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12 15:38

노 "조건부 참여...특별단체교섭 요구"-사 "기존입장 불변"
산은 "양자에 참여요청...노조는 계약건 관련 손떼라"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한국지엠의 법인분리 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지부)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한국지엠의 법인분리 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지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의 법인분리를 놓고 노사 간 파열음이 커지는 가운데 산업은행은 ‘3자간 협의체’라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해당사자인 한국지엠 노사와 산업은행 간 협력을 통해 전향적인 해결책을 찾자는 제안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일단 조건부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이지만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즉각 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노조는 특별단체교섭 요구에 대한 사측과 산업은행의 수용여부에 따라 투쟁노선을 결정할 방침이다.     

12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9일 오후 노조에 ‘미래발전 협의체’를 제안했다. 법인분할 관련 노사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 간 신뢰회복을 바탕으로 경영정상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 협의체의 참여하는 위원은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이사와 산업은행 부행장, 그리고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이다. 단 효율적인 협의체 운영을 위해 협의체 내의 실무위원회가 구성돼 운영될 예정이다. 협의체는 이해관계자 간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보장책과 미래 발전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발송하고 “법인분리 추진계획 발표 이후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상반기 마련된 경영정상화 방안 추진에 차질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회사는 분할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해 설득해야 하고 노조는 전향적으로 협의하되 우려가 되는 사항을 제기해 상호 합의하는 것이 경영정상화에 도움될 것”이라며 “3자간 협의체에 대한 참여여부를 12일까지 회신해달라”고 제안했다. 

일단 노조는 산업은행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참여의사를 밝혔다. 단 요구사항이 먼저 수용돼야 전향적인 협의체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야 협의체 지속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투쟁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법인분리 사태를 불러온 주요 책임자 중 하나인 산업은행이 이제라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에 환영한다”면서도 “산업은행이 제안한 협의체는 기구의 위상, 논의대상, 논의의 구속력 여부 등 어느 것 하나 분명한 것이 없어 GM 측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특별단체교섭에서의 합의를 전제로 논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총 5가지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산업은행과 사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의 요구는 사측의 특별단체교섭 수용, 경영정상화 기본합의서 일체 공개, 산업은행의 지원금 4050억원 지원 중단(노사 합의 전까지), 구속력 있는 논의기구 구성, 신차의 개발주체와 배정과정 일체공개 등이다. 

하지만 사측은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의체 대화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특별단체교섭에 응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역시 이에 대해 검토할 뜻을 내비치면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듯한 모양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날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오는 12월 3일부터 정식으로 들어서는 신설법인 설립계획은 현시점에서 뒤집어지긴 어려운 일‘이라며 ”노조의 일방적인 특별단체교섭 요구에 임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은 현재 산업은행이 제안한 3자협의체 참여를 검토 중이며 아직 참여여부를 회신하지 않은 상태다. 

산업은행 역시 노조의 요구가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해 “이제 막 내용을 전달받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도 “경영정상화 기본합의서는 산업은행과 한국지엠, 그리고 GM본사 간 체결한 것으로 노조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가 거부당하거나 구속력이 담보되지 않은 협의체라면 노조는 단호히 거부하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오늘 오후 4시부터 진행될 쟁의대책위원회에서 향후 구체적인 투쟁계획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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