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1.28 14:35
경북궁 경내에 있는 장안당의 모습이다. '당(堂)'은 공개적인 장소로서 멋지게 짓는 건축의 하나다. 그런 건물로부터 나온 말이 '당당하다' '위풍당당' 등이다.

네모에 번듯함을 추구했던 게 과거 동양의 집 모습이다. 대개 남북으로 난 축선을 따라 동서남북의 방위에 맞춰 집을 짓는데, 그 가운데 가장 공개적인 장소이며 전체 건물의 중앙에 놓이는 집채가 바로 당(堂)이다. 굳이 말하자면, 주택 전체의 중심이자 상징이다.

적장자를 중심으로 펼치는 종법(宗法)의 그물망을 제대로 구현한 옛 중국의 주택은 반드시 이런 구조를 지닌다. 가운데 있는 정방(正房)이 곧 이 堂(당)이라는 건축물에 들어서며, 이곳에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 거주한다. 나머지는 제가 지닌 집안의 신분과 위계(位階)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나뉘어 생활한다.

문헌에 따르면 한(漢)나라 이전에는 이곳을 ‘堂(당)’이라 적었고, 그 이후에는 ‘殿(전)’이라 표기했다고 한다. 그와는 상관없이 이 건물은 당옥(堂屋) 또는 정옥(正屋) 등의 이름으로 남아 여전히 ‘전체 주택의 본채’ ‘무리의 핵심’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우리말에 ‘당당(堂堂)하다’라는 표현은 예서 나왔다. 전체 주택의 핵심으로 가장 번듯하고 그럴 듯하게 짓는 건물, 게서 우러나오는 ‘우뚝함’ ‘자랑스러움’ ‘번듯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 앞에 바를 정(正)이라는 글자를 반복해서 쓰면 바로 ‘정정당당(正正堂堂)’이다.

변 사또가 옥에 있던 춘향이를 끌어다가 매질하던 곳이 바로 동헌(東軒)이다. 조선시대 일반 관청의 본채 건물이 들어 있던 곳을 말한다. 이 동헌의 헌(軒)은 원래 앞이 높고 뒤가 낮은 수레를 뜻하는 글자였다가, 나중에는 처마 등이 높은 건물을 형용하는 말로 정착했다. 그 모습이 우뚝하고 높아 모든 집채의 으뜸이라, 우리는 그 글자를 빌려 ‘헌헌장부(軒軒丈夫)’라는 말을 만들었다. 모습이 장대하고 듬직한 사내를 형용하는 말이다.

요즘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바라보며 떠올려 본 단어들이다. 대통령 시절 위풍(威風)이 ‘당당’하기 그지없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재직 시절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돈 제 때 환원치 않아 마주친 인생 노년의 곤경이 혹심하다. 돈 잃는 것이야 둘째다. 끝까지 부여잡고 놓지 않았던 재물 때문에 염치까지 잃어 명예가 땅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집의 모양새를 보며 당당함과 헌헌함을 새겼던 동양의 옛 사람들은 사실 그 집의 외형에만 눈길을 두지 않았으리라. 집의 생김새를 보면서 그를 마음속으로 닮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찌 전 전 대통령만 탓할 수 있으랴. 우리 사회에서 당당하며 헌헌한 멋진 사람 누굴 꼽을 수 있을까. 아서라, 말아라, 손가락만 괜히 뻣뻣해진다.

 

<한자 풀이>

堂(집 당): 집, 사랑채를 우선 뜻한다. 아울러 마루와 대청의 의미도 있다. 옛 종법사회에서 당은 곧 같은 할아버지를 둔 친족을 가리켰다. 남의 어머니를 이를 때 쓰기도 한다.

殿(전각 전): 궁궐의 전각 등을 우선 이른다. 아울러 궁궐의 의미도 있다. 원래는 큰 집의 의미였다고 봐야 할 것. 임금을 칭할 때 쓰는 ‘전하’라는 말도 예서 나왔다. 진압하여 평정하다는 뜻도 있다.

正(바를 정)

軒(집 헌): 집 또는 처마 네 귀퉁이에 있는 큰 서까래를 가리키는 추녀의 뜻. 아울러 집의 처마라는 새김도 있다. 원래는 앞의 치장 부분이 위로 솟고 뒤가 낮은 수레를 가리켰다. 난간과 집에 낸 창의 뜻도 있다.

 

<중국어&성어>

堂屋 táng wū: 주택 전체의 핵심 건물. 正房 zhèng fáng 이라고도 한다. 집의 중심이다. 한국의 경우보다 중국은 주택의 중심 건물에 관한 집착이 높다.

堂堂正正 táng táng zhèng zhèng: 우리말의 정정당당과 같다. 순서가 다르니 유의하시길.

仪(儀)表堂堂 yí biǎo táng táng: ‘仪(儀)表’는 겉으로 드러난 사람의 모습, 또는 그 분위기 등을 일컫는다. 그 모습과 분위기가 당당함을 가리킨다.

堂而皇之 táng ér huáng zhī: 皇이라는 글자는 ‘황제’의 뜻과 함께 크고 웅장함의 의미도 담고 있다. 따라서 크고 우람하며, 떳떳하고 웅장한 모습의 형용이다. 문장에 자주 쓰이는 성어다.

冠冕堂皇 guān miǎn táng huáng: 冠冕은 옛 왕조 시절 제왕이나 관리들이 머리에 쓰는 모자의 명칭이다. 그 모습이 당당하며 우뚝하다는 표현. 겉모습이나 분위기가 대단한 사람, 또는 밖으로 세운 명분 등이 당당한 경우 등을 가리킨다. 자주 쓴다.

轩(軒)然大波 xuān rán dà bō: 우리식으로 풀자면 ‘집채 만 한 파도’다. 위협적으로 머리를 (집의 처마처럼) 번쩍 치켜들고 덤벼드는 파도, 또는 물결. 눈앞에 닥치는 커다란 위협을 가리키는 성어. 매우 자주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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