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8.11.06 01:00

노태원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 연구팀

연구진은 강유전체인 티탄산바륨(BaTiO3)과 강자성체인 스트론튬루테네이트(SrRuO3)을 차례로 쌓아올린 이종접합 구조에서 스커미온의 존재를 확인했다.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 물질 연구단 연구팀이 강유전체와 강자성체를 차례로 쌓아올린 하이브리드 물질에서 스핀이 소용돌이치는 ‘스커미온’ 입자를 발견했다.

금속이 아닌 강유전체를 이용한 스커미온 구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를 이용해 스커미온의 밀도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하며 차세대 자성 메모리 소자의 새로운 응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커미온은 자성체 내부에서 형성되는 소용돌이 모양의 스핀 구조체를 말한다.

전자스핀이 나선형으로 배열된 형태로, 스커미온의 생성과 소멸에 따라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본 구조인 ‘1’과 ‘0’을 만들어낼 수 있다.

쉽게 소멸되지 않아 안정적일뿐더러 기존 자성 정보소자보다 약 100만 배 적은 전력으로 작동하고, 크기도 수 나노미터(nm) 수준으로 작아 차세대 고정밀‧저전력‧초소형 전자소자의 기본 단위로 각광받고 있다.

스커미온을 실질적인 정보소자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크기 100nm 이하의 초소형 스커미온을 구현하여 단위 면적에 많은 스커미온 입자들을 배치해 저장용량을 높여야 한다. 스커미온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스커미온이 존재하는 자성체들이 여럿 발견됐지만,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물질은 드물었다.

연구진은 금속성과 강유전성을 모두 나타내는 새로운 이종접합 구조 물질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스커미온의 존재를 확인했다.

강유전체인 티탄산바룸(BaTiO3)과 자성체인 스트론튬루테네이트(SrRuO3) 박막을 차례로 쌓아올린 이종접합 구조를 제작한 뒤, 자기장에 따른 저항을 측정했다.

이 과정에서 스커미온을 가진 물질에서 흔히 나타나는 ‘비정상 홀 효과’를 발견했다. 비정상 홀 효과는 외부의 자기장이 없어도 자체 스핀에 따라 전자가 가해진 전기장에 수직한 방향으로 휘어져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스커미온의 크기를 직접 측정하기 위해 중국 고자기장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자기력현미경(MFM)을 이용한 측정 결과, 스커미온이 각각 100nm 이하의 크기를 가지는 초소형임을 확인했다. 스커미온의 크기가 작을수록 한정된 면적에 많은 입자들을 배치할 수 있어 전자소자의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강유전체의 특성을 이용해 인접한 자성체의 스커미온 특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음도 증명됐다.

강유전체는 전기를 이용해 분극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종접합 구조에서는 강유전체의 분극이 자성체의 격자구조에 영향을 주고, 최종적으로 스커미온의 밀도를 제어할 수 있다.

분극의 방향이 위를 향하면 자성체에 유도되는 스커미온의 밀도가 높아지고, 아래를 향하면 스커미온의 밀도가 낮아진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강유전체의 특성을 활용해 스커미온을 제어한 것으로, 전기를 걸어 손쉽게 스커미온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스커미온이 형성되기 위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메커니즘을 증명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이 향후 스핀트로닉스 소자 등 스커미온을 이용한 정보 소자를 만드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태원 단장은 “국내외 연구자들이 협력을 통해 이룬 성과로, 앞으로도 개방적 연구를 통해 전 세계 과학계가 주목할 만한 우수한 연구 성과들을 배출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물질 분야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 머티리얼스 온라인 판에 6일 게재됐다. 

노태원(왼쪽부터) 연구단장, 왕 링페이 연구원,  이기훈 연구원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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