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1.28 16:42
서울 경찰 기마대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 늠름히 서 있다. 경찰이나 검찰은 '살피는(察)' 일을 근간으로 삼아 사회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는 나라 운영의 핵심 기관이다. <서울지방경찰청 홈페이지>

요즘 검찰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 축첩이니, 혼외의 아들이니 불명예스러운 단어들과 함께 말이다. 그 검찰이라는 단어,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검사하여 살피는 일’로 나와 있다. 그렇지만 위법이나 탈법의 사례를 적발하는 행위, 즉 검거(檢擧)에 이어 그 대상자의 잘못 유무를 깊숙이 살핀다(察)는 게 원래의 엮음으로 보인다.

경찰(警察)도 그런 뜻에서 살펴볼 글자의 조합이다. 경계하다는 뜻의 ‘警(경)’이라는 글자와 살핀다는 뜻의 ‘察(찰)’이라는 글자의 합성이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검찰은 사법(司法)적 차원의 살핌이고, 경찰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치안(治安) 차원의 살핌이다.

그 ‘察(찰)’은 사전적으로 보면 ‘자세히 살핌’ ‘거듭 살핌’의 뜻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영문도 모른 채 남에게 당하는 일이 가장 어리석다. 그를 피하려면 주변의 상황을 잘 살펴야 좋다. 눈으로 사물이나 상황을 좇으면서 살피는 일이 관찰(觀察)이고, 시찰(視察)이겠다. 공무원의 행위가 적법한지를 따지며 살피는 일이 감찰(監察)이자 독찰(督察)이다. 사법 기관의 공무원이 일반인 뒤를 잘못 캐다가 얻어맞는 ‘민간인 불법 사찰(査察)’도 그 한 행위다.

아무튼 상황의 앞뒤를 자세히 헤아려 옳고 그름의 시비(是非), 착함과 못됨의 선악(善惡)을 제대로 가린다면 얼씨구나 좋을 일이다. 그래서 밝게 살핀다는 뜻의 ‘명찰(明察)’이라는 단어가 있고, 그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훤히 그 속을 꿰뚫는다는 의미의 ‘통찰(洞察)’이라는 단어도 나왔다.

그렇다고 남만 살피면 뭐하나? 제 속을 깊이 살펴 행위에 진정성과 신중함을 얹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나온 단어가 ‘성찰(省察)’일 것이다. 이 단어의 두 글자 모두 ‘살피다’의 뜻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省(성)’은 ‘반성(反省)’의 의미로 진화했다. 외부로 나돌기만 하는 살핌의 시선을 안으로 돌려 스스로를 살피는 행위다.

성찰이 충분해야 깨끗한 시선으로 대상을 살피고, 깨끗한 칼로 시비와 선악의 경계를 끊을 수 있다. 이는 비단 검찰의 문제만은 아니다. ‘察(찰)’이라는 글자 들어가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 이 시대의 공무원들에게 먼저 필요한 일이 그 ‘성찰(省察)’ 아니면 달리 무엇일까.

 

<한자 풀이>

檢(검사할 검): 검사하다, 조사하다, 단속하다, 말리다. 봉함 또는 법식(法式) 등.

察(살필 찰): 살피다, 알다, 살펴서 알다, 자세히 생각해보다, 자세하다, 밝고 자세하다, 조사하다, 드러나다, 널리 알려지다. 밝다, 똑똑하다.

警(깨우칠 경, 경계할 경): 깨우치다, 깨닫다, 총민하다. 경계하다, 조심하다, 경보(警報)하다, 주의하다, 경보(警報), 경비.

觀(볼 관)

視(볼 시)

査(조사할 사): 조사하다. 찌꺼기. 풀명자나무. 뗏목. 사돈.

洞(골 동, 밝을 통): 골, 골짜기. 고을, 마을, 동네. 굴, 동굴. 깊다, 그윽하다. 비다, 공허하다/(통) 밝다, 통하다, 통달하다.

省(살필 성, 덜 생): 살피다, 깨닫다, 명심하다. 관청, 관아. 마을. 대궐/(생) 덜다. 허물. 재앙.

 

<중국어&성어>

观(觀)察 guān chá: 관찰하다.

检(檢)察 jiǎn chá: 적발된 사람과 행위 등을 조사해서 살피다. 우리의 ‘검찰’과 같은 뜻으로도 쓴다.

督察 dū chá: 경찰의 감독 기관, 또는 감독하고 조사하는 일.

洞察 dòng chá: 우리의 ‘통찰’ 쓰임새와 동일하다. 훤히 꿰뚫다.

省察 xǐng chá: 성찰하다. 특히 자신의 행위와 생각을 되돌아보는 행위를 일컫는다.

水至清则(則)无(無)鱼(魚),人至察则(則)无(無)徒 shuǐ zhì qīng zé wú yú ,rén zhì chá zé wú tú: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말이다.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물고기가 그 안에 살 수 없고, 사람이 지나치게 (사리 등에) 밝으면 친구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察’은 밝거나 똑똑하다의 새김 외에 ‘지독하게 따지거나 살피다’는 ‘苛察(가찰)’의 뜻도 있다.

明察秋毫 míng chá qiū háo: 가을에 가늘어진 동물들의 작은 털까지 살피는 시력을 형용한다. 아주 작은 것까지 꿰뚫는 안목이나 시력 등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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