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1.11 06:3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집 값의 10%로 주택 보유 정책 추진"
"추미애,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불공정한 관리"
"북한, 반미·선군·핵 사라지고 경제집중 노선 전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웍스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민영빈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웍스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민영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인천광역시장을 거쳐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러시아 특사를 거쳐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같은 경력을 지닌 4선의 송영길 의원을 9일 국회의원회관 내 그의 사무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큰 키와 듬직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아우라가 인상적이다. 송 의원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의 '전공'격인 북방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전문가로서의 면모까지 확연히 드러낸 듯하다. 주요 50대 정치 리더 중 한 사람인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 취임을 축하한다. 앞으로 핵심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들은 무엇인가? 북미협상이 늦어지면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구체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단 조직구성은 다 마쳤다. 1000여 명 정도가 참석한 것 같다. 국회의원만도 한 20명이 참석했다. 원외에서도 10명 정도 왔는데 반응은 좋은 것 같다.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에선) 남북경제협력 증진이 가장 중요하다. 북미정상회담이 잘 풀리게 되면 본격적으로 남북협력을 뒷받침하도록 북방경제 연결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위원회와 서로 코웍하기로 했다."

- 최근 "백두산 호랑이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 의미와 배경은.

"갑자기 뜬금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과거 정부에서 2014년까지 추진이 돼왔던 일이다. 축구장 7개 크기의 백두대간 산림원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호랑이가 없어서 지금 텅텅 비어있다. 지금 호랑이 3마리가 있다는데 그 호랑이들은 너무 늙어서 산책도 못 할 정도라고 한다. 그냥 누워만 있는 것 같다. 동물원에 가둬놓고 사육하는 형태가 아니고, 축구장 7개 정도의 면적이니까 뭐 충분히 호랑이가 뛰놀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여건이다. 2300억 원이나 들여서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놓은 것이다. 만들어져 있는데 텅텅 비어있으니까 이것을 활용하자는 것일 뿐이다."

송영길 의원이 인터뷰 도중에 손을 모아 보이는 제스처까지 써가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민영빈 기자)
송영길 의원이 인터뷰 도중에 손을 펼쳐 보이는 제스처를 써가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민영빈 기자)

- 북한에 변화의 움직임이 실제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어떤 흐름이라고 판단하나.

"북한에 변화의 움직임이 실제로 있다.(그러면서 송 의원은 불쑥 자신이 차고 있는 시계를 보여주며 110달러를 주고 북한에서 사 왔다고 자랑했다. 시계의 뒷면도 보여줬다.) 시계 뒷면에 영어로 설명이 기재돼 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북한의 일반 시민들에게도 다 파는 물건이다. (이어 북한에서 가져온 홍보 브로슈어 몇 종류를 본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 브로슈어에는 초현대식으로 지어진 평양의 마천루 빌딩들이 즐비했다.) 이게 북한의 '여명거리' 아닌가. 이거 겉으로 보면 마치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느낌이 든다."

-평양이 아닌 곳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나.

"(미소를 띠며) 안 가봐서 모르겠다. 북한이 힘들긴 힘들다.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에 힘들긴 힘들지만, 생각보다는 어떻게 그런 경제제재 와중에서 이런 것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런 게 대단하다 그런 느낌이다."

-딱 하나만 꼽는다면 북한의 어떤 모습이 가장 변화됐다고 느끼는가.

"(단호한 어조로) 핵 경제 병진노선에서 핵 부분이 사라지고 경제집중노선으로 바뀐 것이다. 반미구호가 없어지고, 선군정치가 없어지고, 반미·선군·핵 경제 병진노선이 지방에서까지 다 사라졌다. 전부 다 경제집중노선으로 바뀐 것이다. 거기 언론도 보면, 실제로 슬로건이 다 바뀌고 발언도 다 바뀌고, 이건 엄청난 변화 아닌가.(이 대목에서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 변화를 우리가 평가하고 견인해야지 다 똑같다고 그러면 뭐.."(작은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 그 동안 저소득층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다. 앞으로 염두에 둘 정책은.

"일단, 집 문제부터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송영길의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실시할 것이다. (송 의원은  '송영길의 누구나 집 프로젝트'라는 자신의 저서를 비서를 시켜 가져오게 한 후, 친필로 '民惟邦本 本固邦寧(민유방본 본고방녕)'이라고 쓴 후 본 기자에게 즉석에서 선물로 줬다.) 이 귀절은 서경(書經)에서 나온 말이다.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번영한다'라는 뜻이다.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이제 곧 착공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본격화될 것이다. (잠시 뜸을 들인뒤) 집 문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집값의 10%만 있으면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다.(송 의원은 저서에서 아파트 전체 소유권을 가진 특수목적회사(REITS)의 자산 지분 구성을 100%로 봤을 때, 국민주택기금에서 50%, 전세자금대출에서 30%, 주식투자하듯 출자하는 출자금 10%를 제외하고 입주자의 순수부담금은 10%로 하겠다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송영길 의원이 맞은 편에 있는 본 기자를 바라보면서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사진: 민영빈 기자)
송영길 의원이 맞은 편에 있는 본 기자를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민영빈 기자)

- 민생경제 지표가 여전히 나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야권의 비난도 거세다. 

"그간 소득주도성장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소득주도성장이 임금 인상에만 의존하는 성장이 돼서는 기업이나 중소상공인들이 버티기가 어렵다. 임금 인상에만 의존하는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지출요인을 대폭 줄여서 가처분 소득을 늘이는 구조로 가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고 생산이 잘되는 선순환이 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내수경제가 아니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대부분 (원자재 수입과 완제품 수출 등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금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 본국 송금액만 늘어난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그런 경제 선순환 논리가 안 맞는 측면이 있다. 단일국 경제 체제도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한 것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그 것을 해결하려면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키워내야 한다.  또 하나는 지금 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고 말하는데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간의 관계가 대단히 취약하다. 연결고리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정책과 설명이 부족하다."

-소득주도성장이 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해야하나.

"(주변에선)  '소득주도성장이 뭐냐'라고 물으면 '박근혜 창조경제가 뭐냐'라고 물었을 때처럼 구체적으로 손에 안 잡힌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성장이 뭐냐'라고 했을 때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8가지를 제시했다. 8대 핵심선도사업이라는 것이다. 8가지 중 5가지를 살펴보자. 스마트팜,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드론,자율주행차이고 나머지는 초연결지능화, 그다음이 핀테크이다. 그런데 스마트팜이 이뤄지면 농민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스마트팩토리는 노동자의 일자리, 스마트시티는 관리인의 일자리, 드론은 조종사의 일자리, 자율자동차는 운전기사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정책이다. 이게 일자리 대통령·소득주도성장과 상호 충돌하는 면이 많지 않나. 이게 도대체 상호 시너지가 되는 것인가. 과거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비판했는데 이런 생각은 지금도 유용하다고 본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그 새로운 산업이 BT 산업 같은 경우이다.  예전부터 소프트웨어 코리아를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고 지난 당대표 선거 때도 이것을 강조했었다. 이런 쪽의 인력은 계속 필요하다. 오히려 이런 인력을 지금 일본, 중국이 계속 데려가고 있다. 이런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유도가 필요하다. 워낙 정부가 경제분야에 대해서 하나의 일관된 체계를 못 갖고 있다. 믹스드 팔러시(Mixed Policy)가 필요하다. 팔러시(Policy)를 믹싱(Mixing)을 잘해서 칵테일을 맛있게 만들듯이 그렇게 해야 하는데 믹싱이 제대로 안 돼서 지금 제대로 맛이 안 나오는 꼴이다. 소득주도성장도 아까 말했듯이 최저임금의 인상에만 의존해서 부딪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집 프로젝트 이런 것을 통해서 주거비를 대폭 낮추고 광주형 일자리 같은 것을 먼저 만들어서 추진하고, EITC(근로장려세제)를 대폭 강화해서 워킹푸어 계층들을 근로의욕을 높이자는 것이다."

송영길 의원은 인터뷰 내내 본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메모했다. (사진=민영빈 기자)
송영길 의원은 인터뷰 내내 본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메모했다. (사진=민영빈 기자)

-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

"교통인프라가 중요하다. 교통인프라가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서울과 부산 라인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발전하게 됐다. 그에 비해 호남고속도로는 너무 늦게 만들어졌다. 취약한 실정이다. 그래서 KTX도 호남 쪽 부분을 강화시켜야 한다. 나주혁신도시에 있는 한전도 에너지 관련 사업을 수퍼그리드와 연결시켜서 집중해서 만들어야한다. 흑산도 공항은 환경, 특히 철새 문제도 있다. (잠시 말을 끊었던 송 의원은 낮은 목소리로) 더구나  30만, 40만 쌍발 여객기 (제조공장을) 가지고는 채산성이 잘 안 나올 것 같다.  새만금 매립지 땅은 기업들에게 거의 공짜로 (쓸 수 있도록 ) 줘야 한다. 국내외를 가리지말고 차별하지 말고 제공해야한다. 30년 내지 50년 무상임대로 한다든지 그래야 투자 유치가 될 것이다."

-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아깝게 졌다. 그 이유는. 

"석패한 이유는 '견제'였다. 우리 당의 대권주자들이 전부 연합해서 이해찬 현 대표를 밀어줬다. (약간 격앙된 어조로) 여기에다가 추미애 대표가 정말 불공정한 관리를 했다. 당 대표 선거이든 대통령 선거건이건 간에 바로바로 투표해야겠더라. 분위기가 좋았는데 선거일 2~3일 전에 국회의원들이나 대권주자들 모두가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해서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전라북도도 저에게 우호적이었는데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노골적으로 지지를 하고 다니면서 이해찬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 정당민주화 및 바람직한 정계개편의 방향은 무엇인가. 

"선거구제 개편이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다. 소선거구제를 폐지하면 시민단체 이런 곳에서도 물갈이가 안 된다. 중진들은 계속 크게 된다. 중대선거구제를 하게 되어 한 지역에서 5명 정도 뽑는다면 그 중진들의 인지도를 신진들이 어떻게 따라가겠나. 물갈이가 안 되는 것이다. 당내에 같은 의원들끼리 경쟁하게 되고 그러면 거기에 따라 계보가 형성되고 계보정치가 강화된다. 같은 당원끼리 경쟁해야한다. 소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하되 권역별 비례대표 즉, 연동형 비례대표로 지지도와 의석 수의 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원론에선 합의한다. 그러려면 지역구를 줄이든지 아니면 의석수를 늘리던지 둘 중의 하나이다. 지역구를 줄인다고 하면 지역구 주민들이 난리칠 것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면 정당 지도부의 사조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정당이 비민주화 돼 있는 이런 나라에서 비례대표는 그 중심파벌들의 나눠먹기가 되기 쉽다."

-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수상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젊다. 급속한 시대변화 흐름 속에서 50대 기수론을 제창하실 것인가. 정치 리더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가장 큰 과제는 '국민이 바라는 바를 누가 응답할 수 있는가'가 일 것이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때, 평화와 경제를 얘기했던 것처럼 평화와 경제가 가장 큰 화두 아닌가. 거기에 하나 더 붙인다면 환경문제가 있을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있다. 평화분야는 그간 북방경제, 남북관계를 통해 쭉 해왔던 것이다. 경제는 '누구나 집 프로젝트'로 먹고사는 문제를 풀어보려고 한다. 환경분야는 제가 인천시장 때 녹색기후기금을 유치했다. 재생에너지 분야와 환경분야의 대안을 마련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천시장 할 때부터 몽고 지방정부와 협력해서 '몽고 숲갖기 운동'을 하고 있다. 고양시, 서울시도 하고 있다. 이걸 대외적으로 좀 더 해야 하고 북한 산림에 대해서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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