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11 06:30

스포티한 디자인에 뛰어난 고속안정성…정속주행시 실연비 '22.2km/ℓ'
4000만원대 저렴한 가격도 무기…가격경쟁력 위해 편의사양 놓친건 아쉬워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박경보기자)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BMW 사태로 국내 수입차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신차 캠리를 앞세운 토요타가 크게 약진하고 있다. 실제로 토요타는 지난 10월 총 1341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증가했다. 덕분에 한식구인 렉서스에 이어 4위에 안착한 토요타는 글로벌시장 최대 적수인 폭스바겐도 제치며 국내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말이 있듯, 토요타는 숨겨놓았던 비장의 무기를 내놓고 더 큰 비상을 노리고 있다. 새로운 무기는 작정한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단히 무장하고 야심차게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름은 아발론 하이브리드. 준대형 수입세단임에도 4660만원의 매력적인 가격표를 달고 국내에 상륙한 아발론은 수입 중형세단은 물론 안방을 점령한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도 칼을 겨눌 기세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 1994년 1세대가 출시된 아발론은 이후 해외시장에서 토요타의 기함으로 자리매김한 차다. 물론 고급브랜드인 렉서스와 내수시장의 크라운 등이 있지만 토요타 마크를 단 차종 가운데 사실상 가장 높은급이다. 하지만 전세대인 4세대 아발론은 준대형 및 대형차의 소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국산차인 그랜저가 가격도 더 저렴하고 첨단옵션이 많았던 데다 상위기종인 렉서스 ES 시리즈와도 가격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던 아슬란과 같은 입지였다.       
 
하지만 올해 열린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첫 등장한 5세대 아발론은 전작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큰 폭의 변화를 감행했다. 스포티해진 외관은 물론 파워트레인, 플랫폼까지 모두 새로워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새롭게 태어난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과연 국내시장에서 전작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까. 

아발론의 성공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시승차에 올랐다. 토요타코리아는 아발론에 꽤나 자신이 있었는지 왕복 345km에 이르는 장거리 미디어 시승행사를 준비했다. 잠실 커넥트 투에서 출발해 중부고속도로와 광주원주고속도로를 지나 강원도 영월 에코빌리지에 도착하는 상당한 먼 거리다.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토요타코리아)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토요타코리아)

여름에나 접해볼 많은 비가 쏟아지던 어느 가을날, 처음 접한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매우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였다. 일단 전면범퍼 대부분을 채운 언더그릴부터가 스포티한 인상을 만드는데 한몫한다. 사진상으론 다소 부담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신차’ 다운 세련된 인상을 자아낸다. 그릴과 범퍼 외에도 모듈형 베젤이 적용된 3구짜리 풀 LED 헤드램프도 디자인 핵심포인트 중 하나다. 

신형 아발론의 변화는 옆면과 뒷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저중심 설계 덕에 전체적으로 포지션이 낮아졌고 트렁크의 경계가 희미해져 세단보다 패스트백의 모습이 더 강하다. 디자인에 굴곡을 많이 줘 근육질 몸매를 완성한 아발론은 특히 후면에서 더욱 큰 파격을 감행했다. 리어램프의 디자인을 보면 국산차에선 한번도 볼 수 없었던 대담한 시도가 눈에 들어온다. 아발론의 리어램프는 주먹 한 개는 그냥 들어갈 정도로 급격히 꺾여 디자인됐는데, 토요타 측은 이를 두고 항공기의 제트파이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완성도가 매우 높지만 점등 시 볼품없게 들어오는 미등이 매우 아쉽다. 분명 LED라고 했는데 언뜻 보면 일반 벌브형 전구 같기도 하고, 미등이 들어온 모습을 멀리서 보면 소형차스럽기도 했다.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외관 디자인. (사진=박경보기자)

실내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고 간결하다. 블랙 하이그로시로 치장한 센터페시아는 충분히 고급스러워 보였고 무엇보다 상단에 자리잡은 대형 디스플레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발론은 아틀란 내비게이션을 쓰기 때문에 국내 고객도 쉽게 쓸 수 있고 각종 오디오 모드도 직관적으로 구성돼 사용하기 편했다. 다만 복잡한 주행정보들이 모두 들어간 계기판이 한글화가 돼 있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아발론의 주요 고객이 중장년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이 많은 어른들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다른 수입차에 비해 버튼이 많이 없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계기판을 제외한 일반 버튼들은 상대적으로 사용하기 편했다.   

아발론의 2열 좌석공간은 준대형 세단답게 두말할 필요도 없이 넓다. 특히 전작보다 전폭이 15mm, 휠베이스는 무려 50mm나 길어져 실내공간이 매우 여유롭다. 특히 앉은키가 큰 기자가 탑승했던 대부분의 세단은 머리가 천장에 닿는 편이지만 아발론은 상대적으로 헤드룸이 여유로웠다.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실내공간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실내공간 모습. (사진=박경보기자)

이제 본격적으로 아발론의 주행성능을 알아볼 차례.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2.5리터 ‘다이나믹 포스’ 엔진과 CVT 미션을 맞물린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218마력의 시스템 총 출력을 내는 캠리 하이브리드와 같은 구성이지만 캠리보다 훨씬 경쾌하고 정숙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속 주행에서도 동력성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차체를 격하게 몰아붙여도 토요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밸런스를 잘 유지했다. 특히 서스펜션이 너무 무르지 않아 스포티한 주행에도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론 앞서 시승한 같은 플랫폼의 렉서스 ES300h보다 승차감 면에선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아발론에 새로 탑재된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AGC)는 액셀레이터에서 발을 떼더라도 감속을 최대한 더디게 해 연비 향상을 물론 안정적인 승차감에도 힘을 보탰다. 또 렉 타입 전자식 스티어링 휠을 적용한 덕분에 민첩한 핸들링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발론은 전체적으로 낮게 깔린 저중심 설계 덕분인지 고속안정성이 매우 뛰어났다. 비가 매우 많이 내리던 날이었지만 높은 속도로 달려도 차체의 흐트러짐과 롤링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전작보다 시트포지션과 루프라인이 모두 낮아진 것이 외관 뿐만 아니라 주행성능에도 큰 영향을 미친 듯했다.   

하지만 신형 아발론 진가는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연비’였다. 실제로 동급 최고의 공인연비인 16.6km/ℓ를 달성한 아발론은 양평휴게소 서울방향에서 커넥트투로 돌아오는 약 70km구간을 달리는 동안 무려 22.2km/ℓ의 평균연비를 보여줬다. 하행구간에선 차량의 주행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고속주행을 하느라 10km/ℓ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상행구간에서 100km/h 내외로 정속주행하니 최대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정도의 고속도로 연비는 ‘최강연비’로 인정받는 소형디젤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130km/h 이상의 고속 주행시엔 EV모드가 작동하지 않았지만 80~100km/h의 속도에선 액셀레이터에서 힘을 조금만 빼도 곧장 배터리 충전과 함께  EV모드가 개입했다.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토요타코리아)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가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토요타코리아)

◆총평
신형 아발론은 차체 설계의 진화로 기본기가 매우 탄탄해졌고 기대 이상의 높은 연비는 깜짝 놀랄만한 수준이다. 준대형 세단으로서 갖춰야할 동력성능은 물론 넓은 공간과 안락한 승차감,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까지 두루두루 갖췄다. 게다가 4660만원의 가격은 같은급의 국산차인 그랜저 하이브리드와도 500만원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다만 높은 가격경쟁력을 위해 준대형 세단에 걸맞은 첨단 편의사양들을 품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에선 최하위 트림인 XLE등급만 판매되는데 소비자 선호사양인 통풍시트, 뒷좌석 열선시트, 메모리시트, 오토센싱 와이퍼, 전동트렁크 등은 물론 반자율주행 기능인 고속도로 주행보조도 빠져있다. 단지 어댑티브 크루즈콘트롤과 차선이탈경고, 긴급제동보조 등만 포함됐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시승해본 신형 아발론은 이 같은 빈약한 편의사양을 만회할 만한 충분한 상품성을 갖고 있었다. 국산차와 비교하기 힘든 높은 주행안정성과 연비를 갖췄는데도 차급 대비 저렴한 가격은 신형 아발론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기존 캠리에다 아발론까지 제 역할을 해준다면 토요타코리아의 대역습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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