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8.11.08 09:52

11월14일 '세계 당뇨병의 날' 한국당뇨협회 임영배 이사 특별기고

한국당뇨협회 임영배 이사
한국당뇨협회 임영배 이사

언제부터인지 갑자기 체중이 줄고, 시력이 떨어진 듯 해 병원에 갔더니 당뇨병이란다. 혈당계는 300이상을 가리키고 있다.

갑작스럽게 당뇨병 진단을 받은 A씨는 충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혈당 수치가 높다고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당뇨병은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악화되는 질환이다.

우선 혈당이 높으면 모든 혈관을 흐르는 혈행에 장애가 시작된다. 혈액이 걸쭉해지면서 가는 혈관이 몰려있는 곳부터 막혀 당뇨병성망막증, 콩팥병, 족부궤양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몰려온다. 그러다가 큰 혈관이 있는 심장의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을 위협한다. 결국 생명을 위협하는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없으니 별 것 아닌 질환으로 치부하고 치료에 소홀하게 되는 것이다.

2016년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의하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으로 진단된 환자는 500만명이 넘는다. 또 식사 전 혈당수치를 알려주는 공복혈당장애자는 무려 871만 명으로 추정됐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까지 증가했다가 감소하는 양상이지만 문제는 젊은층이다. 공복혈당장애로 진단받은 고위험군이 30대에서만 130만 명을 넘는다.

공복혈당장애의 진단기준은 ▶의사로부터 당뇨병을 진단받은 적이 없고 ▶경구용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며 ▶검진에서 공복혈당이 100~125㎎/dL이면서 당화혈색소 6.5%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2016년 기준으로 당뇨병 및 공복혈당장애를 보이는 성인은 1372만 명으로 추정된다. 남자는 793만 명, 여자는 579만 명이 이 범주에 해당된다. 인구 3~4명 중 1명꼴, 즉 가족 중에 1명 이상이 당뇨병 환자 또는 공복혈당장애자라는 얘기다.

이들은 모두 당뇨 합병증에 노출돼 있다. 중장기적으로 눈이 멀거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며, 혈액투석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암과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 발생률도 높다.

안타까운 것은 소득이 낮은 계층의 당뇨 유병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치료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방치하면 가정과 사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당뇨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오해를 바꿔야 한다. 사람들은 당뇨병이 개인의 생활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잘못된 식생활과 운동부족으로 생겼으니 당뇨병 환자만 탓하게 되고, 이들은 자신을 비관하면서 당뇨병을 숨기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40% 이상의 환자가 치료받지 않고 있으며, 또 치료 받고 있는 환자의 26% 정도가 우울증에 시달린다.

당뇨대란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당뇨병을 예방하고, 합병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당뇨병 관리수준(2013-2016년 통합)은 낙제점이다. 당뇨병을 가진 성인 10명 중 6명만이 자신의 질병을 알고 있고, 이들 중 치료를 받는 경우는 절반을 조금 넘었다. 4명 중 1명만이 당화혈색소 6.5% 미만이었다.

당뇨병 유병자 전체(미진단자 포함)를 기준으로 하면 43%가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다. 치료 받는 사람 중 인슐린 치료자는 5.2%, 경구혈당강하제만을 사용하는 환자 51.5%, 비약물요법 0.2%로 나타났다. 이를 진단을 받은 환자로 국한했을 때는 치료받지 않는 경우는 9.2%, 인슐린 치료를 받는 경우 8.3%, 경구혈당강하제만을 사용하는 경우는 82.3%였다.

당뇨병은 환자 개인 또는 가족의 문제일까. 당뇨병으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고, 국가와 가정경제에 파탄을 불러온다. 

11월 14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당뇨병연맹(IDF)이 공동으로 제정한 ‘세계당뇨병의 날’이다. 가족이나 정부의 관심에서 벗어나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수백만명의 환자를 생각하면서, 한국당뇨협회의 역할과 국민의 관심이 더욱 절실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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