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03 07:00

글로벌판매 뒷걸음질에 선행기술 부재…"노사갈등 해소하고 정부 정책지원 시급"

(사진=쌍용자동차)
(사진=쌍용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극심한 판매 부진에 허덕이던 국내 완성차업계가 지난 10월 판매량이 일제히 반등하며 오랜만에 웃었다. 하지만 판매회복은 개소세 인하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인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바닥을 기고 있는데다 외국계 업체들도 노사갈등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은 물론 정부의 강력한 정책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5개사가 지난 1일 발표한 10월 판매 실적을 보면 최근 이어온 부진을 상당히 털어낸 점이 눈에 띈다. 만년 꼴찌로 굳어졌던 르노삼성차는 전달 대비 1947대나 더 많이 판매해 한국지엠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쌍용차는 올해 처음으로 월간 1만대를 돌파했고, 한국지엠도 순위는 떨어졌지만 전달 대비 11.3% 판매가 늘었다. 내수시장을 이끄는 현대‧기아차도 전달 대비 각각 26.3%와 28.8%씩 껑충 뛰었다.

그간 꾸준히 실적지표가 뒷걸음질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안을 뜯어보면 아직 넘어야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지난 3분기 1% 초반의 충격적인 영업이익율을 기록한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안방 호랑이’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선 독보적인 가격경쟁력과 가성비를 무기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사정이 다르다. 폐쇄적인 국내 시장과는 달리 수십개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는 해외시장에선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단적으로 현대차는 지난달 해외시장에서 총 34만1872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자체가 수요 감소에 따른 저성장 국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획기적인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심화되는 판매감소를 막아낼 길이 없다는 이야기다. 현대차는 SUV와 고급차 등 수요가 증가하는 차급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 발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대형차급의 점유율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데 뒤늦게 큰차를 투입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대형SUV 펠리세이드의 출시를 이제야 준비하고 있고, 기껏 출범시킨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미국시장의 실패로 사실상 ‘내수형’으로 전락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현대‧기아차는 1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던 과거 실적에 얽매여 자만심에 빠진 듯 하다”며 “특히 미래차 선행기술이 부족해 미래에 대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르노삼성 QM6가 유럽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르노삼성 QM6가 유럽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르노삼성차)

나머지 쌍용차, 르노삼성차, 한국지엠 등 외국계 완성차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각 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작 1~2종의 주력차종에 내수실적을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내수 3위인 쌍용차는 지난달 총 1만82대를 팔았지만 이 가운데 렉스턴스포츠가 4099대, 티볼 리가 3910대다. 2종의 판매량을 더하면 8009대에 달하는 반면 코란도C 등 나머지 차종은 시장입지를 완전히 잃었다. 같은 기간 8814대를 판매한 르노삼성차 역시 QM6(3455대)와 SM6(2155대)의 판매에 의존했다. 한국지엠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3731대가 판매된 스파크는 전체 실적의 절반에 가까운 45%를 홀로 담당했다. 특히 스파크는 가격이 낮은 경차라는 점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기아차의 독과점 구조를 오히려 경쟁사들이 부추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 같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부진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차 협력사 가운데 절반 가까운 업체가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그보다 사정이 어려운 2‧3차 협력사는 줄도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위기에 부품업계는 정부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경영난 완화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완성차업계는 판매 부진에도 견딜 수 있지만 영세한 부품업계는 버틸 수 있는 힘이 없다”며 “실제로 울산 등 자동차가 주력인 지역경제 전체가 침체기로 들어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가 다시 살아나려면 전반적인 체질 개선은 물론 정부의 ‘특단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는 매번 반복되는 소모적인 갈등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정부는 적극적인 투자 활성화 정책을 지원해 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에 대응해야한다는 이야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는 자동차업계의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중재역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투자의욕을 꺾는 규제일변도 포지티브 정책도 하루속히 걸러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완성차업체도 일관된 정책을 기반으로 전기차 등 경쟁력 높은 신차를 개발하는 등 모두의 혼연일체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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