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03 06:30

충분히 넓은 실내공간에 첨단편의사양 적용…비싼 중형SUV의 합리적 대안

스포티지 더볼드. (사진=박경보기자)
스포티지 더볼드.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내 SUV 시장이 레저 열풍을 타고 급속히 확대되며 기존 세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SUV 시장은 지난 2013년 29만4000대 수준에서 올해 49만8000대(추정)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만에 약 70% 가까이 급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 준중형 SUV 시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준중형SUV 시장은 5년 전 10만8000대 규모였지만 매년 감소세를 보이더니 올해엔 7만8000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준중형 SUV의 입지가 떨어진 이유는 중형SUV와 소형SUV 사이에 끼인 애매한 차급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소형 SUV시장은 5년 전보다 무려 1100%나 폭증했고 중형SUV 역시 올해 24만7000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 7월 출시된 스포티지 더 볼드는 ‘샌드위치’ 신세가 된 준중형 SUV시장을 다시 일으켜 세울 기대주다. 기존 스포티지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 스포티지 더 볼드는 얼굴을 새롭게 고친 것은 믈론 심장까지 바꾸는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차세대 파워트레인인 스마트스트림을 품고 연료효율을 개선한 데 이어 동급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사양까지 새로 적용했다. 시장입지 회복을 위해 단단히 재무장한 셈이다.    

스포티지 더볼드의 내장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스포티지 더볼드의 내장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이번에 만난 신형 스포티지 시승차는 아쉽게도 R2.0 디젤모델이다. 주력트림이 될 1.6 스마트스트림 D1.6이 아니긴 했지만 아쉬운 대로 운전석에 올랐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내부 디자인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고급감’이다. 테두리와 화면의 경계가 없는 8인치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더욱 고급스러워진 버튼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시승차는 내장 색상이 브라운으로 구성돼 고급감을 한층 부각시켰다. 준중형세단인 아반떼가 내부를 값싸게 보이는 플라스틱 내장재로 뒤덮었다면 준중형SUV인 스포티지는 더 높은 가격만큼 인테리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현대‧기아차 특유의 높은 직관성이 반영된 점도 칭찬하고 싶다. 스티어링 휠에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크루즈콘트롤, 미디어, 볼륨, 메뉴 버튼 등이 밀집해 있고 센터페시아에도 오디오와 공조버튼들이 찾기 쉽게 구성돼 있다. 다른 외국계 국산차들은 특정기능을 사용해야 할 때 설명서를 읽어 봐야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차는 설명서가 없어도 다양한 기능과 버튼을 사용하기 편리하다.        

스포티지 더볼드의 외장 디자인.(사진=박경보기자)
스포티지 더볼드의 외장 디자인.(사진=박경보기자)

외부 디자인은 페이스리프트 모델답게 한층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기존 스포티지의 스포티한 젊은 감성은 유지하면서도 LED 안개등 등에 변화를 줬다. 후면부에서는 새로워진 그래픽으로 바뀐 테일램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옆모습에선 역동적인 디자인의 알로이 휠이 신형모델임을 강조시켰다. 

다만 요즘 나오는 신형 SUV들과는 달리 여전히 문짝이 사이드스커트를 덮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주행시 사이드스커트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 하차 시 차량의 먼지나 오물이 바지에 묻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차량의 지상고가 높다보니 내릴 때 다리가 차체가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포티지의 주행감각을 알아보기 위해 시동을 걸고 한적한 자유로로 차량을 이끌었다. 직접 주행해보면 스포티지의 차체에 2.0 엔진은 과분하다고 생각될 만큼 동력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다. 2.0 디젤엔진에 8단 파워트레인을 맞물린 스포티지의 거동은 생각보다 훨씬 날렵하고 민첩했다.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0kg.m의 힘을 내는 스포티지 2.0은 정지상태에서 출발시 간혹 ‘휠스핀’을 내기도 했다. 액셀레이터를 살짝만 깊게 밟아도 타이어가 ‘끼리릭’하고 비명을 내질렀던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그 때마다 VDC(차체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해 틀어진 차체균형을 잡아준 점도 눈에 띄었다. 

다만 스포티지의 8단변속기는 액셀레이터를 깊게 밟았을 때 수시로 단수를 내리며 엔진회전수(알피엠)을 올렸는데,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이 때문인지 정속 주행시엔 상당히 정숙하지만 속도를 조금만 높여도 껑충 오른 알피엠만큼 엔진음도 같이 커진다. 높은 속도에 걸맞는 거친 엔진음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티지 더볼드의 실내공간. (사진=박경보기자)
스포티지 더볼드의 실내공간. (사진=박경보기자)

신형 스포티지의 백미는 단연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능이다. 이제 현대‧기아차의 반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듯해 보였다. 스포티지는 운전 중 손발을 쓰지 않더라도 앞차와의 거리 유지는 물론 차로유지가 가능하다. 특히 이 기능은 구간단속 구간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자유로 최고 속도인 90/h에 설정하니 급격한 코너구간을 만나지 않는 이상 2~3는 충분히 스스로 주행해냈다. 물론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는 각도가 커지면 여지없이 “핸들을 잡아달라”는 경고가 뜬다.   

특히 한적한 밤길을 지날 때는 기본 적용된 하이빔 보조(HBA)가 시야확보에 대단히 유용했다. 기본 상향등으로 설정돼 앞차랑 가까워지거나 맞은편에서 차량이 다가오면 알아서 하향등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되는 기능이다. 

다만 그간 스포티지가 지적받아 온 이른바 ‘눈뽕’이 개선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헤드라이트를 켠 채 운전석에 앉으면 윗급의 SUV보다도 조사각이 높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운전자 입장에선 시야 확보에 유리하겠지만 앞 차 운전자는 마치 상향등과 같은 눈부심을 겪게 돼 자칫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 총평
하지만 ‘애매하다’는 말은 다른 말로 ‘절충점’이라는 말도 된다. 물론 소형SUV와 중형SUV의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러나 준중형SUV는 소형SUV는 너무 작고 중형SUV는 부담스러울 소비자 입맛에 딱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워진 스포티지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소형SUV는 내부공간이 절대적으로 협소하지만 스포티지는 성인 5명이 타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아 패밀리카로 적격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첨단·편의사양을 적용했고 동력성능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특히 가장 중요한 가격도 1.6모델 기준으로 2366만원~2989만원에 책정돼 기본 2763만원에 판매되는 싼타페보다 약 400여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충분히 넓은 실내공간에 각종 첨단편의사양을 갖추면서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셈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소비자들도 기아차 라인업 가운데 스포티지를 가장 많이 고른 것 아닐까.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