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06 17:04

SK그룹 회장 "북한에 공장 세우기보다 미래도시 구축해야"
"유망산업엔 별 관심 없어…고객데이터 분석과 통합 중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그룹)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인프라가 거의 구축되지 않은 청정지역인 북한에 공장과 아파트를 세우기보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미래도시'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에 대한 투자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 후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5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아시안 리뷰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에는 에너지, 교통, 물류, 관광 부문 등 새로운 경제모델과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북한에서 공유경제, 전기차, 신재생에너지를 시도하는 것을 꿈꿔본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SK그룹이 6일 밝혔다.

전기차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를 공유해 그 누구도 자가용을 살 필요가 없는 미래도시에 대한 관심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향후 그룹의 미래사업 중 하나로 에너지 솔루션 부문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언급,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북한의 사업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성은 무한하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때가 온다"고 대답했다.

북한이 경제개방을 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면) 동아시아는 한반도, 일본, 중국, 러시아를 아우르는 하나의 경제 구역으로 통합될 수 있다"며 "현재 일본은 섬 국가이며 북한과 남한은 분단돼 섬의 형태를 하고 있어 지역 내 소통을 막고 있다. 북한의 개방은 동아시아의 문호를 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남북으로 사람이나 물건이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러시아 동부로부터 중국 동북 3성에 이르는 지역에 큰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며 "북한의 경제 개방이 실현돼 북한 내 비즈니스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경우 동북아시아의 잠재력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과의 협력도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잠재력에도 주목했다. 그는 "(북한은) 전기자동차를 공유하거나 모든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는 등 기존 인프라를 갖춘 우리와는 다른 형태의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간 (그런 때가) 올 것이고, 이는 SK에도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개방되면) 한일 간 산업협력도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북한은 미래도시 구축을 위한 테스트베드(시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북한에 대한 투자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북한은 늘 남한과 하나의 민족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말해왔지만, 지금은 북한에 대한 투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최적의 타이밍은 아니다"며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수행원 그 누구도 투자나 협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SK의 다음 성장동력을 묻는 질문을 받고 "유망 산업분야가 어디냐에는 최근 별로 관심이 없다"며 "내 관심은 '고객'과 '기술'"이라고 답변했다. 기존 고객과 잠재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정확히 알아 내는 '디테일'에 향후 성장 여부가 달려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자사에 기술이 없으면 제휴를 해서라도 고객에 도움되는 솔루션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제휴전략, 마케팅도 기술"이라며 "인공지능(AI)도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고객을 알기위해 벤처투자를 하고 필요 시 인수도 한다"고 언급했다. 

유망하게 바라보는 분야로 기존 산업인 에너지와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에너지 솔루션'을 꼽았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물론 가정에서까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SK그룹이 영위하는 에너지와 통신사업을 결합한 '에너지 솔루션' 부문의 잠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어 그에 따른 생존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20세기 초 미국과 영국의 권력다툼이 50년간 지속된 것을 감안하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30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새 시대에 살아나갈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SK의 성장 전략에 대해서는 "고객의 니즈(요구)를 이해하기 위해 SK가 영위하는 사업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합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미·일 컨소시엄이 인수한 일본 반도체업체 도시바메모리에 대해서는 SK가 당분간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SK가 향후 도시바메모리를 홀로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반도체 회사로서 파트너십은 필수적이며 특히 연구개발 부문에서의 협력은 언제나 준비돼 있다"며 "지금이 SK하이닉스와 도시바메모리의 신뢰성 있는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할 최적기"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와 도시바메모리가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확장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은 미국의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 주도로 특수목적사 '판게아(K.K.Pangea)'를 설립,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 도시바메모리 인수자금 총 2조엔(약 19조5000억원) 중 3950억엔(약 3조8500억원)을 출자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메모리가 발행하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경우 지분 15%를 확보할 수 있다. 

그룹의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도 "내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 '뭐 하고 있냐, 바꿔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회사가 스스로 생각하고 투자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나는 경영자에게 '회사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코치"라고 대답했다. 

그룹 내에서 본인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는 "상당한 시간을 '사람 만들기'에 쏟고 있고 강의를 하거나 젊은 사원들과 프로그램을 짜는 일 등을 하고 있다"며 "그룹의 진로는 나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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