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0.31 06:00

SUV 열풍 속 대형SUV 시장만 '침체'…신차 2종 잇단 출격예고
상품성·가격경쟁력 등 소비자 니즈 얼마나 충족했는지가 관건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내 SUV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잠잠하던 대형 SUV 시장이 기지개를 켠다. 그간 국산 대형SUV는 G4 렉스턴과 모하비 뿐이었지만 강력한 경쟁자인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출격을 앞두고 있어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지엠도 쉐보레 트래버스 도입을 앞두고 있어 소‧중형에 집중됐던 SUV시장에 대한 관심은 대형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느냐다. 

국내 SUV 시장은 레저열풍을 등에 업고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연간 14만4000대 규모였던 중형SUV 시장은 싼타페의 맹활약으로 올해 24만7000대까지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티볼리와 코나가 주도하는 소형 SUV 시장은 5년 전 불과 1만2000대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14만4000대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중형 SUV 시장은 소형과 중형 사이에 낀 애매한 차급 탓에 다소 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올해에도 7만8000대 규모를 유지할 전망이다. 

반면 대형 SUV는 다른 SUV 시장과 온도차가 상당하다. 대형SUV시장은 2013년 3만대를 시작으로 지난 5년간 3만대 내외에서 정체되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형SUV의 비싼 가격 탓에 접근 문턱이 높은데다 라인업 자체가 매우 빈약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형SUV 차종은 쌍용차의 G4 렉스턴과 기아차의 모하비가 전부다. 소형SUV와 중형SUV는 국내 완성차5개사가 모두 라인업을 갖고 있지만 대형SUV 시장은 상대적으로 관심 밖이었다. 특히 국산 대형SUV 차종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사골’로 불리며 외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G4 렉스턴이 지난해 16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되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모하비는 여전히 10년째 현행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렉스턴은 G4 렉스턴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다시 태어난 이후 매월 1500대 내외의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대박’까진 아니지만 전 세대의 판매량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모하비는 페이스리프트와 꾸준한 연식변경으로 상품성을 높였지만 최신차종들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반증하듯 모하비의 지난달 판매량은 불과 154대, 올해 판매량을 모두 합쳐도 6036대 수준이다. 월간 1만대 내외로 팔리는 싼타페와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차 펠리세이드 예상도. (사진제공=자동차 리브랜딩 전문기업 브렌톤 E&O)
현대차 펠리세이드 예상도. (사진제공=자동차 리브랜딩 전문기업 브렌톤 E&O)

침체를 거듭했던 대형SUV 시장이 올 연말부터 시작되는 잇따른 신차 출시로 반등을 노린다. 당장 올해 12월 출격할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의 펠리세이드는 이미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얻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펠리세이드는 R2.2 e-VGT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주력 파워트레인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리브랜딩 전문기업인 브렌톤 E&O가 최근 공개한 펠리세이드의 디자인을 보면 현대차가 올해 6월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HDC-2 그랜드마스터‘와 비슷하다. 

특히 현대차 SUV의 디자인 경향이 반영돼 싼타페와 코나, 넥쏘 등과 상당히 유사하게 보인다. 헥사고날 디자인의 ‘캐스캐이딩’ 그릴이 전면에 넓게 자리 잡았고 주간주행등(DRL)과 헤드램프가 상하로 나눠진 분리형 컴포지트 라이트도 눈에 띈다. 업계는 펠리세이드의 기본가격을 4000만원 중반대로 추측하고 있다. 2019년형 모하비가 4138만원~480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편의사양이 다수 들어간 트림을 고를 경우 5000만원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펠리세이드에 이어 쉐보레 트래버스도 국내에 상륙해 대형SUV 시장의 판을 키울 예정이다. 한국지엠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트래버스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기 위해 북미 생산공장과 일정을 협의 중이다. 물론 아직 확정된 일정은 아니지만 트래버스가 목표대로 국내에 들어온다면 내년부터 국내 완성차업계의 대형SUV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트래버스는 최근 출시한 중형 SUV 이쿼녹스와 마찬가지로 전량 수입돼 판매된다.  

쉐보레 대형SUV '트래버스'. (사진제공=한국지엠)
쉐보레 대형SUV '트래버스'. (사진제공=한국지엠)

앞서 한국지엠은 지난 5월 온라인 공식사이트에서 국내 고객들을 상대로 수요차종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약 6만여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해당 설문에 참여한 결과 가장 높은 표를 받은 차종은 쉐보레 트래버스였다. 트래버스는 미국시장 기준 동급 최대의 3열 레그룸을 자랑하는 대형SUV다. 특히 3열 레그룸은 850mm에 달하며 트렁크 적재용량은 최대 2781리터까지 쓸 수 있다.

트래버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총 12만3500대 판매되며 전년 대비 5.8%나 판매량이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 트래버스와 함께 경쟁하는 포드 익스플로러가 국내에서 올해(1~9월) 5000대 가까이 팔아치운 만큼 합리적인 가격만 책정된다면 성공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이처럼 신차가 2종이나 출격을 예고하면서 국내 대형SUV 시장은 내년 큰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경기상황이 흥행의 변수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대형SUV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대형SUV 시장은 위기에 빠진 국내 자동차업계의 가장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가격이 높으면 이익을 더 거둘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팔릴만한 차’와 ‘납득할만한 가격’을 내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대형SUV들의 인기가 상당한 만큼 상품성만 받쳐준다면 시장성은 충분하다”며 “기대감이 높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얼마나 충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상품성을 갖춘 차를 출시한다면 그간 위축돼있던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싼타페가 월간 1만대 내외로 팔리며 국내 판매 1위에 오른 점을 상기한다면 정답은 이미 나와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