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07 15:28

동남아 하루 평균 모빌리티 이용건수 460만건…글로벌 3위 수준
현대기아차, 그랩과 손잡고 미래차시장 '게임체인저' 될지 주목

그랩에 공급될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사진제공=현대자동차)
그랩에 공급될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기아차가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인 ‘그랩’에 역대 최대 규모인 2억5000만달러(약 284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그랩과 손잡은 이유는 신흥시장인 동남아시아의 입지를 확대하고 전기차와 모빌리티라는 미래차 핵심시장을 동시에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동남아시아는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ICT를 활용한 서비스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특히 차량 공유경제 시장이 급속히 확대돼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은 약 460만건으로 차량 공유서비스 선진시장인 미국의 500만건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같은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업체는 단연 그랩이다. 그랩은 규모 면에서 중국의 디디(DiDi), 미국 우버(Uber)에 이어 글로벌 차량 공유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랩은 2012년 설립된 이후 동남아시아 카헤일링 서비스 시장에서 높은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동남아 8개국 235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그랩은 설립 이후 누적 25억건의 운행을 기록하는 등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그랩은 카헤일링 분야에서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 키워나가고 있다. 라스트마일 음식 및 소포 배달사업을 비롯해 모바일 결재 시스템 ‘그랩페이’ 각종 금융 서비스 등 사업을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같은 그랩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잇따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디디가 그랩의 주요 주주이며 최근 마이크로 소프트도 그랩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그랩과 협력관계를 강화한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차량공유 업체들과 손잡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미국-유럽-아시아를 잇는 '모빌리티 비즈니스 밸트'를 구축해 미래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진영을 갖췄다.

현대차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이오닉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벌이고 있고 아태지역에서는 인도 카셰어링 업체 레브, 국내 라스트마일 배송 전문업체 메쉬코리아, 동남아시아 그랩, 중국의 라스트 마일 운송수단 배터리 공유 업체 임모터, 호주의 P2P 카셰어링 업체 카넥스트도어 등에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11일에는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인 미고에 투자하기로 했다. 기아차 역시 최근 국내와 스페인 마드리드에 차량 공유서비스 ‘위블(WiBLE)’를 선보였다.

이처럼 현대차가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은 이 분야가 자율주행시대의 최대 수요처가 되기 때문이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업계에 따르면 운전자 개입이 필요없는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시기는 2030년 경이다. 차량 운행에 운전자가 필요 없어지면 무인택시는 물론 무인택배, 차량호출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 같은 서비스는 운전기사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전혀 소요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30년이 되면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 규모가 6조7000억달러(약 7396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기준 3조5000억달러(약 3864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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