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8.11.15 11:35

아시아인권평화딤돌 아디 "지난 20개월간 거주민 951명 강제이주시켜"
"한국 정부,이스라엘과 FTA 협상에서 불법 정착촌 물품 수입거부 조치해야"

팔레스타인 쿠파카둠 마을에서는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 불법정착촌을 반대하는 집회가 매주 금요일 열린다. (사진=조진선 작가 제공=아디)
팔레스타인 쿠파카둠 마을에서는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 불법정착촌을 반대하는 집회가 매주 금요일 열린다.
(촬영=조진선 작가 사진제공=아디)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영토확장 계획에 따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내 불법 정착촌 건설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현장을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가 현지 방문을 통해 확인했다.

팔레스타인은 서아시아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구역인 서안지구(West Bank)와 남서단 지중해 연안에 있는 가자지구(Gaza Strip)를 가리킨다.

아시아인권평화딤돌 아디(대표 김병주 변호사)는 14일 법무법인 원 대회의실에서 '2018년 팔레스타인 평화활동 보고회'를 갖고 올 한해 동안 진행된 아디의 팔레스타인 활동 결과를 회원들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병주 대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문제에 대해 불모지와 같았던 한국 시민사회 속에서 아디가 팔레스타인내 이스라엘 불법정착촌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제작하고, 일반인들과 함께 팔레스타인 전역을 도는 평화여행을 다녀온 것은 참으로 의미 있고 필요한 일이었다"며 "그 결과를 시민사회에 공유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을 담당한 아디의 이동화 팀장은 "아시아 분쟁지역의 인권과 평화를 다루는 아디로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분쟁지역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역의 인권보고서를 제작하고 평화여행을 다녀온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한반도 분쟁과 역사적 배경이 유사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는 너무 모르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는 오랫동안 친이스라엘 정책만을 고집했던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아디의 한지혜 전문위원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일부에서는 종교 간 갈등 또는 테러와 안보의 대결로 여기는데 이는 핵심을 벗어난 피상적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분쟁의 핵심은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 계획에 있고 현재 정착촌 건설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불법정착촌 건설은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전년도에 비교하여 4배 가깝다"며 "특히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유대화'사업이 진행되면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위원은 "2016년 12월 유엔안보리 결의안은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불법임을 다시한번 강조하였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의 든든한 배경을 앞세워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며 "심지어 이스라엘의 입법부와 사법부는 팔레스타인 사유지에 건설한 무허가정착촌마저 합법화하는 법률과 판결을 발표할 정도"라고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 헤브론시 올드시티 안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모습. 팔레스타인 사람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되는 곳이다. (촬영=조진섭 작가 사진제공=아디)
팔레스타인 헤브론 올드시티 안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 모습. 팔레스타인 사람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되는 곳이다.
(촬영=조진섭 작가 사진제공=아디)

아디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로 인하여 팔레스타인 사람의 인권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8년 8월까지 700채의 팔레스타인 소유의 건물이 철거되었다. 이 중에는 유치원이나 학교도 있다. 같은 기간동안 총 951명의 거주민을 강제이주 시키고 퇴거 명령에 불응한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하고 거주민을 구금시켰다. 이스라엘 정착민에 의한 폭력도 한층 심각해졌다. 올리브나무 훼손, 토지 몰수, 농장 접근 차단, 무단점거, 물리적 폭행, 마을 공격, 재물훼손 등 다양한 정착민의 폭력이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 정착촌의 지하수 독점과 장벽, 도로 건설로 인한 팔레스타인 전체 사람의 이동권 제한 등 정착촌과 정착민에 의한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를 담고 있다.

아디의 이동화 팀장은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이슈와 일제 식민지 강제노역 관련하여 국제사회에 알리고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역시 정착촌과 점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지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인권과 평화는 국경을 넘어선 인류 보편적인 가치"라며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인권과 정의, 평화의 편에 서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의 시민사회는 팔레스타인 정착촌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국제연대 활동에 동참해야한다"며 "한국 정부 역시 현재 협상중인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하여 불법정착촌 물품에 대한 원산지 표시 및 수입거부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0일부터 10월 2일까지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 헤브론, 예루살렘, 라말라, 요르단 밸리, 나블루스 등을 방문하여 현지 주민, 활동가 등을 만나고 돌아온 7명의 참가자들은 "한국에서 보고 들었던 예상과 직접 마주한 현실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며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많은 팔레스타인의 삶은 제약을 받고 있었고, 정착촌 인근의 팔레스타인 마을은 큰 피해를 받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는 2016년에 설립된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아시아의 분쟁피해자와 현장활동가들과 함께 지역의 인권, 공동체, 평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미얀마 메이크틸라 인권실태보고서'와 '로힝야 인권실태보고서' 등을 제작했다. 국내 시민사회와 함께 '로힝야난민네트워크'를 구성, '로힝야 여성심리지원사업'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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