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14 06:00

노조, 광주형 일자리·법인분리 명분있는 반대…"논리로 설득해야"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자동차 업계가 어느 때보다 시끄럽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로, 한국지엠은 법인분리 문제를 놓고 노사가 으르렁거리는 중이다. 가뜩이나 국내 자동차산업이 흔들리는 와중에 노사갈등으로 불확실성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아무리 밉더라도 위기의 순간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자세로 똘똘 뭉쳐야 하는데 오히려 진흙탕 싸움만 반복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노사갈등의 근본 원인은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광주형 일자리와 법인분리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측이 이해당사자인 노조를 납득시키지 못한 데 있다. 금속노조를 필두로 한 국내 자동차 노조들은 ‘귀족노조’라며 늘 비판의 대상이지만 이번만큼은 투쟁의 명분이 분명히 있다. 

먼저 광주형 일자리를 보자. ‘일자리 창출’을 핵심 국정기조로 내건 정부는 광주광역시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소형차공장을 지어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광주형 일자리로 ‘고용쇼크’라는 당면과제만 서둘러 해결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자동차 수요감소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남는 물량은 약 70만대 가량에 이르고 광주형 일자리에서 생산하려는 경소형차 시장은 국내 약 13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판매부진이 심각한 한국지엠의 경우 군산공장은 이미 문을 닫았고 부평2공장도 1교대로 전환한지 오래다.  이 때문에 설비투자 대신 전기차 등 미래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데도 광주형 일자리를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광주형 일자리에서 3500만원 수준의 노동자들을 양산해낸다면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데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심각한 고용 위축과 자동차산업 부진, 그리고 형편이 더 어려운 노동자들을 고려해 현대차 근로자들이 대승적으로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 태도에 가깝다. 광주형 일자리가 성사되면 오히려 고용 위축과 산업 부진은 물론, 노동자들의 임금 하향평준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 같은 광주형 일자리에 반발해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고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현대차와 정부는 귀를 아예 닫았다. 특히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비교적 온건 성향의 한국노총과만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는 한국노총과도 임금수준과 근로시간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실정이다. 현대차 역시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주체”라며 한발 물러나 노조와 벽을 쌓고 있다.

한국지엠 역시 법인분리가 철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2대주주 산업은행은 물론 정치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데도 일방적인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산업은행이 중재자로 나서 ‘3자간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회사는 노조가 있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며 판을 깼다. 

현재 노조는 사측에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법인분리 문제를 의논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수용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벌교섭에 나섰다가 자칫 노조에 합법적인 파업권을 줄 수 있어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현대차와 한국지엠 모두 광주형 일자리와 법인분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길 원한다면 이 같은 노사갈등 문제부터 풀어야한다. 특히 이들 사안은 명분없는 임금인상이 아닌 국내 자동차 산업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내용인 만큼 노사 간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사 모두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나와 서로 양보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경직된 노사관계야말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저해해 온 주범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체질개선의 기회다. 좌초 직전에 놓인 자동차 산업을 일으켜 세울 주인공은 노사 당사자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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