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15 16:35

국회서 토론회 "광주형일자리는 무노조 경영·임금 하락 노린 것"

김종훈 민중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의 문제점진단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경보기자)
김종훈(왼쪽 세번째) 민중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의 문제점진단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경보기자)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노동계가 일자리 창출의 실질적인 해법은 광주형 일자리가 아닌 노동시간 단축이라며 광주형 일자리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노동계는 노동시간의 차이 탓에 완성차 노동자와 협력사 노동자간의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벌어지고 있다며 완성차의 노동시간을 줄여 밥그릇을 나눠야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단체협약 회피와 임금하락을 노린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김종훈 민중당 원내대표은 15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문제점진단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사회를, 김경근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하부영 현대차지부장, 정형택 민주노총 광주역본부장,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 정태흥 민중당 정책위원장이 참여했다. 

이날 하 지부장은 모두발언에서 “광주형 일자리 계획이 폐기된 줄 알았는데 지난 8월 20일부터 급격히 추진돼 당황했다”며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 허구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기차 등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만들어내야할지 고민해야할 시기에 공장 신설은 맞지 않다”며 “광주형 일자리 저지 투쟁은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며 이를 막기 위해 최후의 무기인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제자인 김 연구원은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사업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쟁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김 연구원은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연구자들이 내세우는 노동자들의 임금격차에 대해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2014년 기준으로 기아차 노동자 임금은 평균 9935만원, 1차 부품사는 3819만원, 2‧3차부품사는 2716만원을 받고 있다”며 “신입사원 기준으로는 기아차가 7000만원, 1차 부품사는 3800만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기아차와 부품사간 기본 시급은 얼마 차이나지 않고 노동시간의 차이가 임금격차를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기아차의 시급은 2015년 기준 6020원이고 부품사인 D사는 시급 5985원”이라며 “반면 소정근로시간은 기아차가 240시간, D사는 209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기아차 노동자들이 협력사보다 무려 31시간이나 더 많은 일을 하면서 임금격차가 심화됐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완성차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임금 격차의 상당부분을 야기하고 있으며 신규인력 고용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는 초과근무를 줄여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아닌 노동시간의 유연화, 할증부담 제거를 통한 비용감소에만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 연구원은 과도한 노동비용 때문에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임금을 감소시키면 기업이 투자할 것이라는 대전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며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바람직한 노동자의 모습이라 칭송받는 토요타보다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이 더 낮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증명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토요타의 해외생산은 전체의 66.4%나 차지하는 반면 현대차는 54%에 그쳤다. 따라서 현대차의 국내 투자여부는 노사관계나 생산방식 탓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히 한국에서의 투자는 노동비용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한국의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는 반면 10대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이 516조에 이르는 것을 보면 기업이 수익성 향상에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노동소득 증가시 내수시장 회복, 설비가동률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투자 촉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노동비용의 축소가 아닌 좋은 일자리의 확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완성차 노동자들의 임금양보가 원하청 관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연구원은 “부품사들의 기업경쟁력 악화는 대기업의 각종 불공정 행위 때문”이라며 “초과이윤 창출분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열악한 하청사의 임금수준이 높아지도록 하청단가를 어떻게 책정할지 논의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하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허구적인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대차의 초임연봉은 4800만원인데 광주형일자리가 25년 근무해야 받는 9000만원의 반값연봉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며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간 단체교섭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 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와 현대차 간 초임연봉이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초임연봉은 성과금 800만원 포함시 5600만원이다. 정규직의 경우 상여금과 연장근로, 특근수당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반면 광주형 일자리는 초임연봉 3500만원에 지자체 지원금 700만원을 더하면 4200만원이다. 

또 그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위기를 맞은 만큼 원하청불공정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전속거래 등의 폐해부터 해결해 부품사 살리기부터 나서야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을 맞아 국내 자동차산업 일자리가 70~80만개 사라지는 만큼 공장 신설이 아닌 미래차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말도 강조했다. 

하 지부장은 이어 “국내 경차시장은 12만대 수준으로 감소했는데 광주에서 또 10만대를 더하면 다른 지역 경차공장 물량과 일자리를 빼앗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경차는 수익성이 낮아 10만대를 다 팔아도 손익분기점 수준에 불과해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달아 토론자로 나선 정형택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은 광주형 일자리와 기존 지역노동자들간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빛그린산업단지에 들어서는 광주형일자리는 노동자 1인당 연간 700만원 가량의 수혜를 받게 된다"며 "광주시 내의 9개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연봉이 2500만원 내외의 저임금 노동자들인데 이들은 노조가 없거나 있어도 노사분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저임금노동에 시달려온 지역노동자들이 많은데도 광주형일자리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이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계약을 체결하면 즉시 항의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이 밖에 국회 예결위 예산저지 투쟁 등 다양한 대정부 투쟁은 물론 이용섭 광주시장에 1대1 끝장 토론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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