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1.10 06:00

까르띠에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공기처럼 가벼워 보여"

마스터 그란데 트래디션 그란데 컴플리케이션 (사진=예거 르쿨트르 홈페이지)
마스터 그란데 트래디션 그란데 컴플리케이션 (사진=예거 르쿨트르 홈페이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플라잉 뚜르비옹에 이어 '보는 즐기는 맛'을 배가하기위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극진한 정성이 투입된 뚜르비옹들이 쏟아지는 시대다.

자체 축에 따라 돌아가는 것은 물론 다이얼의 중심에서 회전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 오비탈(orbital) 뚜르비옹이다.

일반적인 뚜루비옹보다 정확성 향상에 더 크게 기여하는 바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통상 아워 휠(hour wheel) 등에 관련 장치를 올려 이같은 효과를 얻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오비탈 뚜르비옹은 회전을 통해 한 시간 등 특정한 주기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가 제작한 '마스터 그란데 트레디션 그란데 컴플리케이션(Master Grande Tradition Grande Complication)' 모델은 천구에 각종 별자리를 표시한 스카이 차트 금속판(sky chart disc) 위에서 23시간56분4초마다 한바퀴를 돈다. 별을 묘사한 뚜르비옹이 천문학적으로 항성일(sidereal day)을 알려준다. 항성일이란 춘분점을 하나의 별로 생각했을 때 지구의 자전에 의해 춘분점이 자오선을 경과한뒤 다시 같은 자오선에 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평균 태양일(24시간)보다 다소 짧은 23시간56분4.0905초이다.

로통드 드 까르띠에 아스트로미스터리 바게트 (사진=까르띠에 홈페이지)
로통드 드 까르띠에 아스트로미스터리 바게트 (사진=까르띠에 홈페이지)

이와 다소 유사한 것이 까르띠에(Cartier)에 내놓은 아스트로 미스터리 센트럴 뚜르비옹(Astro mystery central tourbillon)이다.이스케이프먼트(escapement)와 밸런스 휠(balance wheel)뿐만 아니라 메인 기어 트레인(main gear train)과 배럴(barrel)로 구성되었다는 특성을 갖는다. 무브먼트 전체를 한시간에 한 번 돌아가는 센터 휠(center wheel) 위에 놓인 크리스탈 판(crystal plate)에 고정시켜 미스테리한 효과를 연출했다.

까르띠에는 홈페이지에서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공기처럼 가벼워 보이는 무브먼트"라며 "고정된 동시에 움직이고 보이는 동시에 보이지않는 아스트로 미스터리는 기존의 사고력을 전복시켰다"고 자평했다. 고유번호가 부여된 리미티드 에디션(100개)으로 국내 시판가격은 3억1300만원이다.

손목시계에 뚜르비옹이 늘 수평으로 있으면 본연의 효과가 감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해 나온 것이 기울어진 뚜르비옹(inclined tourbillon)이다. 뚜르비옹을 약간 경사지게 설치한 것이다.

로버트 그뢰벨과 스테판 포시라는 두 사람의 시계장인이 각자의 성을 따 설립한 그뢰벨 포시(The Greubel Forsey)의 뚜르비옹 24초 모델은 경사진 뚜르비옹이 24초마다 1회전 한다. 

축을 여러 개로 늘려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제품도 적지않다. 이렇게되면 무브먼트 내부의 기어 효과로 인해 내부 축은 가장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외부 축은 다소 늦게 돌아가게 된다. 경사진 뚜르비옹이란 아이디어처럼 이스케이프먼트를 특정 평면에 오래 놓아두면서 초래하는 오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이론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문제는 축을 늘릴 경우 더 복잡해지고 무게가 늘어나며 크기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메인스프링(main spring)에서 전달받아야할 토크(torque)의 수요가 그만큼 커진다. 축이 여러 개인 다축 뚜르비옹이 안정성을 갖추려면 기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을 활용해야한다. 매우 복잡한 디자인을 거쳐 고난도의 조립과정을 거쳐야만 제대로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진품이 나올수 있다. 시계장인에게 고난의 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성공한다면 명예는 물론 돈도 뒤따른다.

 

마스터 그란데 트래디션 자이로뚜르비옹 3주빌리 (사진=예거 그쿨트르 홈페이지)
마스터 그란데 트래디션 자이로뚜르비옹 3주빌리 (사진=예거 르쿨트르 홈페이지)

예거 르쿨트르가 내놓은 자이로뚜르비옹(Gyrotourbillon)은 2축(double-axis) 뚜르비옹이지만 3차원 케이지(cage)안에서 회전한다는 점에서 다른 회사 제품들과 차이가 크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력으로 제작돼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무게를 줄이기위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매스터 그란데 트래디션 뚜르비옹(Master Grande Tradition Gyrotourbillon)은 외형상 부품을 이어주는 브릿지가 보이지 않는다. 경사진 뚜르비옹 형태를 취한다. 

3축(triple axis) 뚜르비옹도 살펴보자. 카베스탕(Cabestan)이 제작한 3축 뚜르비옹은 전세계에서 회전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안쪽의 뚜르비옹은 17초마다 1회전한다. 두번째는 매 19초,세번째는 매 60초에 1회전한다.

해리 윈스톤(Harry Winston)이 제작한 히스토리 드 뚜르비옹 9는 다이얼 중간 하단에 세개 축으로 회전하는 케이지를 설치했다.  2009년부터 발매가 된 히스토리 뚜르비옹 시리즈의 최신 작품이다. 

히스토리 드 뚜르비옹 9 (사진=유로파스타  홈페이지 캡처)
히스토리 드 뚜르비옹 9 (사진=유로파스타 홈페이지 캡처)

독립시계제작자로 유명한 비아니 할터(Vianney Halter)가 만든 딮 스페이스 뚜루비옹(Deep Space Tourbillon)은 호화로운 3축 뚜르비옹을 돔으로 덮은 형태이다. 스타트렉 시리즈에 나오는 딮 스페이스 나인 정거장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우주에 있는 다른 지적 생명체에게 인간의 조건을 설명하기위해 제작했다는 것이 할터의 설명이다. 길이와 높이,넓이에다가 시간 등 4차원을 묘사했다고 주장한다. 

뚜르비옹 케이지는 크로스 바(crodss bar) 위에서 40초마다 1회전한다. 크로스 바는 대형 요람(cradle)위에서 6분마다 돌아간다. 크래들은 30분에 1회전한다. 위에서 보나 옆에서 보나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명품이다.  부가가치세를 포함,유럽 판매가격은 26만4000 유로(3억3790만원)수준이다.

고급 기계식시계(Fine Watch)에 관심이 큰 부유층 매니아들에게 이처럼 더욱 아름답게 설계된 뚜르비옹은 제작원리를 파헤치고 싶은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자 일상생활의 번뇌에서 벗어나 시름을 잊게하는 소중한 친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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