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민영빈 기자
  • 입력 2018.11.08 16:47

사내 메신저 '하이톡'-도청 앱 '아이지기' 함께 깔리는 수법으로
직원 가족간 문자부터 은행 잔고 내역까지 모두 감시 대상

(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뉴스웍스=민영빈 기자] 불법 영상물 유통의 장으로 밝혀진 웹하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실소유주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양진호 회장이 회사 내 직원들을 불법 도청·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8일 공개한 보도에 따르면 양진호 회장은 회사 직원들의 개인 휴대폰에 해킹 툴을 심어 감시하고 사찰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 회장이 불법 성인물 유통, 직원 폭행과 엽기적인 가학 행위 등을 자행해도 어떻게 회사 직원들을 입막음하고 통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날 위디스크 핵심 관계자 A씨는 직원을 사찰한 증거들을 공개하며 “문자, 사진, 영상, 통화 녹음 등 6만 건이 넘는 개인적인 것들을 도청하고 수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의 개인 휴대폰에 베타 버전(테스트 버전) 앱을 설치해 관리자용 휴대폰과 연동되게 했다”며 “관리자 모드는 양 회장을 비롯한 극소수의 임원들, 일부 개발자들만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A씨는 “양 회장이 직원들의 휴대폰에 (이 도청 앱을)몰래 설치했다”며 “사내 메신저인 ‘하이톡’을 개발해 그 안에 도청 앱인 ‘아이지기’ 프로그램을 숨겼다”고 강조했다. 즉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인 하이톡을 깔기만 하면 도청 앱인 ‘아이지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직원 개인 휴대폰에 깔리는 것을 이용한 셈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도청 앱 ‘아이지기’ 프로그램이 내부 감시나 도청용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아이지기’ 프로그램은 위디스크 계열사였던 뮤레카가 2009년 개발하던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을 유해물로부터 보호하고 건전하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PC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상용화를 염두하고 만들었지만 상용화되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을 양 회장이 다른 개발자를 시켜 아이지기 프로그램의 스마트폰 버전을 만들도록 지시할 때 나타났다. 양 회장은 이 때 다른 기능인 ‘도청 기능’까지 심어 개발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양 회장은 ‘몰카 제국의 황제’로 자신에게 드는 반기에 대해 끊임없이 사찰하고 감시해 온 것이다.

양 회장은 도청 프로그램 ‘아이지기’를 통해 직원들의 개인 정보를 수만 건 이상 수집했다. 통화내역 3만 4000건, 주소록 3만 2000건, 문자 2만 7000건, 통화녹음 3000건 등 관리자 모드에 차례대로 정리 돼 있었다. 그 중에는 가족 사이의 대화 내용, 신용카드사용 내역, 입금 내역 및 은행 잔고 내역, 진료 기록 등 개인의 사생활 정보도 여과 없이 들어가 있었다. 직원들의 개인 정보가 실시간으로 털리고 있었던 것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도청’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질문하자, 위디스크 전직 직원은 “회사에 양 회장이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소문이 한 번 돈 적이 있었다”면서도 “그게 어떤 앱이고,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어서 삭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직원들은 “많은 직원들의 정보가 다 있다는 거 아니냐”면서 “통화도 녹음 돼 있냐”고 경악했다. 

양 회장은 이 같은 수법으로 자신의 아내 C씨의 휴대폰도 들여다 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2013년 사무실에서 양 회장 무리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던 대학교수 D씨(양 회장의 전 부인 C의 대학동기)는 “양 회장이 내게 C와 주고 받은 문자 화면을 캡처해 보냈다”며 “당시 양 회장이 C의 휴대폰이 자신의 명의로 돼 있어 감청이나 녹취 등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즉 양 회장 스스로가 타인의 휴대폰을 도청한 사실을 실토한 대목이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양 회장의 지시로 도청용 ‘아이지기’ 프로그램을 제작한 개발자에게도 연락했다. 하지만 그는 취재진에게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제가 개발자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지 않냐”고 취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 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8일 오전 7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르면 이날 중으로 양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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