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1.04 06:00
한화 직원들이 인쇄가 완성된 새해 점자달력을 재단, 타공하기 위해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한화그룹)
한화 직원들이 새해 점자달력을 재단, 타공하기 위해 옮기고 있다. 점자달력은 점자의 손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판과 인쇄를 제외한 대부분의 과정을 수작업을 진행한다.​​​​​​ (사진제공=한화그룹)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오늘(4일)은 한글점자가 아흔두 번째 생일상을 받는 날이다.

한글점자를 최초로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이 6점형 한글점자인 ‘훈맹정음(訓盲正音)’을 발표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기 위해 '점자의 날'이 제정됐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교육기관인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부임한 박 선생은 "조선 사람이  일본점자로 공부할 수 없다"는 각오로 연구에 몰입한지 3년여 만에 한글점자를 창안하는데 성공했다.

한글점자를 활용, 사회에 적극 소통할 수 있게 된 시각장애인들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가족도 부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기술 개발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도 발달했다. 점자정보단말기가 대표적인 예다. 이 기기는 교육 및 사무 기능은 물론 녹음, 계산, 인터넷까지 가능하다. 

반면 정보기술(IT)의 발전과 함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위해 카페나 패스트푸드점마다 무인결제시스템인 '키오스크'가 급증하는 추세다. 곳곳을 돌아봐도 음성으로 메뉴를 안내하거나 주문자의 음성을 인식하는 기능을 갖춘 터치스크린을 찾기 힘들다.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관련 기능을 집어넣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시작장애인들은 홀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스마트폰과 관련 기기를 중심으로 음성인식 서비스가 차츰 늘어나면서 점자책이나 점자달력 등은 쇠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시작장애인들은 사회보험료 고지서를 받아도 점자가 없어 그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도 무슨 약을 복용해야 할지 확인할 수도 없다. 이처럼 점자를 익히더라도 점자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점자를 배우려는 시각장애인이 줄어드는 추세다.  한글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사용하는 문자인 한글점자를 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한화그룹이 매년 무료로 배포하는 점자달력은 의미가 자못 크다. 한화그룹은 지난 1일 점자의 날을 앞두고 '2019년 사랑의 점자달력' 5만부를 제작, 미리 신청한 300여개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단체와 개인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1급~6급 모두가 이용할수 있도록 달력의 숫자 크기와 농도 등을 보완하고 절기와 기념일, 음력 날짜까지 점자로 별도 표기했다고 한다.

이 사업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9년째 지속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첫 해 5000부 제작을 시작으로 매년 부수를 늘려 2009년부터는 5만부를 벽걸이형과 탁상형 2가지 형태로 구분해 각각 2만5000부씩 제작하고 있다. 올해 발행한 달력까지 포함하면 누적 발행 부수가 무려 72만부에 달한다. 이를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산의 높이(8848m)와 맞먹는다.

특히 달력에는 ‘눈 감아도 보이는 여섯 개의 친구가 있어 나는 외롭지 않다’ 등의 메시지를 실어 시각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여섯 개의 점으로 구성된 점자가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점자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행복한 삶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까지 담은 것이다.

점자달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오늘과 내일, 모레라는 날짜 개념을 확고히 심어줄 수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하고 준비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송암 박두성 선생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라 할 수 있다. 한글은 영어 등 외국어의 범람과 줄임말 성행, 맞춤법 파괴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점자는 더욱 사정이 나쁘다. 점자달력을 통해 점자의 저변을 확대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인생을 계획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려는 한화그룹의 배려와 정성이 돋보인다. 차별 없는 문화를 전파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게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한화그룹의 점자달력이 앞으로도 지속되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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