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06 14:13

[본지 단독인터뷰 ㊤] 하부영 "광주형 일자리는 포퓰리즘"
선행기술 없는 현대차, 미래 IT회사의 하청사 전락 우려
전기차시대 열리면 조립인원 40%까지 구조조정 당할 판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6일 오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6일 오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 울산=박경보 기자] 하부영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장은 6일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패권주의에 기반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표를 의식한 정부가 억지로 일자리를 늘리려한다는 게 하 지부장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자동차업계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새로운 공장 건설이 아닌 기존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밥그릇 나누기' 정책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투자를 놓고 노사간 대립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노조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회견 직후 뉴스웍스와 단독으로 만난 하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국내 자동차산업에 몰고 올 파장을 크게 우려했다.

하 지부장은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 시대로 가는 시점에서 자동차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오히려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생산능력은 약 1000만대에 육박한다“며 ”현대차는 선행기술도 없어 미래엔 IT업체들의 하청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대적 변화로 자동차 수요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현대차와 정부는 공장을 늘려 일자리를 얻겠다는 근시안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 지부장에 따르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공유경제 시대가 본격화되면 완성차 수요물량은 현재보다 60%나 줄어들 전망이다.  

그는 이어 “정부와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에서 연간 10만대 규모의 1000㏄ 미만 경차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내년 1월이면 현대차 울산 3공장에서 경형SUV가 생산될 예정인데 여기에 또 경차가 생산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사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지엠의 핵심 차종인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공장과 동희오토가 OEM 방식으로 모닝을 생산하는 서산공장이 특히 위험해진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경차시장은 14만대 수준인데 또 다시 10만대 수준의 공장을 새로 만들면 기존 노동자들의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게 현대차 노조의 일관된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하 지부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들이 왜곡돼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의 부당함을 언급했다. 

그는 “현대차 노조의 연봉이 8000만원이고 광주형 일자리는 반값인 4200만원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현대차 생산직의 초봉은 5000만원인데 광주형 일자리보다 16%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언론이 사실을 호도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것은 노조의 '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 국내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도 거듭 강조했다. 

이어 하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국내 노동환경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독일의 아우토 5000을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며 “독일 사례는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삭감했는데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시간에 대한 언급없이 ‘임금삭감’에만 몰두해 있다”고 비판했다.    

또 “광주에 저임금 공장이 들어서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노동자 임금을 낮춰 기업을 유치하려 들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지역별 임금격차 발생은 물론 임금은 더욱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는 헌법과 노동 3권을 제한하고 있어 더욱 용납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광주형 일자리는 설립 후 5년간 단체교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 지부장이 내놓은 일자리 대책은 ‘창출’이 아닌 ‘밥그릇 나누기’다. 제조업, 특히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존 노동자의 일감을 나누는 방식으로 푸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이야기다.   

하 지부장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신산업이 확장되고 있어 양적인 성장은 한계에 직면했다”며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을 넘어 40시간 이하로 줄여 일감을 나눠주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 주도로 미래차 산업에 대응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 지부장에 따르면 전기차 시대가 되면 현재의 엔진, 변속기 등이 필요없게 돼 조립인원의 30~40%는 구조조정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들은 국가 주도로 신산업 분야에서 재교육시켜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이다. 

하 지부장은 “지난 9월 10일 금속노조가 개최한 국제 심포지움에서 독일 노동사회부 차관을 만났다”며 “독일은 전기차 시대로 약 1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국가 주도로 신산업 분야 첨단기술 통합 작업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각 제조사들의 기술개발 역량을 정부가 한 데 모아 경쟁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전략이다.  

그는 이어 “미래차 분야에 대한 첨단기술 육성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이라며 “우리 정부도 광주에 공장을 만들 것이 아니라 미래차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산업단지를 조성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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