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08 18:02

"재판부가 기업 경영상황만 고려하고 노사간 약속 생각안해"

(사진=뉴스웍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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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최근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소송 제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재계는 핵심쟁점인 ‘신의칙’을 법적‧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해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과거 정부 지침과 관행에 따라 노사간의 자율적인 합의가 있었다면 이를 신뢰를 인정하고 신의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8일 ‘통상임금 신의칙 정책 세미나’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었다. 이날 경총은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후에도 현장의 분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유로 당시 판결이 통상임금에 관한 노사 합의와 관행을 결정적 요소로 고려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당초 노사가 합의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도록 제도를 운영했는데 갑자기 판례가 변경돼 거액의 예기치 못한 채무를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사법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경영상황을 신의칙 요건 중 하나로 본 것도 문제 삼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지난해 8월 31일 기아차 노조원 2만7459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1조926억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 기아차는 노동자 2만7000여명에게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해당 금액은 소송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임금채권 청구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최근 3년치 임금이다. 당시 재판부는 기아차가 주장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보고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총은 “만약 신의칙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외부적 사법분쟁의 결과에 따라 회사가 예상치 못한 거액의 비용을 부담해야 된다면 기업의 국제경쟁력에 치명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에게 과거 통상임금 합의에 대한 높은 신뢰가 있다면 설사 근로기준법에 따른 추가법정수당 청구라 하더라도 신의칙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기아차 통상임금 사건 판결 등은 신의칙 판단을 위한 핵심 요소를 간과하고 기업의 경영 상황만을 고려해 법관 자의적인 시각에 따라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사정은 사법부에서 정확히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판단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창배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아 기업이 소송에 따른 추가법정수당을 감당해야 할 경우 총 5만5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노동비용 증가는 자동화를 가속화시켜 자동차산업 등 반복업무가 많은 직종에서 일자리 감소 위험이 크다는 우려다.

그는 이어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국가 경제적으로도 16조770억원의 생산이 감소하는 등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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