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8.11.10 07:0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현재 ‘만 65세’인 노인연령기준을 높이는 문제가 7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라 65세 이상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정부의 재정부담 등을 감안해 노인연령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책추진은 헛바퀴를 돌고 있다. 정부가 이달 중으로 발표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에도 노인 연령 상향 목표치를 명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에 노인 연령기준을 정의한 내용은 없다. 다만 노인복지법상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무료운임 혜택 등을 주도록 하고 있다. 기초연금도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5만원씩 지급된다.

이처럼 ‘노인’을 규정하는 기준 나이가 65세가 된 것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짠 1964년부터다. 전례 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54년째 요지부동이다.

노인연령기준을 올리자는 제안은 2012년 등장했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노인 연령 기준을 70∼75세로 높이겠다며 중장기 전략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어 박근혜정부도 2016년 12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정년·연금 수급 연령과 함께 노인 연령 기준을 조정하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노인 기준 연령 조정에 나서는 것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대한노인회도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문제를 공론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생산가능인구 상한선을 높여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여망이 담겨있다.

전문가들도 생산가능인구 상한선을 높이면서 정년을 추가로 연장하는 쪽으로 제도를 함께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노인연령기준을 높여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면 세금을 낼 인구가 늘어나 정부 재원이 증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주장들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으로 살아야 날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길게 일하는 것이 좋고, 예전과 다르게 충분히 사회생활을 영위할 정도로 육체·정신적으로 건강해 65세 나이를 노인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실제 65세 전후의 사람들에게 노인이라고 부르면 좋아할 사람이 거의 없다. 일자리만 있으면 더욱 길게 일할 자신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노인연령기준을 높이는데 별다른 성과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결정적인 이유는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노령층 표심’이 흔들릴 우려 때문이다.

현재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부터 기초노령연금 수령 나이, 지하철 무임승차까지 모두 ‘65세’라는 나이에 맞춰져 있다. 만약 이를 변경해 복지 혜택을 받던 노인들이 대상에서 제외되면 정부에 대한 비판과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 수준인 노인 빈곤율이 노인 연령 기준 상향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그냥 방치할 문제도 아니다. 노인연령기준 상향이 민감한 ‘정치 사안’이라고 해도 신체·정신적으로 건강한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다음 세대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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