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8.11.15 18:32

백승재 변호사 "전관예우 가중시킬 '세무적폐'만 초래"
박광현 회계사 "다른 자격사 간 동업 허용 등 개선 필요"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세법전문가는 누구인가 국민토론회'에 참여한 변호사·세무사·공인회계사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고 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서로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사진= 원성훈 기자)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세법전문가는 누구인가 국민토론회'에 참여한 변호사·세무사·공인회계사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고 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서로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세무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주자는 것을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열린 세법 관련 토론회에서 변호사들의 반격이 날카로왔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세법전문가는 누구인가' 국민토론회에서 변호사와 세무사, 공인회계사들 간에 '조세소송 대리권'을 놓고 '밥그릇 싸움' 양상이 나타났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납세자연합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가 주관했다.

당초 이 토론회의 개최 취지는 전반적으로 세무사들에게도 '조세소송 대리권을 주자'는 방향으로 경도돼 있었다는 시각이 적잖았다.

이런 경향은 백재현 의원의 개회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백 의원은 "지금까지의 사회분위기와는 달리 국민의 여론 역시 조세소송으로 인한 비용지출의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고, 거시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의 절감을 위해서도 국민의 조세소송은 더욱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법률서비스의 최종소비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제도권이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김 의원은 "세무사는 조세사건과 관련된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어 복잡한 조세법분야에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나, 조세소송대리 및 연관 법률사무가 금지되어 있어 관련한 업무를 보더라도 정당한 보수를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세무사에 의한 조세소송이 실현된다면 절차 간소화로 시간과 비용 절약이 기대되기에 현행 제도는 효율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저는 이전에 간과했던 점을 보충한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이번 개정안은 법률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며 저비용 고효율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해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으로, 세무사에게 조세에 관한 소송대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변호사들의 집단적 반발 움직임이 포착됐다.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인 백승재 변호사는 토론회 현장에서 나눠주는 토론회 자료집과 별도의 자체 제작 문건을 배포했다.

그는 이 문건에서 "세무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자는 주장과 김정우 의원안은 소송대리를 변호사의 고유직역으로 하는 전문자격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직역이기주의의 발로"라며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나 변론에 전문성이 없는 세무사에 의해 오히려 시간과 비용이 가중될 뿐, 더 나은 소송결과도 담보될 수 없다는 면에서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변호사를 대량 배출해 소송 문턱을 낮추고자 도입한 로스쿨 제도의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몰각(沒却:아주 없애버림)시키고, 세무사의 전관예우를 가중시키는 세무적폐일 뿐만 아니라, 세무사의 소송대리를 정면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은 많은 선진국의 입법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공인회계사도 이 문제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냈다. 토론자로 참여한 한국회계사회의 박광현 회계사는 " 여전히 조세 전문변호사가 충분치 아니한 상황에서 공인회계사 등 세무대리인에게 조세소송 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변호사와 개별 전문직 사이의 협업을 통한 수준 높은 법률서비스의 통합적 제공이 가능하고 납세자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에도 대형 로펌은 별도의 세무법인을 설립하거나 로펌에 공인회계사 등을 고용해 조세소송 업무를 진행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각각의 독립적인 전문가 수준에서의 협업에는 여러 가지 법적 제한이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그는 "따라서 로펌과 회계법인,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이 협업하여 조세소송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이종 자격사 간의 동업(MDP) 허용, 소송 보좌인 제도 도입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조세소송 대리권'을 두고 변호사·세무사·공인회계사들의 입장이 각기 갈리면서 향후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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