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14 14:49

투자유치추진단, 13일 3차회의서 합의문 완성
현대·기아차 노조는 반발 "계약체결 즉시 총파업"

광주형 일자리 투자유치추진단 관계자들이 13일 밤 열린 3차회의에서 합의문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광역시)
광주형 일자리 투자유치추진단 관계자들이 13일 밤 열린 3차회의에서 합의문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광역시)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광주광역시와 한국노총이 광주형 일자리의 투자유치를 위한 합의를 마쳤다. 광주시는 국회 예산심의가 끝나는 15일까지 현대차와 투자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인 민주노총과 현대‧기아차 노조가 저지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광주시는 “지난 13일 밤 9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된 투자유치추진단 3차회의에서 광주형일자리 실현을 위한 합의문을 완성하고 현대차와의 투자협상은 협상팀에 맡기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추진단은 광주형일자리 4대 원칙인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에 대해 노동계와 광주시가 향후 나아갈 방향을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원탁회의 합의사항인 상설 노정협의체를 내년 2월 설치하고 미래차 산업 발전을 위한 자동차산업정책연구원 설립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추진단으로부터 협상권한을 위임받은 협상팀의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은 “14일과 15일 현대차와 최종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최종 협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한국노총이 대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공은 현대차로 넘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현대차와 광주시는 핵심쟁점인 적정 근로시간과 임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고 초임 평균연봉도 3500만원 수준을 보장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차 측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기존 주 44시간 근로, 연봉 3500만원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온건한 한국노총과만 합의했을 뿐 정작 금속노조 현대‧기아차지부와는 전혀 대화하고 있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현대‧기아차지부로 대표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국내 자동차산업 생산직 대부분이 소속된 조직이지만 광주시는 지역노동계인 한국노총 광주지부만 추진단에 합류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투자계약 체결시 즉각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기아차 노조 역시 현대차지부와 연대해 공동투쟁할 뜻을 밝혔다. 

앞서 강상호 기아차지부장은 지난 13일 오후 하부영 지부장 등 현대차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현대차 양재동 사옥에 항의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대차보다 기아차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기아차의 스토닉, 모닝, 레이, 프라이드 등 소형차 4개 모델은 광주형 일자리에서 생산할 경소형차와 겹쳐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아차 노조는 14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새로운 지역감정을 유발할 것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 등 총력 투쟁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광주시는 다른 자동차 공장이 있는 울산과 충남 서산, 경기도 광명 등의 지역과 새로운 지역갈등 구조를 빚게 될 것“이라며 ”실효성과 성공가능성이 전혀 없는 나쁜 일자리 정책 추진으로 인해 지역감정이 악화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기아차의 판매부진에 따른 생산 차질이 올해 3분기에만 5만대에 달한다”며 “광주형 일자리로 물량을 늘리면 이 같은 판매감소를 부채질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2011년 466만대에서 지난해 411만대로 줄었고 올해는 400만대 밑으로 떨어질 것이 유력하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량이 지난 6년 새 12%나 감소하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억지로 새로운 공장을 지을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여 기존 일감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계약이 체결되면 즉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국회 예결위 예산저지 투쟁 등 다양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이용섭 광주시장에 1:1 끝장 토론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조의 투쟁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투자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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