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8.11.09 18:15

홍 내정자 "우선 경제활력 찾는데 전력...구조개혁 이뤄야 성장지속"
소득주도성장, 몇몇 정책 속도빨라 부작용...보완 필요땐 적극고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투자와 내수 부진, 고용 급감에 곤두박질 치고 있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9일 청와대는 1기 경제팀의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을 경질하고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했다. 

선발투수였던 김 부총리가 투자와 소비, 고용의 만루 실점위기에 몰리자 중간 계투진을 서둘러 등판 시킨 것. 이에 2기 경제팀의 선봉에 서게될 홍 부총리 내정자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홍 내정자는 당장 일자리와 내수 부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특히 지난 1기 경제팀은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짐을 나누어 졌다면 이번에는 고스란히 홍 부총리 내정자의 힘으로 이를 돌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임명된 김수현 정책실장은 사실상 서포트의 임무로 한발 뒤에서 홍 내정자를 도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교체는 결국 최근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우리 경기가 둔화추세라고 공식화했다. 기재부 그린북에도 두 달 째 경기 회복세 문구가 사라졌다. 이날 발표된 그린북에는 산업활동동향이 부진하다고 명시해 사실상 경기 둔화 국면을 인정한 모습이다.

수출 호조 지속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침체되고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2기 경제팀을 맡게 될 홍 내정자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특히 청와대가 최근 투톱 체계에 따른 의견 엇갈림을 의식한 듯 경제정책을 부총리 책임 하에 두는 원톱 체계로 가겠다는 점을 밝히면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날 홍 내정자는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되 바깥으로 표출되는 건 통일되도록 하겠다"며 "김수현 실장과 참여정부 시절에 같이 일한 적이 있는 만큼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고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경제부총리가 중심으로 이끌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 살아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경제팀을 교체하는 만큼 이번 인사는 분위기 쇄신 차원인 것으로도 보인다.

청와대가 홍 내정자에 대해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기대하는 만큼 홍 내정자도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경제정책 추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내정자는 이날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힘을 보탰다. 다만 “몇몇 정책이 속도가 빨라 부작용이 좀 있었다”며 “부총리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민간 의견을 듣고 보완이 필요한 과제가 있다면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출을 제외한 기타 지표가 부진하면서 경제 위기라는 진단이 이어지는 것은 악재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2.7%로 0.2%포인트 내렸다. 이에 2년 연속 3%대 성장은 어려워졌다.

특히 고용 악화 탈출이 쉽지 않다. 인구구조적 요인이 있다곤 하나 전년동기 대비 취업자 수 증가 수는 올해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취업자 증가 규모는 올해 1월에만 30만명대를 기록해 체면치레를 했을 뿐 나머지 달은 모두 15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7월과 8월에는 5000명, 3000명에 불과해 9월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9월 취업자 증가 수는 4만5000명 규모로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부진하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고 내년도 예산으로 22조원을 편성한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출도 올해 사상 최대인 6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나 당장 내년부터는 다소 불투명하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격화될 경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불리하다. 또 우리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향후 다소 침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도체는 지난 10월 단일품목 최초로 수출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 사업이 휘청거리면 수출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홍 내정자는 “우선 경제활력을 되찾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과거와 달리 경제체질을 바꾸고 구조개혁을 이뤄야만 성장경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경제 구조개혁을 완수하는데 역점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총리가 혁신성장의 토대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성과를 내는 것 저의 책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맞는 성장경로를 안정적으로 가게 하고 잠재성장률 경로를 조금 더 위로 끌어올리는 노력, 그와 같은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부총리의 근본미션”이라며 “현장에서 뛰는 야전사령관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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