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8.11.15 18:20

정경희 보건사회연 부원장, 예비노인들 여가·건강·대인관계 젊어서 준비해야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저출산으로 자녀ㆍ손자녀가 크게 줄고 있어 노인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가족의 지지'는 갈수록 위축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부원장은 ‘보건복지포럼’ 최근호에 발표한 ‘노인의 가족 현황과 전망’이라는 논문에서 "가족이라는 자원이 축소되는 현실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이들을 지원할 대체자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원장은 이번 논문은 지난해 1만299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실태조사'결과를 분석ㆍ인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85세 이상 노인은 4.1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반해 65~69세는 2.5명만을 두고 있었다. 이러한 연령군별 격차는 손자녀로 내려가면 더욱 커졌다. 85세 이상 노인은 손자녀가 8명에 이르지만 65~69세 연령군에선 3.3명에 불과했다.

정 부원장은 “이러한 추세는 사회의 급속한 저출산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며 “자녀와 손자녀의 가파른 감소세는 노년기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형제자매와 친인척의 숫자는 나이가 들수록 크게 줄어(고령화로 사망) 외로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지적됐다. 85세 이상 노인의 형제자매 수는 2.3명인데 반해 65~69세 연령군은 3.8명으로 1.5명의 차이를 보였다.

가까운 친인척 수도 마찬가지였다. 65~69세 연령군의 경우, 가까운 친인척이 있는 노인은 55.4%(평균 1.1명)였지만, 85세 이상은 24.1%(평균 0.4명)로 절반도 안됐다. 

따라서 예비노인들이 고령단계에 이르는 시점에선 자녀와 손자녀는 물론 형제·친인척 또한 크게 줄어 고령 1인세대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가족 구성단위의 변화는 이번 논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8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 정도만이 배우자가 있었고, 배우자가 있더라도 건강이 나빠 부양의 질은 극히 떨어졌다.

노년기에 자식의 부양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85세 이상 연령군에선 30.3%가 자식의 부양이나 동거를 원했지만 65~69세 연령군은 9.9%로 크게 떨어졌다.

정 부회장은 “이는 노인 단독가구가 앞으로 일반화될 것임을 또한번 확인시켜 주는 통계”라고 설명했다.

노후생활비와 관련한 통계는 노년기의 힘든 삶을 말해주고 있다.

34%의 노인이 ‘본인 스스로’, 33.7%는 ‘본인과 사회보장제도’에 의존한다고 응답했다. 또 ‘사회보장제도’ 14.1%, ‘본인과 자녀’ 10.2%, ‘자녀’에 의존한다는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결국 본인 또는 공적제도, 본인과 공적제도의 협업에 의해 노후생활비를 해결하는 노인은 81.8%에 이른다. 반면 자녀의 도움을 언급한 노인은 17.8%에 불과했다.

특히 나이가 적을수록 '본인 스스로' 생활비를 조달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나이별로 보면 65~69세 연령군은 41.7%였지만, 85세 이상은 19.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자녀와의 갈등도 또다른 고민거리였다. 지난 1년간 자녀와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7.8%였다.

갈등의 가장 큰 이유는 자녀의 장래문제(33.7%)였다. 다음으로 경제적 도움 요구(20.9%), 노인 생활비 보조(14%), 수발 문제(13.6%), 동거여부 문제(9.5%)순이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자녀, 그리고 부모의 부양 문제가 갈등의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노인에게 가족은 정서적 지지와 정보 제공, 물질적 보조를 하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자손이 줄어드는 미래의 노인들은 젊어서부터 가족을 대신할 자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인관계 강화 등 커뮤니티 적극적 참여, 여가활용,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 경제적인 자립 준비 등 대안을 당부했다.

그는 또 “정부도 저출산으로 가족의 지지가 부족해질 예비노인들을 위해 노후의 삶의 질을 도와주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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