는 안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동안 은행권의 DSR 규제가 사실상 모니터링 수준이었다면 오늘부터 의무화 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DSR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심사를 더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 9·13 대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총량규제까지 겹치면서 대출 시장은 어느 때보다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소득이 적은 사람이다. DSR은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을 따지는 개념으로, 소득이 많을수록 대출한도가 많아진다. 이에 따라 창업이나 학자금 등에 대한 수요가 많은 청년들이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의 대출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간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자영업자나 고소득 전문직도 고DSR 대출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신용카드보다 현금 결제를 유도해 현금결제분을 소득신고에서 뺀 사업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당국이 100% 인정하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소득금액증명원, 사업소득원천징수영수증, 연금증서 등 이른바 ‘증빙소득’이 부족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DSR 규제 파장은 대출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수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설업계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DSR 규제로 대출이 막힐 경우 미분양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중견 건설사의 경우는 위험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중견 건설사들이 지방 분양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번 대출 규제는 대형사보다 중견 건설사에게 그 체감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 취약차주도 고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현재 DSR 적용이 제외된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과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이외에도 DSR 규제 제외 상품을 좀 더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규제 종합세트를 시행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제도로 선의의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 금융당국이 좀 더 세심하게 서민들의 대출수요를 살펴 수요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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