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15 12:07

증선위, 검찰에 수사의뢰 '이 부회장 상고심'도 영향...삼성, 행정소송 등 대응 나서

(사진=뉴스웍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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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 안건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검찰 고발 등을 의결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검찰에 넘겨지게 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에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행정소송 등 법적절차에 나서기로 했지만 검찰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이미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에 배당돼 있어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참여연대의 고발 이후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라 수사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복안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단순 분식회계를 넘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큰 영향을 끼친 만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총수일가는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5월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특별감리한 결과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인식해 자산과 이익을 부풀렸다는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한 뒤 1조9000억원대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가 장부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이 적용돼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해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핵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의 합병을 통해 그룹의 핵심회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합병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벌인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라며 “비정상적인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고 합병 주총에서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삼성은 자체평가액, 3조원보다 3배가량 많은 8조원 이상으로 평가한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보고서를 국민연금에 제출한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적법성 여부을 다시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산정이 불법에 근거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의 46.3%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기업가치를 올렸다고 봤을 때 제일모직 실적도 부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참여연대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증선위의 결론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이라며 “이 모든 부정과 불공정의 뒤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증선위의 결정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위 및 금감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특히 삼성물산 합병 처리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증선위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인수하려고 했던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은 정부로부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인다면 정부의 압박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까지 높아질 수 있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17.08%의 지분을 확보한 이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식회계 사건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하락으로 직결되면서 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사들일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도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의 분식회계 사태로 상장 2년 만에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향후 거래정지가 풀려도 주가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증선위 정례회의를 이틀 앞둔 12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22.42%나 급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처벌받게 된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법에 따라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주식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삼성생명 지분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핵심 키로 여겨지고 있어 삼성의 셈법은 복잡해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가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났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비율까지 재산정 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삼성생명으로 문제가 번지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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