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8.11.08 13:36

바르토슈 그쥐보프프스키 UNIST 교수, 크리스티아나 칸델 그쥐보프스카 UNIST 교수 연구팀

그 중 전이 암세포의 위치를 시간에 따라 기록한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냈다. 작은 움직임을 반복하다 이따금씩 먼 거리를 갑자기 이동(점프)하는 ‘레비워크’를 보였다. 비전이 암세포의 위치를 시간에 따라 기록한 그래프(오른쪽)와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비전이 암세포의 이동은 비슷한 길이의 작은 움직임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전이 암세포는 작은 움직임을 반복하다 이따금씩 먼 거리를 갑자기 이동(점프)하는 ‘레비워크’를 보였다. 비전이 암세포의 이동은 비슷한 길이의 작은 움직임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그림제공=기초과학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포식자가 먹이를 찾아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이동하는 전략을 전이 암세포도 구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암전이를 막는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외국인 부부 연구자가 전이 암세포의 이동 전략인 레비워크를 통계적으로 규명해 공동교신저자로 함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와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카 연구위원은 오랜 시간 암세포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암세포가 레비워크 방식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통계적 분석으로 확인했다.

국제 공동 연구진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 걸린 살아있는 쥐에서도 전이 암세포의 레비워크 이동을 관찰했다.

전이 암세포는 비전이 암세포에 비해 빠르게 확산하고, 방향성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는 전이 암세포가 비전이 암세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동 전략을 취한다는 추측이 있었으나 정확히 밝혀진 적은 없었다.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대량으로 기록하는 것도 어려웠으며 데이터를 모은다 하더라도 레비워크를 구분해 낼 분석법과 시뮬레이션 모델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IBS를 비롯해 미국, 폴란드 연구자로 이뤄진 국제 공동 연구진은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실험법을 새로 고안했다. 보통 2차원 접시에서 이뤄지던 세포 실험을 1차원으로 단순화했다. 실제 몸속에서도 세포가 섬유질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세포가 앞뒤로 움직일 트랙을 유리 평면 위에 구현했다.

트랙 외에는 금과 자기조립단층(SAM)을 입혀 세포가 붙지 않고 트랙 안에만 머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방법은 세포의 방향 전환 시점과 한 걸음의 크기를 정확히 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6개의 다른 종류의 세포(전립선암, 유방암, 피부종양의 전이 세포와 비전이 세포)를 최대 16시간 동안 추적해 세포 한 종류 당 5000~2만 개의 위치 데이터를 얻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해석은 IBS 콘스탄틴 폴레브 연구위원이 개발한 모델을 토대로 이뤄졌다.

폴레브 연구위원은 “멱함수 분포, 절단된 멱함수 분포, 아카이케 가중치, 다양한 모델을 연구 및 적용한 결과 전이 암세포가 나타낸 움직임의 누적 빈도분포가 레비워크를 나타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 살아있는 쥐 피부에 흑색종 세포를 도입하고, 고해상도 현미경을 사용해 전이/비전이 세포의 이동을 관찰했다. 기록을 토대로 구역을 나눠 양적 분석을 시도한 결과, 종양 부위에서는 전이·비전이 세포 모두 빽빽하게 위치해 세포 간 충돌이 잦았지만, 종양 부위로부터 멀어지자 전이 암세포의 경우 방향성을 갖고 빠르게 이동함이 관찰되었다.

그쥐보프스카 연구위원은 “비전이 암세포가 확산운동을 하는 반면 전이 암세포는 레비워크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규명했다"라고 말했고,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세포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는 연구는 세포생물학의 강력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31일자에 게재됐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교수, 크리스티아나 칸데레-그쥐보프스카 연구위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왼쪽) 교수, 크리스티아나 칸데레-그쥐보프스카 연구위원 <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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