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8.11.02 06:00

국가 힘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 이뤘지만 시스템 미비 한계 노출
3분기 경제성장률 6.5%로 곤두박질...'차이나 리스크' 경계 목소리

지난 10월 1일(현지 시간) 중국 건국 69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중국 국가평의회가 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시진핑 SNS)
지난 10월 1일(현지 시간) 중국 건국 69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중국 국가평의회가 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시진핑 SNS)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성장 둔화, 부채 증가, 물가 상승, 부동산 버블 등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는 상황에서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 경제 위기설’은 최근들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이런 기류는 매우 우려스럽다.  중국 경제가 처한 상황과 원인, 전망 등을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미칠 '차이나 리스크' 해법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지난달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쇼크’에 가까운 3분기 경제성장률(6.5%) 성적표를 발표하자 ’차이나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성장률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린 중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 문제라고 진단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경제성장률에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중국 지도부는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려 하지만 중국 경제 둔화는 내재적인 요인에 의해 점점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중국 경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향후 안정적으로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목소리도 중국 내에서 흘러나온다.

최근 중국의 경제일간지인 징지르바오(經濟日報)는 "중국의 경제 체제가 투자와 수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내수 확대와 소비를 바탕으로 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중국 경제는 외부의 어떤 압력도 발전 동력으로 전환시키고 공급 측 구조 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의 중산층은 4억명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이라며 “빈곤 구제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중국 중산층 소비 규모는 2020년 6조8000억달러에 달해 미국을 추월할 전망”이라고 역설했다. 중산층의 성장으로 중국 경제의 기초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당국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구조조정과 각종 개혁 조치들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중·고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기 하락으로 인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둔화는 '과잉이 과잉을 낳은' 결과로 볼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후진타오(胡錦濤) 정부는 과거에 그랬듯 재정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것은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면서 중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부채 문제는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경기둔화에도 빚을 갚기 위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여기서 '중국식 자본주의'의 민낯과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시장)가 커서 어른이 됐는데 엄마(정부)는 여전히 아이 다루듯 한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시진핑(習近平)  1인 권력체제로의 전환은 속도를 내고있다. 

중국은 국가 자본주의 경제 프레임을 채택하고 있다. 1991년 12월 소련의 붕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를 양분해 온 서방의의 자유주의 경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상극에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이 끝나면서 부활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실권을 쥐고 있었다. 그는 개혁·개방 노선에 입각한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덩샤오핑이 영도하는 중국 공산당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일컫는 국가 자본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9년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을 선언한 후 중국은 공산당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결합시키는 모델을 채택했고 그 효용성을 입증했다.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국가 자본주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 보다 몇가지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장점은 시장을 조정하고 지배하는 국가의 힘으로 강력하고 빠르게 경제발전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인프라 정비, 도로 개설, 공단 건설을 위해 마을을 통째로 이동시킬 수 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구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국의 법률시스템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정부의 지원도 받는다.

반대로 약점도 있다. 가장 큰 약점은 갈수록 효율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관(官)이 정하면 민(民)이 따르는 모델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노출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국가 자본주의는 국민에게 과실을 충분히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지배자층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중국의 만연한 부패,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강력한 정부 리더십을 바탕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던 ’중국식 자본주의’가 이제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시스템은 아직 달라지지 않아 문제들이 표면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알고는 있지만 ’경제의 재균형’을 가능하게 할 준비와 역량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중국의 상황이 특수하다고 해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내세워 국가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일이 언제까지 정당하다고는 볼 수 없다. 중국식 자본주의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에는 이제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정치·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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