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07 05:30

[본지 단독인터뷰 ㊦] "노동유연성 지적에 공감…과잉인력 감축 속도조절 필요"
"국내 차산업 위기는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노조에만 책임전가 말아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6일 오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6일 오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 울산=박경보 기자] ‘귀족노조’ 프레임이 붙은 현대차 노조에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노조는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발전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별회의록에 명시된 ‘직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을 내년에 삭제하는 것이 그 첫 단추다. 특히 하부영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것은 ‘기득권 사수’를 위한 것이 아닌 위기에 놓인 국내 자동차산업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6일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뉴스웍스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11년 합의했던 별도회의록에 명시된 직원자녀 우선채용 관련 조항을 내년 임단협을 통해 폐기하기로 대의원들과 뜻을 모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조항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아 사실상 폐기된 상태이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삭제하겠다는 게 하 지부장의 설명이다.

특히 하 지부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비효율성'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개선작업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현대차 노조는 경직된 단체협약과 교섭으로 회사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하 지부장은 “노동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말은 부정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특정 인원이 생산공정을 이동할 때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운을 띄웠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들이 생기게 된 데는 사측의 ‘폭력적’ 관리가 배경이었다는 설명이다.

하 지부장은 “과거 사측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사람은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힘든 공정에 옮겨다니곤 했다”며 “이처럼 현재의 단체협약은 과거부터 이어왔던 사측의 폭력적 관리의 징표”라고 강조했다. 사측의 생산직에 대한 횡포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방패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또 하 지부장은 과잉인력에 대한 감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산직이 크게 늘어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 급증한 불법파견과 관계가 있다”며 “당시 진행된 대규모 구조조정 직후 회사는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사용하자는 고용안정 방패막이론과 함께 비정규직 사용을 거부하는 현장을 설득하기 위해 20~30%의 비정규직을 추가로 투입하면서 과잉인력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20여년 간 과잉인력이 고착화돼 있어 단기간에 해결하기에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하 지부장은 정년퇴직을 통해 인력 감축을 연착륙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퇴직자가 내년 1000명, 내후년 1500명 등 꾸준히 발생한다”며 “정년퇴직으로 발생하는 빈자리에 일부만 신규채용하는 방향에 대해 대의원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지부장에 따르면 이미 노사는 미래차 시대를 맞아 2025년에서 2030년 사이 급격히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인력감축에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 지부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노동자보다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다단계 하도급 착취, 최저입찰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조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생산직 임금에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수익성은 왜 낮은가”라며 “국내 공장이 비효율적이라며 임금절감만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이 크게 떨어진 것도 엔진과 에어백 등의 결함으로 5000억원 가량의 품질비용이 반영된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이라며 “이 같은 문제는 조립품질이 아니라 설계 탓인데 모든 것을 노동자의 책임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광주형 일자리 추진단과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는 지난 외환위기 시절 노동법 개정과 전교조 합법화 등을 약속해놓고 아무 것도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똑같이 들러리만 세워놓고 많은 것을 빼앗으려 할 것이라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정서”라고 일갈했다.

이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확산되면 나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은 모두 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정작 진짜 많이 가진 자본들은 자기 것을 내놓지 않은 채 노동자간 임금격차만 강조하며 착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저지투쟁을 결의했다. 노조는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조만간 열릴 확대운영위원회에서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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