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6.01.28 16:48

신세계그룹의 사업 확장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말 재수 끝에 따낸 서울 시내면세점은 오는 5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장에 문을 연다. 최근 몇 년새 편의점, T커머스 등 새로운 유통 카테고리에 진출했으며 식품, 화장품 등 제조업까지 발을 들여놨다. 패션업체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 명품 수입, 국내 내셔널브랜드 인수에 이어 이마트 브랜드를 대리점 브랜드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신세계는 오는 2023년까지 매출 88조원, 투자 31조4000억원, 고용 17만명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어서 정용진 부회장-정유경 사장 등 ‘정 남매의 왕성한 식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사업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신세계그룹은 28일 올해 전체 투자규모를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조1000억으로 정했다. 지난해 그룹 전체 투자규모가 3조5000억원보다 약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기존 유통사업의 경우 올해 신세계백화점의 대표 점포인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증축이 예정돼 있고 대구점과 김해점을 잇따라 오픈한다. 약 1조원이 투자되는 복합쇼핑몰 하남유니온스퀘어까지 올해만 5개 대형 점포 오픈이 예정돼 있다.

 

◆‘식품업계 M&A 큰손’ 신세계푸드 5조 회사로 키운다

최근 유통·소비재 시장의 트렌드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제조·유통·서비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등 모든 것이 융합된다는 것이다.

유통기업인 신세계는 제조업과의 경계를 허물고 식품과 화장품 제조업에 진출했다. 특히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은 식품, 동생인 정유경 사장은 화장품 사업을 총괄하고 있어 남매경영이 제조업에서도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모양새다.

신세계푸드는 가정간편식 자체브랜드(PB)인 ‘피코크’의 성장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보다 40%나 늘었으나 연매출로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신세계푸드의 콘텐츠가 단체급식 사업에서 외식업에 이어 가정간편식까지 확대되면서 신세계백화점ㆍ이마트ㆍ위드미 등 유통채널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워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오는 2023년까지 매출 5조원 회사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말 임원인사에서 이마트 출신으로 대거 교체하는 등 ‘이마트 DNA’를 심고 있으며 정 부회장도 이마트 성수동 본사의 비밀연구소에 매주 두차례 방문해 피코크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리고 있는 ‘피코크’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충북 음성에 제2음성식품가공센터를 완공했으며 장기적으로 해외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이미 지난해 10월 2개 업체를 인수해 식품업계의 M&A 큰손으로 떠올랐다.

냉동만두 제조업체인 세린식품(매출 130억원)을 품에 안았고 스무디킹코리아 국내 105개 전점포와 베트남사업권을 180억원에 인수했다. 스무디킹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 등의 유통채널에 입점시킬 경우 상당히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식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식뷔페 올반, 펍 데블스도어, 프리미엄푸드코트 그래머시홀 등을 공격적으로 출점한 결과 단체급식 사업보다 외식 사업 매출 비중이 더 커졌다.

 

◆화장품 제조 통해 중국시장까지 넘볼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말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50대 50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고 화장품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인터코스는 샤넬, 랑콤, 에스티로더, 디올 등 전세계 300여 개사와 거래하는 글로벌 1위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이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경기도 오산 가장산업단지 내에 생산공장과 R&D(연구개발) 혁신센터를 만들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색조와 스킨케어 전문가로 R&D 부서를 꾸려 아시아인을 겨냥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유통·브랜드’ 강자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터코스의 ‘제조’를 만나 중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인터코스와 손잡고 한국 시장을 발판으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12년 ‘비디비치’ 인수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신세계는 그동안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사업권을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을 확장해오던 터에 세계 최고수준의 제조 기반까지 갖추면서 패션과 뷰티 사업을 중요한 성장축으로 삼게 됐다.

 

◆홈쇼핑과 다름없는 T커머스도 진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7월 드림앤쇼핑의 지분 70%을 인수해 ‘신세계쇼핑’으로 이름을 바꾸고 T-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T커머스는 텔레비전과 상거래를 결합한 말로, TV 시청 중에 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전용 리모컨을 이용해 상품정보를 확인하고 구매까지 마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이다. 생방송을 할 수 없다는 점만 빼면 홈쇼핑과 큰 차이가 없다.

TV홈쇼핑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비해 T커머스 시장은 2014년 790억원에서 2015년 2500억원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PTV가입자가 최근 5년간 연평균 35%씩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T커머스 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현대 등 경쟁업체에 비해 홈쇼핑 채널이 없던 신세계가 사실상 홈쇼핑과 다름없는 T커머스에 진출하면서 경쟁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는 백화점, 이마트 등 막강 유통 채널을 활용해 SK-II, 랑콤 등 명품 브랜드를 대거 편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백화점, 이마트의 기존 유통망을 십분 활용해 T커머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T커머스를 경험하게 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킴스클럽에도 관심...유통 카테고리 없는 게 없다

정용진 부회장이 매물로 나와있는 이랜드그룹의 킴스클럽에 관심을 보여 1조원대 킴스클럽 인수전에 이마트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 부회장이 얼마전 킴스클럽 강남점을 방문한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염탐중’이라는 글과 매장 사진을 게시했기 때문이다.

신세계 측은 아직 그룹차원에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세계의 인수 가능성은 낮지 않다.

이미 신세계는 2011년 이랜드로부터 킴스클럽마트(SSM·기업형 수퍼마켓) 54개점을 인수했다.

이번에도 신세계가 킴스클럽을 인수할 경우 단기간에 유통망 확장이 가능해진다. 최근 1인가구 및 맞벌이 부부 증가로 근린형 점포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는 점포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 이외에 이마트 및 트레이더스(156개), 슈퍼마켓인 에브리데이(195개), 프리미엄아울렛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3년말 편의점 ‘위드미’(당시 89개)까지 인수해 유통 카테고리는 거의 없는 게 없을 정도다. 특히 위드미는 후발주자로서 차별화하기 위해 로열티(가맹점수수료), 365일 24시간 영업 방침, 중도해지 위약금 등이 없는 ‘3무 정책’을 적용해 2년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중국 실패 만회한다...베트남서 글로벌 승부수

이마트는 지난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오픈한 이래 중국 매장이 한때 28개까지 늘기도 했지만 2011년 1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쌓이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중국 점포를 접기 시작했다. 추가 폐점은 않겠다던 남은 8개도 연내 1~3개 추가 폐점 방침이 흘러나오면서 중국 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가 중국 시장 실패를 뒤로하고 다시 한번 글로벌 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말 베트남 1호점인 호치민 고밥점을 오픈, 베트남에 글로벌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베트남 진출은 중국에 마지막으로 매장을 연지 4년만이다.

중국 사업 실패 이후 그동안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해온 이마트는 절치부심 끝에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베트남을 선택했다. 베트남의 성공 여부에 따라 라오스·인도네시아·미얀마 등으로 진출할 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베트남이 글로벌 사업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베트남은 롯데마트가 이미 11개 점포를 열고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어 유통 라이벌인 롯데와 해외 시장에서도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신용등급 강등...자금조달 문제 없나

신세계의 왕성한 투자 의욕이 신용등급에는 반비례한다.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른 재무부담으로 계열사 신용등급이 줄줄이 내리막길이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20일 신세계의 장기신용등급에 대해 등급은 'AA+'를 유지했지만 유통업황 부진 속에서 투자부담 확대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며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사 역시 신세계의 무보증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AA+(부정적)’로 부여했다. 여기에다 면세점 신규 오픈 부담을 안고 있는 신세계조선호텔, 불리한 사업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등도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지난해 9월 결정된 인천 송도 복합쇼핑몰 개발, 11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의 재무부담이 주원인이다. 더욱이 내수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올해 새로 문을 열게 되는 신규 점포들의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랐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은 “경기불황이지만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정공법을 택했다”면서 “회사채 발행, 자산유동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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