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8.11.17 05:50

증권가 "시총 22조원...개인투자자 손실 너무 커 상폐까지 가지 않을 것"
시민단체 "분식 없었다면 상장 못하는 회사...모회사 삼성물산도 감리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시총 22조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에 대한 거래정지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 단계인 상장폐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장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바는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회의에서 이를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결정했다. 즉시 거래정지 조치가 취해지고 거래소는 상장폐지 대상 여부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상폐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분식회계 정황이 담긴 삼성 내부문건이 공개되면서 거래정지 가능성이 농후했던 14일 당일에도 증권사들은 매수의견을 냈을 정도다. 실제 12일 폭락했던 삼바 주식은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거래정지됐다. 

삼바 시총이 22조원에 달하고 개인투자자 자금도 8조원 가량 되는 만큼 투자자 피해를 생각하면 상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5조원의 분식회계로 징계를 받았던 대우조선해양 사례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실질심사 3개월과 개선기간 1년을 거쳐 1년3개월 만에 주식거래가 재개됐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 2009년 2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도입된 이후 16개 회사가 심사대상이었으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실질심사 결과 상장폐지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상폐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삼바 분식회계 건은 앞선 사례들과는 사안이 다르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대우조선해양은 그(분식회계) 이전에 상장돼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했던데 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의 결과로 상장이 이뤄진 것"이라며 "분식회계를 걷어내면 상장요건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삼바는 물론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모회사 입장에서는 자회사의 회계처리에 대해서도 동일한 정도의 회계감사를 해야 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은 곧 삼성물산의 분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범 증선위원장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에 따라 삼성물산 재무제표도 재공시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모회사 재무제표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수정돼야 되는지 특별감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가 시작될 경우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과정에 있어 불공정한 합병 비율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실행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참여연대는 “제일모직은 지난 2015년 7일 구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약 19조원으로 부풀려 평가한 삼정 및 안진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보고서를 국민연금에 제출했다”며 조속한 삼성물산 감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2001년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파산한 미국기업 엘론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당시 미국 에너지 20%를 담당했던 엘론은 2000년 시총이 660조원에 달하고 포춘 500대 기업 중 7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분식회계가 들어나면서 엘론 회장과 CEO는 각각 24년형, 24년4개월형을 받았다. 규모로만 따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액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 때문에 파산한 셈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미국이 금융과 자본시장의 선진국으로 인정되는 이면에는 이런 원칙을 세우는 혹독한 과정을 통해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이 축적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삼성물산 합병 처리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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