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13 15:27

하부영 현대차 지부장 "광주형 일자리 530억, 차라리 기부하고 손떼라"
현대차 노조, 양재동 본사 방문 항의서한 전달…기아차 연대투쟁 결의

<b>하부영</b>(왼쪽)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13일 오후 2시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 항의방문해 투쟁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하부영(왼쪽)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13일 오후 2시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 항의방문해 투쟁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광주형 일자리 추진에 반발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사측과 정부, 광주광역시를 본격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노조 반발 사이에서 현대차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노조는 현대차 본사와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한편 이용섭 광주시장에 끝장토론도 제의하기로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광주형 일자리가 명분이 부족하고 투자가치도 떨어지는 무리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확대운영위원 30여명과 함께 13일 오후 2시 현대차 양재동 사옥에 항의 방문했다. 이날 하 지부장은 “이 자리는 잘못된 선택인 광주형 일자리를 저지하기 위해 결의를 갖는 자리”라며 “광주형 일자리에 항의하기 위해 경영진을 만나러 왔으나 문전박대당했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이날 현대차는 노조의 면담요청을 거부하고 항의서한만 전달받았다. 

그는 이어 “국내 자동차 산업 생산이 55만대가 감소하면서 2‧3차 부품사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생산물량 감소는 물론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100만대 가량 남아도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경유착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하 지부장은 또 “전기차 시대가 현실화 되면 8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고 투자를 하더라도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연구개발에 집중해 미래차 경쟁력을 높여야 할 판에 광주형 일자리는 현실과 맞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날 하 지부장과 자리를 함께한 강상호 기아차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를 저지하기 위해 현대차지부와 연대 투쟁할 뜻을 밝혔다. 

강 지부장은 “현대차보다 기아차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기아차의 스토닉, 모닝, 레이 등 소형차 4개 모델은 광주형 일자리에서 생산할 경소형차와 겹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와 함께 연대해 광주형 일자리 저지투쟁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양재동 본사앞에서 항의서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박경보기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양재동 본사앞에서 항의서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박경보기자)

한편 이날 현대차 본사 정문 앞을 가로막은 경찰 수십여명과 조합원들이 서로 대치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벽을 뚫고 조합원 대표로 본사에 진입한 노조 실무진들은 현대차 노사협력실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하 지부장은 이날 뉴스웍스 취재진과 단독으로 만나 “현대차는 차라리 광주시에 530억원을 기부하고 투자에 손을 떼는 게 낫다”며 “기업을 압박해 돈을 뜯어가는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다를바 없고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산업의 몰락을 재촉하는 희대의 사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측은 이날 노조에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수익성을 따져보고 있어 현재까지 정리된 내용이 없다“며 ”투자가 결정되더라도 현대‧기아차의 고용에 대한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바로 더불어민주당사로 이동해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계약 체결시 즉시 항의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물론 국회 예결위 예산저지 투쟁 등 다양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 지부장은 이용섭 광주시장과 1:1 끝장 토론을 제안해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광주형 일자리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광주형 일자리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기아차 광주공장은 가장 최근인 2012년에 설비투자를 통해 기존 50만대에서 12만대를 더 늘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량은 47만대 규모로 약 15만대 수준이 남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산업 전체로 보면 70만대 수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10만대 규모의 광주형 일자리가 또 들어서면 혼란과 갈등만 빚게 된다”며 “이런 점으로 볼 때 노조의 반발은 당연할 수밖에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는 또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면 제조업 전반이 붕괴된다”며 “자동차 경쟁력을 위해 노사 간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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